임사체험의 실체를 두고 수 십년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임사체험을 뇌 안에서 일어나는 과정으로만 보려는 뇌내현상설과 임사 체험에는 실체가 있다는 현실 체험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논의가 거듭되고 있다.


뇌내 현상설의 근거는 이렇다. 우선 1단계로 질병, 부상, 심정지 등에 의하여 생리학적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이 때문에 뇌의 혈류가 저하하여, 뇌를 저 산소 상태에 빠뜨리며 청각신경세포에 이상 방전이 일어난다. 이것이 임사체험 때 들리는 기묘한 소리나 소음의 원인이라고 뇌내 현상설 옹호자들은 주장한다.


2단계에서는 스트레스와 저 산소 상태로부터 다양한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된다. 그 결과 감각의 변화와 심리적 변화가 일어난다. 특히 이 단계에서 엔돌핀이 대량 방출되어 통증을 느끼지 않게 되고 행복한 기분이 들게 된다고 한다,


3단계에서는 뇌내 화학물질간의 균형 변화, 혈류 저하, 저 산소 상태 때문에 측두엽과 대뇌변연계에 발작이 일어난다. 그 결과 대뇌 변연계의 기억 검색 장치가 기능부전에 빠진다. 이런 까닭에 임사체험자들은 과거의 경험이 파노라마식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게 된다. 또한 측두엽 발작 때문에 체외 이탈 등의 환각이 일어난다고 한다.


마지막 단계에서는 측두엽의 발작에 의한 방전형상이 뇌내로 퍼져나간다. 이것은 시각을 관장하는 후두엽으로 퍼져나가게 되고 그 때문에 임사체험자는 눈부신 빛을 보게 된다고 뇌내 현상설은 설명한다.


아직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다


뇌내 현상설은 얼뜻 보기에는 그럴 듯하지만 여기 든 주장 하나하나에 대해 반박이 가능하다. 실체 체험설의 옹호자들은 뇌내 현상설이 임사체험의 극히 일부만을 설명해줄 뿐이라고 여기고 있다. 영국 모리스톤 병원의 집중치료실에서 13년째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사르토리(Sartori)박사는 5년간에 걸친 연구에서 다음과 같은 사실을 명확히 했다. 현재의 의식에 관한 과학적인 관점을 고려해볼 때 임사체험이 신경학적 과정의 부산물이라는 입장은 설명되지 않는다. 뇌사의 상태에서도 분명하고 명석한 체험을 한다는 사실은 현재의 과학적인 신념으로 설명되지 않는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렇다고 해서 실체 체험설이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실제 체험설 역시 구체적인 모델을 갖고 있지 못하다. 실제 체험설이 가진 최대의 약점은 경험은 많은데 증거가 없다는 점이다. 물론 반박할 수 없는 체험은 많이 있다. 하지만 그것 역시 어디까지나 주관적 체험일 뿐 객관적인 증거가 될 수 없다는 데에 문제가 있다.


다치바나(立隆)는 “임사체험”에서 수많은 인터뷰와 문헌연구를 통해 뇌내 현상설과 현실 체험설 모두에 약점이 있다는 것을 밝혔다. 어느 한쪽을 압도할 만한 설명을 양쪽 모두 갖고 있지 못하니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석할 수 있다는 식으로 결론을 내렸다. 그리고 임사체험자의 경험이 실제이든 환각이든 그들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삶을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면 뇌내 현상설이면 어떻고 현실 체험설이면 어떠냐는 식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그러나 다치바나의 “임사체험”이 발간된 이후 현실체험설의 손을 들어주는 케이스가 나타나고 있다. 심장외과의 마이클 세이봄(Michael Sabom) 박사가 1998년에 발간 된 그의 책 “빛과 죽음(Life and Death)”에 소개한 팸 레이놀즈(Pam Reynolds)의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팸 레이놀즈는 뇌 동맥류로 고생하던 환자였다. 동맥류란 뇌동맥에 생긴 혹을 말한다. 동맥류의 위치와 크기가 통상적인 수술로는 제거하기가 어렵다고 보였다. 그래서 저체온 심정지(hypodermic cardiac arrest)라고 불리우는 새로운 수술법이 아니고서는 생명을 건질 수 없다고 보았다.


이 수술법은 환자의 체온을 섭씨 15도 정도로 낮추어 심장박동과 호흡을 완전히 정지시키는 방법이다. 이 수술과정에서는 뇌파는 직선을 그리고 머리 부분의 혈액은 완전히 뽑아낸다. 속된 말로 하자면 완전히 죽여 놓은 후에 수술을 하는 것이다.


