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나 결혼에서 그 중요성이 간과되곤 하는 것이 근접성이란 요인이다. 연애에서 근접성의 요인이란 두 사람이 사는 곳이나 일하는 곳이 지리적으로 가까워야 사랑이 꽃을 피우기 쉽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근접성 요인의 중요성을 최초로 체계적으로 실증한 사람은 미국의 사회학자 보사드이다. 보사드는 5천명의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통하여 34%의 사람들이 5블럭 이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과 결혼하고 있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사는 장소가 멀면 멀수록 결혼에 성공하는 비율이 낮아진다는 것도 분명하게 했다. 보사드는 이러한 결과를 두고 “큐피드는 화살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멀리 날아가는 데에는 부적합한 모양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연애 당사자들끼리 가깝게 산다는 것은 여러모로 이점이 있다. 우선 심리적, 경제적 비용이 덜 든다. 가깝게 사는 사람들끼리라면 들여야 하는 비용이 적기 때문에 언제든지 부담 없이 쉽게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잔머리는 굴려야 한다,
이와는 달리 멀리 떨어져 사는 커플들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한번 만날 때 들여야 하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가깝게 사는 커플들에 비하여 만나는 시간과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것이 사랑을 열매 맺게 하는 데에 장애가 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까닭에 미래의 결혼상대자는 반경 70m안에 있다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심리학자도 있다. 극단적인 주장이기는 하지만 대인매력에 관한 연구나 관련 통계를 보면 전혀 허황된 소리도 물론 아니다. 여기에서 거리의 기점은 집만이 아니라, 직장, 써클, 학원 등 다양한 장소가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자주 본다는 것은 연애관계 진전에 대단히 도움이 된다. 자주 보는 것 자체도 물론 연애감정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자주 본다는 것 자체보다 더 큰 이점은 자주 만남으로써 상대방에게 호의를 베풀 기회가 많아진다는 데에 있다. 사람은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는 덩달아 호의를 베풀고 호감을 느끼는 경향이 있다. 자주 만나다보면 사소한 부탁이나 도움이 생겨나게 마련이고 그것들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연애감정이 고조되는 것이 보통인 것이다.
지리적 근접성만큼 중요한 것으로 관계적 근접성 요인이 있다. 관계적 근접성이란 인간관계 면에서 얼마나 가까운가를 의미한다. 사람들은 관계적 근접성이 큰 사람들과 연애나 결혼을 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결혼한 커플들에게 어떤 계기로 만나게 되었느냐고 물어보면 단번에 알 수 있는 사실이다. 표는 일본의 내각조사부가 실시하고 있는 출생기본동향조사에서 부부가 만나게 된 계기에 관해 조사한 결과이다. 이 조사는 결혼한 지 5년 이내의 초혼커플들을 대상으로 하여 이루어졌다, 출생기본동향조사는 5년마다 실시되는 계속조사의 하나로 일본에서 상당히 공신력이 있는 조사 가운데 하나이다.
조사 결과를 보면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응답은 “직장이나 일 관계”로 만나게 되었다는 커플로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오피스커플이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이 깨어있는 상태에서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것이 직장이다 보니, 거기에서 만남이 비롯될 확률이 대단히 높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친구, 형제, 자매 소개를 통해서라는 응답이야말로 관계적 요인의 근접성이다. 동생의 친구라든지 친구의 동생과 결혼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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년도 |
직장, 일관계 |
친구, 형제 자매 소개 |
학교 |
거리, 여행지 |
서클 클럽 |
아르바이트 |
이웃 |
중매 |
기타 |
|
1982년 |
25.3 |
20.5 |
6.1 |
8.2 |
5.8 |
- |
2.2 |
29.4 |
2.5 |
|
1987년 |
31.5 |
22.4 |
7.0 |
6.3 |
5.3 |
- |
1.5 |
23.3 |
2.7 |
|
1992년 |
35.0 |
22.3 |
7.7 |
6.2 |
5.5 |
4.2 |
1.8 |
15.2 |
2.0 |
|
1997년 |
33.5 |
27.0 |
10.4 |
5.2 |
4.8 |
4.7 |
1.5 |
9.7 |
3.1 |
|
2002년 |
32.9 |
29.2 |
9.3 |
5.4 |
5.1 |
4.8 |
1.1 |
6.9 |
5.2 |
|
2005년 |
29.9 |
30.9 |
11.1 |
4.5 |
5.2 |
4.3 |
1.0 |
6.4 |
6.8 |
표를 보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지리적 근접성이다. 지리적 근접성과 관련이 있는 “직장, 일 관계”, “학교”, “서클이나 클럽”,“아르바이트”, “이웃”이라는 응답을 합하면 60% 이상의 사람들이 지리적 근접성의 도움으로 결혼에 골인하고 있던 것이다.
이에 비해 드라마나 영화 속의 만남의 계기가 되곤 하는 여행지나 거리에서의 만남은 현실생활에서는 대단히 드물었다. 그 뿐 아니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점점 더 낮아지고 있었다 즉 1982년의 경우 “여행지나 거리”에서의 우연한 만남이 결혼의 계기가 되었다는 커플들이 8.2% 정도 있었지만 23년이 지난 2005년의 경우는 4.5%에 불과했던 것이다.
일본에서 지리적, 관계적 요인이 대단히 중요하게 된 것은 중매결혼의 몰락 때문이다. 떨어져 사는 사람들끼리 서로 만나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중매결혼이 극적으로 감소함으로써, 지리적, 관계적 근접성 요인의 중요성이 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1935년의 경우 전체결혼에서 중매결혼이 차지하는 69.0%에 달했다. 반면 연애결혼은 13.4%에 불과했다. 이렇던 중매결혼의 비율이 점점 낮아져가다 1970년에는 44.9%를 기록, 48.7%를 기록한 연애결혼에 추월당한다. 중매결혼은 그 후로도 계속 감소해 2005년의 경우에는 6.4%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연애결혼은 87.2%를 기록, 지금 일본은 연애결혼의 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지금 일본에서는 중매결혼을 통하여 결혼에 이르던 남성들이 결혼전선에서 대거 탈락하는 부작용마저 나타나고 있다.
인간관계의 희박화와 중매결혼에 대한 거부감으로 우리 사회도 일본과 비슷한 길을 밟아갈 것이고, 밟아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들은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다면 상대를 먼 데서 찾아 보아야 쓸 데 없는 일일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해준다. 인연은 의외로 가까운 데에 있는 법이다. 인연은 지금 두 눈으로 보이는 범위 안에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