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1년 넘어 해보니

분류없음 2008/08/02 01:03 posted by Rokea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려면 이름과 도메인을 정해야 한다. 이름은 적당히 정한다 하더라도 도메인 이름은 상당히 골칫거리이다.

왠만한 이름은 이미 누군가가 다 등록해 버렸기 때문이다. 나 역시 처음 블로그를 시작할 때 도메인 이름 때문에 고생했다.

찾아 보니 심리학과 관련된 그럴싸한 이름의 도메인은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렇다면 한번 만들어보자고 해서 만든 이름이 유멘시아(umentia)였다.

유멘시아란 좋은 마음으로 가득찬 상태

유, 즉 "u"나 "eu"는 유토피아라는 단어에서 보듯이 좋다는 의미를 갖는다. “ment‘란 mind, 즉 마음을 의미하는 라틴어이고 ia는 어떤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유멘시아란 좋은 마음으로 가득 찬 상태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고육지책으로 만들어진 이름이긴 하지만 쓰다보니 그럴싸해 지금은 만족하고 있다.

유멘시아는 사회심리에 관련된 현상을 주로 다루는 블로그이다. 세상 현상 가운데에서 사회나 심리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얼마나 있을까? 그러다보니 블로그에서 다루어지는 주제는 잡다하다 못해 방대하기까지 하다. 사회심리학의 고전적 실험에서 임사체험이나 사후세계와 같이 주류 심리학계에서는 무시되는 주제에까지 마음과 관련된 현상이면 다 다루고 있다.

사실 주류 사회심리학계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주제에 관해 글을 쓸 수 있다는 것은 블로그하는 최대의 매력이자 강점이다. 인쇄매체에 그런 주제에 관한 글을 썼다가는 욕더미에 앉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블로그는 아무래도 개인적인 매체라는 성격이 강하다 보니 그런 글을 올려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블로그를 시작하면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물론 블로그가 개인적인 매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의 눈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블로그가 알려져 방문자수가 늘어나고 RSS를 통해 정기적으로 구독하는 독자가 늘어나면 사정이 완전히 달라진다. 독자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서는 글을 쓸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독자의 반응이 빠르다는 블로그의 특성상 인쇄매체에 글을 썼을 때보다 더 독자의 시선을 의식해야 될 경우가 많다. 올리는 글의 주제는 물론 용어 하나하나에 세심한 주의를 해야 한다. 인쇄매체라면 편집자가 일단 한번 걸러주니 문제가 안 되지만, 블로그란 모든 것을 혼자 하다 보니 오자, 탈자가 나오기 마련이다. 특히 맞춤법에 틀리는 글자에 민감한 사람들이 많아 이런 글자가 나왔을 때는 무식하다는 소리를 들을 각오를 해야 한다.

또한 아무 생각 없이 썼던 용어가 누군가에게 비수로 돌아갈 때가 있어 용어 선택에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지나치지가 않다. 사회심리학에는 간수와 죄수의 실험이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역할에 따라 사람이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사회심리학의 고전적 실험의 하나이다.
 
이 실험을 소개하면서 간수와 죄수라는 표현을 정말 아무 생각 없이 썼다. 글을 올리고 나자 바로 댓글이 하나 붙었다. 요즘 세상에 간수라는 말을 쓰는 사람이 있다니 참 한심하다는 취지였다.

“이크” 하고 포탈에서 검색해보니 지금은 간수란 말을 쓰지 않고 교도관, 교도행정관이라는 말을 쓴다는 것이다. 재빨리 고쳐 놓긴 했지만 댓글을 단 사람이 교도행정관이나 그 가족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웠다.

아무 생각없이 쓴 말이 누군가에겐 비수로 돌아간다

이런 적도 있었다. 어느 글에서인가 안경점이라는 표현을 썼다. 바로 댓글이 달렸다. 요즘은 무식한 사람이나 안경점이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건 또 뭔 소리인가 하여 찾아보았더니 안경점이 아니라 안경원이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이런 댓글이 달렸을 때에는 물론 기분은 좋지 않다. 하지만 그 보다는 오히려 아무런 생각없이 썼던 단어가 누군가에게는 비수가 되어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앞으로 더 조심해야지 하는 생각이 더 앞서곤 한다.

블로그를 하다 보면 글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 비슷한 것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특히 일이 바쁘거나 사정이 생겨 글을 한동안 올리지 못했을 때, 이런 강박관념이 강해져 스트레스가 된다. 새로운 글이 올라왔나 해서 찾아왔다 헛걸음치고 돌아간 사람들의 흔적을 보면 이러한 스트레스는 더욱 강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스트레스는 긍정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러한 스트레스를 이기기 위해서는 글을 써야하고 그 결과 글이 쌓여가기 때문이다.

책을 내고 싶으면 우선 블로그를 시작하라

책을 내고 싶은 사람, 혹은 내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블로그하기를 늘 권한다. 책을 내는 데는 블로그만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내 경우를 보더라도 블로그를 시작하고 난 후 1년 동안 출간한 책이 2권이다. 또 계약이 끝나 곧 출간해야할 책 2권이 남아 있다. 출간제의는 수도 없이 들어오지만 시간이 없어 다 거절하고 있을 정도이다.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고 책을 내겠다는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블로그를 해야 한다. 혼자서 고민하면서 써 나가는 것보다는 블로그에 올려 읽는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가면서 책을 쓰는 것이 훨씬 좋은 내용이 될 뿐 아니라 속도도 빠르기 때문이다.

(이글은 한국전파진흥원의 월간전파 2008 0708의 블로거 릴레이에 실렸던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