뇌사를 판정하는 임상적 테스트에는 세 가지가 있다. 우선 뇌파를 측정하는 EEG가 완전히 직선을 긋는 것이다. 이것은 뇌의 가장 바깥부분인 대뇌 피질이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두 번째로는 뇌의 가장 아랫 부분인 뇌간의 반사가 없어야한다. 마지막으로 뇌로 혈액이 유입되지 않는다는 증거가 필요하다. 팸 레이놀즈의 경우, 이 세 가지 조건 모두를 만족시켰다. 완전한 뇌사 상태였다는 말이 된다.


팸의 모든 신체적 기능이 정지하자 의사는 외과용 톱으로 그녀의 두개골을 절개했다. 이 때 팸은 신체에서 이탈해 수술대위의 공중을 맴돌고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는 수술에 몰두하고 있는 의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녀에게는 전동 칫솔처럼 보인 외과용 톱을 가지고 두개골을 절개하는 것을 보았다. 팸은 이때 간호원이 그녀의 정맥과 동맥이 너무 가늘다는 말을 하는 것을 들었다. 그리고 그 이후는 수술실을 나가 전형적인 임사체험을 겪었다. 할아버지를 만나고, 빛의 존재를 만나고, 파노라마식의 인생회고를 하고....


수술 후 팸은 수술동안 자기가 본 것과 들은 것을 모두 이야기했다. 수술실의 전경과 수술실의 장치들, 수술하는 모습. 모두 사실과 일치했다. 외과용 톱을 그리기도 하였는데 실제의 톱과 똑같았다. 그녀는 이 외과용 톱을 볼 수도 없었고 본 적도 물론 없었다. 이런 종류의 톱은 보통 사람이 쉽게 볼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케이스는 뇌내현상설로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질 않는다. 환각을 보려고 해도 뇌는 기능하고 있어야 한다. 뇌가 죽은 상태에서 환각을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임사체험을 둔 대립은 여전히 진행중


물론 이런 케이스가 나타났다고 해서 실제 체험설이 바로 받아들여지지는 않는다. 사회의 통념이란 그렇게 강하고 굳센 것이다. 하지만 이른바 초상현상이라면 안 낄 때 낄 때 안 가리고 끼어드는 회의론자(skeptics)들이 이 케이스에 대하여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것이 묘하다.


네덜란드의 심장외과의 핌 반 롬멜이 소개하는 케이스도 흥미롭다. 한 남성이 혼수상태로 심폐소생실로 실려 왔다. 모든 심폐소생술이 총동원되었지만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뇌의 기능은 정지했고 뇌파계에는 일직선으로 뻗은 선이 계속되었다. 의사들은 기관에 튜브를 넣어 호흡을 보조하는 기관내 삽관을 실시했다. 이 때 환자가 하고 있는 틀니가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틀니를 빼고 나서 튜브를 삽입해 소생처치를 계속했다. 1시간 후 환자의 심장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혈압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소생에 성공한 것이다.


그로부터 며칠 후, 그 환자가 간호부에 이렇게 말했다 "자 이제 틀니를 돌려줄 때가 되었는데...그 때 카트의 서랍에 넣어 두었잖아?“


 틀니를 카트의 서랍에 넣어두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나 심폐소생 처치 시에 그의 뇌는 정지해있었을 터였다. 간호사가 의아해하며 어떻게 알았느냐고 문자, 그는 자신이 죽어가는 순간을 위에서 보고 있었다고 대답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심폐소생실의 모습과 의사들의 처치에 대하여 그는 세세하게 설명을 하기도 했다. 그는 위에서 그 모습을 보면서 의사들이 자신의 소생을 포기하지 않을까 겁이나 자신이 아직 살아있는 것을 알리려고 노력했다고까지 말했다.


뇌사상태에서의 임사체험은 뇌와 마음의 관계라는 그리이스 시대로부터 계속되고 있는 인간존재의 가장 기본적인 문제에 의문점을 던져준다. 지금은 과거와는 달리 뇌과학에서 뇌와 의식이라는 문제에 관해 상당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뇌 과학에서는 의식이란 뇌의 작용의 산물일 뿐이라고 보고 있는 입장이 주류이지만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어갈 지는 아직은  모른다. 연구들이 거듭되다 보면 잘하면 10년 안에 뇌와 의식의 문제를 풀 단서가 나타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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