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 장녀는 자존심이 낮다

사회심리학 2007/10/21 08:18 posted by Rokea
흔히들 장남이나 장녀는 자존심이 세다고 한다. 하지만 사회심리학의 연구결과를 보는 한 장자들의 자존심은 높지가 않다. 오히려 장자 이외의 사람들보다 낮은 경우가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어하는 친화욕구(親化欲求)란 것이 있다. 모든 욕구가 그렇듯이 친화욕구에도 상당한 개인차가 있고, 또 불안하거나 무서울 때 친화욕구가 높아진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샤흐터(Schachter, S.)는 불안이 친화욕구의 주요한 결정인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장기간 고립상태에 처했던 사람들이 강한 불안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샤흐터는 이런 생각하에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불안할수록 친화욕구가 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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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대상자는 여자 대학생들이었다. 실험실로 찾아 온 여자 대학생들에게 실험을 주재하는 사람은 “이 실험은 전기쇼크에 대한 다양한 생리적인 반응을 측정하는 것이 목적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후 여대생들이 직접 전기쇼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서 실험대상자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졌다. 한 그룹은 고불안 조건 그룹으로서 이 그룹에 속한 사람들에게는 “솔직하게 말씀드려, 전기쇼크는 대단히 불쾌하고 고통스럽습니다. 물론 상처는 남지 않습니다만.” 이라고 말하며 잔뜩 겁을 주었다.


또 하나의 그룹은 저불안 조건으로서 이들에게는 “전기쇼크라고 하지만 이것은 대단히 약해서 절대 아프지 않습니다. 약간 따끔할 정도일 것입니다”라며 실험대상자들을 안심시켰다.


이와 같은 절차가 끝나면 실험자는 실험준비에 10분 정도 걸리니 옆방에 가서 기다리라고 했다.  혼자서 기다려도 좋고, 다른 학생과 함께 있어도 좋다고 이야기하며 어느 쪽을 택할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이 실험의 목적은 실험대상자가 혼자서 기다리는 것을 택하느냐 아니면 다른 학생과 함께 기다리는 것을 택하는가를 알아보는 것이었다. 혼자서 기다리던 함께 기다리던 상관없다는 대답도 가능했다.


조건

함께

상관없다

혼자서

고불안

저불안

20명

10명

9명

18명

3명

2명


샤흐터는 고불안조건의 사람들은 친화욕구가 높아진 상태이기 때문에 저불안조건의 사람들보다 함께 기다리는 것을 더 많이 선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표에 나타나있는 대로 그 예상은 그대로 들어맞았다. 저불안 상태에서는 33.3%인 10명만이 함께 기다리는 것을 선택한데 비해 고불안조건에서는 62.5%인 20명이나 되었던 것이다.


장남, 장녀일수록 강한 친화욕구

샤흐터의 친화욕구에 관한 일련의 실험에서 드러난 의외의 결과는 출생순위에 따라 친화경향의 차이가 두드러졌다는 점이었다. 표와 같이 실험에서 장남, 장녀(외아들, 외딸 포함)는 다른 사람에 비해 두드러지게 강한 친화경향을 보여주었다. 장자의 경우 66.6%인 32명이 함께 기다리는 것을 선택했지만 그 이외의 사람들의 경우는 35%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출생순위

함께 기다린다

혼자서 기다린다

아무래도 상관없다

장남, 장녀

그 이외

32명

21명

16명

39명


샤흐터는 이러한 차이를 보여주는 주된 이유로 장자들의 의존성(dependency)를 들었다. 이러한 출생순위 효과가 육아환경이나 양친의 육아태도에서 기인되는 것이라 보았던 것이다. 즉 첫째 아이들은 젊은 부모들로부터 지나칠 정도의 보호를 받기 마련이다. 따라서 불안한 일이 있더라도 부모들이 즉시 그것을 없애준다. 이러한 경험이 쌓여가면서 장자들은 의존적이 되었고 그 결과 친화욕구가 강하게 된 것이라고 샤흐터는 설명했다.


출생순위효과, 자존심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짐바도(Zimbardo, P. G.)와 포미카(Formica, R.)는 이러한 설명의 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자존심이라는 요인으로도 출생순위효과를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고 하며 그것을 입증하는 실험을 실시하기도 했다.


짐바도와 포미카의 설명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장자는 양친으로부터 큰 기대를 받고 장자는 또 기대에 부응하려고 한다. 하지만 장남이나 장녀에게는 자기를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 있는 나이 어린 대상이 주위에 없는 것이 보통이다. 따라서 어쩔 수없이 어른들을  모델로 삼을 수밖에 없다. 어린 아이가 어른을 모델로 하다보면 요구수준이 높아져 결국 자신감을 잃기마련이고 그 결과 자존심이 저하되기 쉽다.


이에 비하여 장자 이외의 사람들은 장남이나 장녀만큼 큰 기대를 받는 것도 아니고 또 자기를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형이나 언니, 누나 등 비슷한 또래를 얼마든지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장자와는 달리 안정된 자기평가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장자는 자존심이 낮기 때문에 열등감이나 부적응감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다른 사람의 지지와 승인을 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또한 자기평가 기준이 안정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낯선 상황에 마주치면 자기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기준으로 자기를 평가하려는 친화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장남과 장녀가 자존심이 세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물론 주위에서 보는 장남과 장녀의 상당수가 자존심이 강한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혹시 장남과 장녀가 자존심이 강해 보이는 것은 자존심이 진짜로 강해서가 아니라 자기방어의 한 수단으로서 자존심을 일부러 부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번 10월29일자 타임지에는 출생순위에 관한 기사 “The Power of Birth Order"가 커버스토리로 실렸다. 그 기사에 보면 “많은 가정에서 첫 번째 아이는 하버드대에 들어가고 두 번째는 그렇지 못했다”는 식의 장남, 장녀가 들으면 고무적인 부분이 대단히 많다. 위에서 말한 출생순위효과에 관한 고전적인 연구들과 그 기사를 비교해보면 흥미로울지도 모른다.


PS 참고로 저는 장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