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D가 전부는 아니었다

약물과 의식 2008/08/11 19:42 posted by Rokea

하바드대학 심리학과 교수 자리에서 추방당한 리처드 앨퍼트는 환각제인 LSD 체험의 의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해줄 성자를 찾아 동양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기꺼이 약을 먹어 보겠다는 몇 명을 만나 다양한 반응을 관찰할 수 있었다.

앨퍼트를 가장 매혹시켰던 사람은 히말라야에서 만난 몸집이 작고 늙은 성자였다.

3배를 먹고서도 끄떡없던 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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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60살이 넘어 보였다.불안한 앨퍼트는 처음에 50~75 마이크로그램만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 노인은 앨퍼트가 가지고 있던 3백5 마이크로그램짜리 알약을 달라고 했다. 그것은 비교적 많은 용량이었다.

앨퍼트는 노인의 성화에 못 이겨서 그 약을 주었다. 그런데도 노인은 만족해하지 않았다.

“한 알 더”, “한 알 더”가 계속되면서 모두 9백15 마이크로그램의 LSD를 혓바닥 위에 놓았다. 그는 그것을 삼켰다.

이것은 대단히 많은 양이다. 죽을 정도의 치사량은 아니지만 보통 사람이라면 거의 발작상태에 빠져 괴성을 지르고 길길이 날뛸 정도의 양인 것은 분명했다.

앨퍼트는 겁에 질린 채 그를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는 태연했다. 그날 내내 같은 상태로 있었고 전혀 흔들리지 않는 듯했다. 분명히 LSD는 그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앨퍼트는 그 경험에 너무나 마음이 흔들린 나머지 LSD를 포기하고 자신의 이름을 람 다스(Ram Dass)로 바꾸고는 신비주의자의 길로 들어섰다.

앨퍼트는 히말라야를 가기 전까지만 해도 LSD에 모든 것을 걸었고, LSD가 전부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그토록 많은 양을 먹고도 아무런 반응도 보여주지 않은 노인은 그에게 LSD가 전부는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LSD는 함부로 먹을 약물이 결코 아니다

LSD나 메스칼린과 같은 약물은 전문가의 지도 아래 제대로 사용되기만 하면(이 부분이 대단히 어렵다) 긍정적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이것은 2006년 실로시빈을 이용한 존스 홉킨스 대학의 연구에서도 재차 확인된 바 있다.

LSD를 비롯한 약물체험에서는 세트(set)와 세팅(setting)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한다. 세트란 경험에 임할 때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를, 세팅은 환경적인 요소를 의미한다. 세트와 세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약물체험은 긍정적인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극도의 공포체험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엄밀한 통제하에 실시되었던 존스홉킨스 대학의 연구에서도 피험자의 3분의 1은 공포체험을 겪었을 정도였다니 약물을 제멋대로 사용해 긍정적인 체험을 한다는 것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은 듯하다.

게다가 현재 사회 상황에서 이러한 약물의 사용은 불가능하다. 괜시리 약물을 먹고 감옥에 처박히느니 차라리 그냥 살아가는 게 낫다. 또한 변성의식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길이 약물만 있는 것도 결코 아니다.

LSD가 법적으로 금지되자 LSD연구자들은 LSD를 대체해 변성의식 상태로 이끌 수 있는 대체 수단을 찾아 나섰다. 특히 그로프의 경우는 사정이 심각했다. 그로프는 사실 LSD 때문에 1967년에 체코로부터 미국으로 건너 온 연구자였다.

변성의식으로 이끄는 대체수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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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D연구자에게 LSD가 없어진다는 것은 사망선고나 다름없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LSD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했던 것이다.

결국 그로프는 LSD를 대체할 만한 수단을 찾아냈다. 그것은 호흡을 빨리 하는 과호흡과 소리, 음악을 병용하는 홀로트로픽 기법이었다.

호흡의 템포를 빠르게 하면 탄소가스가 과도하게 배출되어 혈중 탄소농도가 극단적으로 감소한다, 혈중탄소농도가 부족하면 뇌혈액이 감소한다. 뇌혈관은 탄소가 증가하면 확장되고 감소하면 축소되는 혈류의 자동조절 작용을 하고 있다.
 
뇌혈관이 축소되어 뇌혈류가 감소되고 있는데다가 혈중농도가 점점 감소되기 때문에 뇌는 산소부족상태가 되어버리고 만다. 이 결과 일상의식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의식 상태로 접어든다. 이 상태를 그로프는 변성의식이란 말 대신 비일상적 의식상태(non-odinary state of consciousness)라고 불렀다.이 기법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고 또 혼자서 이 기법을 따라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하다.

LSD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홀로트로픽 기법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윌리엄 제임스의 종교적 체험의 다양성에 빗대 “사이키델릭 체험의 다양성”을 저술했던 진 휴스턴(Jean Houston)과 그녀의 남편 로버트 마스터즈(Robert Masters)는 바이오피드백에 매달렸다. 바이오피드백이란 자율신경에 의하여 지배받고 있는 생리적 과정을 의식적으로 컨트롤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소리로 들어가는 변성의식

가령 뇌파의 패턴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면서 특정한 뇌파가 생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바로 바이오피드백이다. 빛과 소리를 이용하여 특정뇌파 상태로 접어들게 하는 것이 이들의 방법이었다.

이러한 방법이 유효했던 것은 명상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최고 상태에서 어떠한 뇌파를 보여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영국의 신경물리학자 맥스웰 케이드(Maxwell Cade)는 수백 명의 요기, 명상가들의 뇌파를 측정했다. 그는 보통의 EEG가 아니라 그가 특별히 고안해 마인드 미러(mind mirror)라고 부른 EEG를 사용했다. 케이드는 10살이 되기 전부터 벌써 요가를 배웠고 부친으로부터 마인드 트레이닝을 받았던 터라 명상의 세계를 잘 알고 있었고 이른바 신비체험이라는 것도 겪어보았던 사람이다.

그는 수천 명의 일반 피험자와 명상에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비교 실험하였다. 양자 사이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최고 상태에 있을 때, 막대한 양의 알파파와 세타파뿐만 아니라 강력한 베타파와 델타파도 동시에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상태에서 변성의식 상태로 들어가는 가장 간편하고 적절한 방법은 소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소리를 이용한다고 해서 모두가 변성의식을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류는 이미 오래전부터 변성의식의 문을 여는 수단으로 소리를 이용해왔다.
티벳의 신비로운 주발 소리, 티벳 승려들의 단조로운 영창, 미국 인디언의 리드미컬한 드럼 소리, 인도의 탐부라..... 인류는 북을 두드리고, 춤을 추며, 찬송을 하면서 소리를 이용하여 변성의식의 세계로 들어갔던 것이다.

인류학자 멜린다 맥스필드(
Melinda Maxfield)는 전 세계 각지의 의식을 조사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의식에서는 트랜스상태를 유도하기 위하여 4.5비트의 드럼비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러한 4.5 드럼비트로 4.5Hz의 세타파를 유도하고 있었던 것이다.

맥스필드는 EEG를 이용한 실험을 통하여 4.5드럼비트로 4.5Hz의 세타파가 유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지금은 변성의식으로 통하는 입구로 4.5Hz라는 세타파의 아랫부분을 이용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고대의 지혜가 지금 또 다시 소생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