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TV에서 8월 11일~13일에 방영될 예정인 “상황심리 프로젝트-인간의 두 얼굴”에서는 사회심리학의 성과들을 바탕으로 우리의 행동에서 상황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고 있는가가 분석된다고 합니다. 밑에 프로그램 홍보내용을 보시면 잘 알 수 있지만 프로그램 제작에 상당히 공을 들인 것 같습니다.

TV에서 사회심리학의 연구 성과가 산발적으로 다루어진 경우는 많았으나 이번 “인간의 두 얼굴” 처럼 종합적으로 소개되는 것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사회심리학을 소개하고 있는 저로서는 대단히 반가운 일입니다.

프로그램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회심리학자들의 인터뷰가 수록되어 있어 그분들의 육성을 들어볼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사회심리학의 고전적인 실험들이 재현되는 것도 볼 거리일 듯합니다.

프로그램에는 유멘시아에서 다루어진 연구들이 많습니다만, 영상으로 보는 것은 텍스트로 읽는 것과는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해줄 듯합니다.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아무쪼록 일견하시어 인간이해의 폭을 넓히는 기회로 삼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몇마디 코멘트를 하기는 했으나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습니다. 이하는 방송사쪽에서 보내준 방송안내문을 제가 적당하게 편집한 것입니다.

무엇이 우리를 두 얼굴로 만드는가?

방송일자: 8월 11일(월)~13일(수) 밤 11시10분~12시
연출 : 지식정보 정성욱

딜레마(Dilem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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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당신은 교실에 앉아 시험을 보고 있다. 교실 안에는 나 말고도 5명이 더 앉아 있다.

한참 문제를 풀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매캐한 연기가 스며들어와 자욱하게 퍼진다. 연기를 발견한 당신. 밖에서 불이라도 난 것일까? 놀란 표정으로 점점 짙어지는 연기와 주변 사람들을 번갈아 바라본다.

그러나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계속 시험지만 풀고 있다. 옆 사람에게 이상하지 않냐고 물어보았지만 어깨만 으쓱할 뿐 별 반응이 없다.

당신 앞에는 아직 풀어야 할 문제가 남아있고 곧 시험 시간이 끝난다. 당신은 그냥 앉아서 문제를 풀 것인가? 아니면, 혼자서 이 연기 나는 교실을 나갈 것인가?

2.
시력검사를 받으러 안과에 갔다. 검사기에 눈을 대고 이것저것 묻던 의사가 갑자기 혀를 내밀어 코끝에 갖다 대고 눈동자를 굴려보라고 한다. 이상한 시력 측정법이다. 그런데 이번엔 컵에 물을 담아 주더니 배꼽에 물을 열 번씩 바르라고 하고 신발을 벗어 들고 토끼뜀을 10번하라고 한다.

대체 이게 시력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의사는 분명히 이 분야의 전문가로 나보다 더 많은 정보를 알고 있다. 당신이라면 의사에게 왜 이걸 해야 하느냐고 따져 물어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의사가 시키는 것을 따라할 것인가?

3.
봄날 오후 한강시민공원에 나들이를 갔다. 혼자 책을 보고 있는데 옆 자리에 있던 사람이 화장실에 간다. 그때 한 남자가 주변을 어슬렁거리더니 옆 사람의 가방을 들고 유유히 사라진다. 저 남자는 도둑일까? 아니면 가방 주인과 아는 사이일까? 아무리 봐도 수상쩍다. 이때 당신이라면 그 남자를 붙들고 왜 남의 가방을 가져가느냐고 물어볼 것인가? 아니면 그냥 모르는 척 책을 볼 것인가?

