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믿을 수 없다(2)

사회심리학 2007/12/06 11:21 posted by Rokea
 

요즘 월요일이면 각종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다. 이번 주 발표된 여론조사를 유심히 본 분들 가운데에는 서울신문의 조사결과를 보고 의아하게 생각했던 분들이 있었을지 모르겠다.

다른 신문들이 발표했던 지지도들보다 서울신문이 발표한 지지도가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동아일보의 조사결과는 이명박 39.2%, 이회창 18.0%, 정동영 15.6%, 조선일보의 경우는 이명박 35.7%, 이회창 18.5%, 정동영 14.0%로 종래와 별 차이가 없었으나 서울신문의 경우는 이명박 28.8%, 이회창 15.9%, 정동영 11.5%로 다른 여론조사에 비해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 두드러지게 낮았던 것이다.


신문사에 따라 10% 이상 차이나는 1위의 지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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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의 39.2% vs 서울신문의 28.8%, 양자는 무려 10% 이상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같은 시기에 비슷한 방법으로 이루어진 조사에서 왜 이렇게 큰 차이가 나타났을까?


보통 여론조사에서 지지도를 물어볼 때 두 번 물어본다. 첫 번째 물어보았을 때, 대답을 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첫 번째 응답한 사람과 두 번째 응답한 사람들의 반응을 합하여 지지도나 호감도로 발표한다.


이렇게 두 번 물어보는 것은 무응답층을 적게 하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선거를 앞두지 않은 여론조사의 경우, 무응답층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노력이다.

서울신문의 조사에서는 다른 여론조사와는 달리 투표할 후보에 대해 질문을 한번 했다. 따라서 다른 신문에 비해 지지도나 호감도가 낮을 수밖에 없고 그것이 20%대라는 수치로 나타난 것이다.


그렇다면 어느 쪽 조사 결과가 현실에 더 가까울까? 지지후보를 묻는 첫 번째 질문에 대답한 사람과 두 번째 질문에서 마지못해 응답한 사람들 간의 차이는 없는 것일까? 양자를 단순 합계하여 지지도로 발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일까?


지금 시점에서 지지후보를 두번 물어볼 필요는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투표일을 코앞에 둔 지금 시점에서 지지후보를 두 번 물어보는 것은 여론을 왜곡할 우려가 있다.  아직까지 찍을 후보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지지하는 후보를 확실하게 말해달라는 것은 횡포일 뿐 아니라, 이러한 방식은 1위를 기록하고 있는 후보의 지지도를 뻥튀기할 가능성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투표행동연구에서는 두 번째에 마지못해 대답한 사람들을 리너(leaner)라고 부른다. 리너는 어느 한 쪽을 완전히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쪽으로 약간 기울어 있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리너는 첫 번째 응답하는 적극적인 지지층과는 상당히 다르다.


리너는 정치에 관한 관심이 높은 편이지만 이슈 여하에 따라 지지정당이나 지지후보가 없는 무당파층으로 움직이기 쉽다. 또 실제의 투표에서 기권하기 쉬운 경향이 있다는 것이 투표행동연구에서는 잘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첫 번째에 응답하는 적극적 지지층과 리너의 반응은 같은 값이 아니며 이것을 단순 합계하여 지지도로 발표하는 조사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투표행동연구에서는 단순 지지도보다는 얼마나 강하게 지지하느냐 하는 지지강도가 더 중요하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면접조사를 통한 투표행동조사에서는 얼마나 강하게 지지하는 지를 1점에서 100점까지의 사이의 수치로 측정하는 감정온도계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당선될 것 같은 후보를 찍고 싶어 하는 밴드웨건 효과와 확률로 따져볼 때 리너는 1위를 달리고 있는 후보에 더 많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앞에서도 말했듯이 리너들은 정세의 흐름이나 이슈에 따라 기권하기가 쉽다. 따라서 리너의 지지율이 투표일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보는 데에는 무리가 있다. 대세의 흐름이 꺾이는 순간 리너는 이탈하는 것이 보통이다. 리너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 몇몇 언론은 대세 몰이를 할 것이다.


결국 지금 발표되는 1위의 지지도에는 허수가 상당히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이러한 허수가 포함된 지지율로 지금 언론들은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


20%대와 40%대의 의미는 전혀 다르다

지지도 40%대와 20%대라는 수치가 유권자들에게 던져 주는 의미에는 지대한 차이가 있다. 지지도 40%란 대세론이라 보아도 무방할 만큼 높은 수치이다. 이러한 수치를 보여주는 여론조사가 거듭 발표되다보면 1위 후보를 싫어하는 유권자들은 무기력해지기 쉽다. 그 결과 해보아야 안 될 것이 뻔하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지지도 20%대라면 사정은 전혀 달라진다. 20%대의 지지도라면 대세론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얼마든지 뒤집힐 수 있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쩔 수 없는 불쾌한 자극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면 학습성 무력감에 빠진다. 지금 반이명박 유권자들은 일종의 정치적 학습성 무력감에 빠져 있다. 온갖 부도덕한 추문이 밝혀져도 꿈쩍도 하지 않는, 게다가  압도적인 이명박 후보의 지지율이라는 불쾌한 자극에 반복해서 노출되어 왔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요즘 우울하다는 기사들로 블로고스피어와 각종 게시판은 넘쳐 나고 아무리 부도덕해도 돈만 벌면 다 된다고 생각하는 한국 사람과 대한민국이 싫어졌다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하지만 우울해할 필요는 전혀 없다. 지금보고 있는 높은 지지도는 전혀 불쾌한 자극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것은 우리를 불쾌하게 만들려고 만들어낸 위장 지지도일 뿐이다. 앞으로 1주일간이라도 여론조사 발표에는 첫번째 질문에서 지지하는 사람을 밝힌 응답자와 두번째 질문에서 밝힌 응답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를 밝혀야 한다.

그러한 비율을 밝히지 않고 1위 후보의 높은 지지율만을 강조하면서 대세론을 주장하는 듯한 조사결과를 보면 “놀고 자빠졌네”라고 생각해버려도 무방하다.
대한민국 사람들, 요즈음의 여론조사 결과에 나타난 만큼 절대 바보가 아니다.


우리가 할 일이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든 투표일에 가서 자기가 좋아하는 후보를 찍는 것이다. 물론 지금의 구도는 바뀌어야 하고 바뀔 것이다. 정치적 학습성 무기력감에 사로잡혀 내가 한표를 던져봐야 뭐가 달라질까라고 생각하면서 기권을 한다는 것이야말로 언론의 여론몰이에 패배하는 것이다. 저급한 페이크에 속아 귀중한 한 표를 버린다면 그것이야말로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적어도 이번 선거에서는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