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후 뜨거웠던 신혼이 지나고 몇 년쯤 지나다 보면 부부간의 대화도 적어지고 서로 쳐다보는 시간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이러다 한 10년쯤 지나다보면 부부는 필요한 말이나 나누는 사이가 되어버린다. 서로 쳐다보는 시간도 대폭 줄어들면서 소가 닭 보듯 하는 사이가 되기도 한다.

세상이 이렇다 보니 서로 뜨겁게 응시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나이 좀 먹은 남녀들을 보면 우리는 “저 사람들은 부부가 아니라 불륜관계다”라고 단언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는 예외란 것이 많아, 결혼생활이 10년, 20년 지났으면서도 서로 눈동자를 응시하면서 대화하는 부부도 적지 않다. 과연 이들은 사랑하기 때문에 눈동자를 마주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일까?

대인관계는 아이 컨택트에 의하여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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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을 나눈다든지, 서로 직시한다든지, 시선을 피하는 식의 시선과 관련돤 일련의 행동을 사회심리학에서는 시선행동이라고 부른다. 시선행동에 관한 연구는 2가지로 대별된다.

우선 시선을 보내는 사람의 감정이나 태도와 같은 내적 상태가 시선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가에 관한 연구가 있다. 이것을 encoding연구라고 부른다.

두 번째로는 시선이 서로 주고받는 사람들의 관계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는가에 관한 연구가 있다. 이것을 decoding 연구라고 부른다.

다니엘 스턴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대인관계에서 시선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기와 엄마에게 시선은 대단히 중요하다. 부모와 자식의 인연은 아이 컨택트(eye contact)에 의하여 시작된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시선신호의 송신과 수신이라는 상호작용에 의하여 대인행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것은 어른끼리 대인관계를 시작하는 데에도 그대로 들어맞는다. 즉 대인관계란 상대방과의 아이 컨택트에 의하여 시작되든지 말든지 하는 것이다”.

또한 많은 연구자들이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에서 시선이 차지하는 역할을 대단히 강조하고 있다.

Kendon은 대인관계에서 시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은 3가지로 보고 있다.

모니터 기능(정보수집, 피드백): 상대방의 행동과 표정을 읽어, 자신이 어떻게 대처할까를 조절하는 피드백 역할을 한다.

상호적 전개의 조절기능: 시선의 움직임은 말하는 역할과 듣는 역할을 교대하는 신호가 된다.

표현기능: 상대방에 대한 태도나 감정을 시선의 움직임이나 시선량(어느 정도 상대를 쳐다보는가)으로 전달한다.

많이 쳐다본다고 좋은 사이인 것은 아니다

이미 4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시선행동 연구에서는 대단히 흥미로운 결과가 많다. 시선량이 많은 것이 반드시 긍정적인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결과를 보여주는 연구들이 대표적이다.

(1)거의 시선을 주지 않는다, (2)말하고 있을 때만 시선을 준다, (3)듣고 있을 때만 시선을 준다, (4)보통 정도의 시선을 준다, (5)시선을 떼지 않고 계속 쳐다본다라는 5가지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호감은 (1)에서 (4)까지는 증가했지만 (5)에서는 뚝 떨어졌다. 상대방을 빤히 쳐다보며 말하거나 듣는 사람은 호감은커녕 오히려 불쾌감을 줄 수도 있는 것이다.

Cook와 Smith도 비슷한 결론을 내리고 있다. (1)보통의 시선, (2)계속 주시하는 시선, (3)피하는 시선의 3조건 가운데에서 보통의 시선일 경우 호감도가 가장 높았던 것이다. 결국 대화할 때 상대와 눈을 맞추지 않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빤히 쳐다보는 것은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는 것을 연구결과들은 시사하고 있다.

연인 사이에서는 서로 쳐다보는 시간, 즉 시선량이 많을수록 뜨거운 관계라는 잘 알려져 있다. 연애심리학의 권위인 Rubin은 강한 연애감정의 커플은 약한 커플보다 서로 쳐다보는 시간이 길 뿐 아니라 서로 눈을 맞추는 직시량도 월등히 많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남성의 경우 말할 때 상대를 직시하고 여성의 경우는 말을 들을 때 상대를 직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일본의 사회심리학자 다이보(大坊)는 상대와 눈을 맞추는 행동은 자신의 호의를 상대에 전할 때 뿐만 아니라 상대방으로부터 승인을 구한다든지 상대에게 바람직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것은 연인이나 친구 사이에서나 들어맞을 뿐 부부로 가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는 듯하다. 다이보의 연구에 따르면 사이가 나쁜 부부일수록 상대방과 눈을 맞추고 말을 하는 경향이 있었다. 자신의 말을 남편이나 부인이 어떻게 받아들이지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상대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하는 것이다.

상대방의 반응을 일일이 확인하지 않고서는 제대로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부 사이에서는 위에서 말한 시선의 기능 가운데에서 표현기능은 완전히 상실되고 상대방의 표정을 읽어 어떻게 대처할까를 조절하는 피드백 기능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하루에 10분 정도라도 눈을 맞추면서 말해보자

사실 사이가 좋은 부부는 서로 눈을 맞추면서 말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신전심으로 뜻이 잘 통하니 굳이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면서 반응을 일일이 확인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부부란 서로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앞을 보면서 삶이라는 험한 파도를 헤쳐나가는 사이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시선의 가장 중요한 기능인 표현 기능을 죽인다는 것은 아까와도 너무 아깝다.

결혼하신 분들이라면  적어도 하루에 10분 정도라도 부부끼리 눈동자를 맞추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보는 것은 어떨까. 단기적으로는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큰 효과가 있다고 단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