4.
일곱 사람이 회의실에 모여 앉아 있다. 칠판엔 세 가지 길이의 선이 그려져 있다. 팀장이 들어와 막대기를 보여주며 이 막대기와 같은 길이의 선이 어떤 것이냐고 물어본다. 답은 두 번째 선이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 앞에 앉은 사람들이 하나같이 답은 첫 번째 선이라고 대답하는 게 아닌가. 혹시 내가 잘못 본 것일까? 여기서 다른 답을 말하면 혼자만 이상한 취급을 받는 게 아닐까? 드디어 마지막으로 내가 대답할 차례가 왔다. 당신은 정답을 말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 답하는 대로 그냥 묻어갈 것인가?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니?” - 그러나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이 네 가지 딜레마는 취재진이 했던 실험들 중 일부다. 실험 결과는 프로그램을 통해 공개될 것이다. 미리 힌트를 말한다면, 인간은 개인이 가진 됨됨이나 성격보다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느냐에 따라 다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흔히 나쁜 일을 저지르거나 바보처럼 구는 사람을 보면서 “어떻게 사람이 그럴 수가 있니?”라고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행동의 원인을 그 사람 개인의 특성이나 기질적인 성향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걔는 원래 사람이 그래” 또는 “그 사람 좀 이상하다” 라는 식이다.

그러나 인간의 행동은 그때 그 장소에서 일어난 상황에 의해 지배당한다. ‘나는 절대 안그래’ 라는 말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말이다. 상황의 힘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하다. 오히려 상황의 힘에 휩쓸리는 것이야말로 평범한 인간들의 모습이다.

상황심리 프로젝트 인간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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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 상황의 힘은 상황에 지배당하는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상황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인정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2부 사소한 것의 기적은 인간이 상황을 지배하고 상황을 바꾸는 이야기다. 인간의 행동을 바꾸고 싶다면 상황을 바꿔라.
 
상황을 바꾸는 것은 지옥을 천당으로 바꾸는 것처럼 엄청난 일이 아니다.

3부 평범한 영웅에서는 바로 이 사소한 기적을 이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위기의 순간, 지하철에 떨어진 사람을 구해낸 의인들. 그들은 불과 몇 초밖에 되지 않는 아주 짧은 순간, 상황을 정확히 판단하고 그 상황 속에 뛰어들어 상황을 바꿔낸다. 더 중요한 것은 상황의 힘에 의해 악이 퍼져 나가듯, 선도 퍼져나간다는 사실이다.

이 프로그램은 2003년 대구지하철화재참사, 2007년 버지니아텍 조승희 사건, 우리 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군대 및 체대생들의 폭력사태, 교실 왕따 등을 상황 심리로 접근함으로써 인간 개개인의 윤리에만 호소해왔던 기존의 방식을 뒤집고 인간 행동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틀을 제공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노력했다.
 
또한 인간 행동을 관찰할 수 있는 다양한 실험틀을 연구, 관찰 카메라를 이용해 특정 상황에 빠진 인간의 자연스러운 행동을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실험의 진짜 목적을 모른 채 15가지 인간 행동 실험에 참여하고, 이후 실험 내용의 방송을 허락해 준 450명의 실험 참가자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뜻을 전한다.

“당신이 만든 이 프로그램이 사람들을 바꾸게 할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국내외 12명의 사회 심리학자들이 함께 했다. 특히 필립 짐바르도(스탠포드대), 빕 라타네(콜롬비아대), 알란 엘른(UC데이비스대), 조지 켈링(범죄학자), 스콧휴텔(듀크대)과 같은 미국내 저명한 사회 심리학자들은 취재진이 준비해 간 실험 영상을 하나하나 지켜보며 각각의 실험을 분석했다.

특히 스탠포드 감옥 실험으로 유명한 세계적인 심리학자 필립 짐바르도는 취재진의 실험 영상에 큰 관심을 보이며 자료 교류를 요청하기도 했다. “당신이 만든 이 프로그램이 사람들을 바꾸게 할 것입니다” 뉴욕 제노비스 사건을 연구했던 빕 라타네가 취재진에게 마지막으로 던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