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성의식의 종류

뇌와 의식 2008/09/02 21:57 posted by Rokea

우리의 일상 의식이라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 밑 부분에는 과학적 해명을 거부해온 미지의 과정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변성의식이다.

신경생물학은 우리의 일상 의식이라는 것이 수용할 수 있는 외부 자극의 범위 안에서만 존재할 뿐이라는 것을 가르쳐준다.

이러한 주어지는 자극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갈 때 우리의 의식은 일상의식의 범위를 벗어나 다른 의식 상태로 접어든다.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이 주어졌을 때 기절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일상의식이 오히려 특별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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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가 매일 겪는 일상의식과는 다른 의식 상태를 변성의식이라고 부른다.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는 이미 1백여 년 전 “종교적 체험의 다양성”이라는 책에서 우리의 일상 의식이라는 것이 사실은 아주 특별한 의식 상태라는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가 합리적인 의식 상태라고 부르는 정상적인 각성 상태의 의식은, 아주 얇은 막에 의해 의식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단지 하나의 특별한 의식 상태일 뿐이다.

반면에 거기에는 잠재적 형태의 의식상태가 전혀 다른 상태로 존재하고 있다. (중략) 이러한 형태의 의식 상태를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일상적 의식 상태와 단절되어 있기 때문이다”

변성의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존재한다. 변성의식을 유도하는 방법에 따라 다음과 같이 나눌 수 있다.

(1)자발적 변성의식

별다른 조치 없이 누구나가 자연스레 빠져드는 변성의식 상태이다. 우리는 매일 각성-졸음-수면이라는 연속체의 위를 왕복한다. 우선 졸리운 상태에서는 주의를 기울일 수 있는 범위가 두드러지게 좁아진다. 또 기억력이 현저하게 떨어지며 인식의 왜곡이 일어난다. 시간 감각이 달라져 깜박 졸았음에도 불구하고 훨씬 더 긴 시간이 경과했다고 느끼기도 한다.

한낮의 방심상태에서 일어나는 공상인 백일몽이 있다. 이것은 자극, 반응, 과제가 없는 상황에서 일어난다. 멍한 상태에서 떠오르는 공상이다. 하지만 무슨 일을 하다가 불현듯 사로잡히게 되는 공상도 백일몽에 포함된다.

또한 입면상태(hypnagogic state)라는 것이 있다. 깊은 잠에 빠져 들기 전에 경험하는 꿈이다. 선잠 상태에서 깜박 꾸는 꿈 정도로 보면 되겠다. 이것은 수면 중에 꾸는 본격적인 꿈과는 성격이 다르다. 입면상태에서 보는 시각적 이미지는 대단히 선명한 것이 특징이다. 깨고 나서 단지 우리가 기억하지 못할 뿐이지 이 상태에서는 대단히 뚜렷한 시각적 영상을 보는 것이 보통이다.

꿈이야말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대표적인 변성의식이다. 잠이 깊이 들면서 나타나는 것이 REM 수면이다. 이 단계에서는 급속한 안구 운동이 나타난다. 이것을 급속 안구 운동(rapid eye movement)의 머리글자를 따서 렘수면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수면기에 꿈을 꿀 때가 많다. REM수면 이외에 non-REM수면이란 것이 있다. non-REM수면은 REM수면과 생리현상에서나 수면의 깊이에서나 질적으로 다르다. 이러한 REM수면과 non-REM수면이 1세트가 되어 한밤중에 서로 번갈아가며 5-6회 정도 계속된다. 건강한 성인의 경우 REM수면-non-REM수면의 세트의 길이는 대개 90분 정도이다.

또한 꿈에도 자기가 꿈을 꾸고 있는 것을 지각하고 있고 꿈의 상황을 주도적으로 바꿀 수 있는 명석몽(lucid dream)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보통의 꿈과는 또 다른 의식 상태이다.

명석몽은 기타의 꿈과는 달리 이름 그대로 선명하고 뚜렷한 영상을 본다, 마지막으로 성격이 조금 다르지만 임사체험을 이 카테고리로 분류하기도 한다.

(2)육체적, 생리적으로 유도되는 변성의식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온도, 지나치게 낮거나 높은 기압과 같은 환경적 조건에 의해서도 변성의식은 유도된다. 그 뿐 아니라 장단기적인 의식상실을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해발 6천m 이상의 고도에서는 환각과 착각이 빈발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또한 단식이나 다이어트 때에도 의식은 변성의식 상태에 있다. 성행위와 오르가즘을 느낄 때도 물론 일상의식과는 다르다. 호흡의 길이를 길게 한다든지 반대로 지나치게 짧게 하는 식으로 호흡의 패턴에 변화를 주어도 변성의식이 유도된다. 전자는 요가나 명상에서 주로 사용하는 방법이며 후자에는 그로프의 홀로트로픽요법이 있다. 양자 모두 혈액중의 저탄소상태를 이용한다는 면에서는 동일하다.

(3)심리적으로 유도되는 변성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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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차단은 변성의식을 유도한다. 감각차단은 눈과 귀를 완전하게 가려 시각과 청각을 완전하게 차단하는 것이다.

감각차단의 초기 실험에서,피험자는 비통상적 경험, 환각 및 극단적인 정신 병리를 보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꿈도 일종의 감각차단 상태라는 것을 고려해볼 때 너무나 이상한 결과였다. 여기에 대해 부유탱크를 이용해 스스로가 피험자가 되어 감각차단을 연구한 릴리는 전혀 다른 견해를 표명했다.

자신의 연구에서는 다른 연구와는 달리 감각차단 상태가 대단히 평온하고 신비적인 상태였다며 이러한 내용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이 논문은 하바드대학의 “감각차단 심포지엄(Symposium of Sensory Deprivation)”이라는 논문집에서 아예 제외되어버려 발표되지도 못했다. 기존의 견해와 너무 달랐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탈락시켰던 것이다.

지금은 초기의 기이한 결과는 피험자와 실험자의 기대감에 의한 결과라는 것에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릴리가 옳았던 것이다.

리듬으로도 변성의식은 유도된다. 고대로부터 춤과 북은 변성의식을 유도하기 위한 주요수단이었으며 이것은 오늘날에도 변함이 없다. 이러한 리듬은 지각의 범위를 좁힘으로써 트랜스 비슷한 상태로 이끈다. 이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어 단조로운 북소리는 이완과 샤만적인 경험을 일으킨다고 모러(Maurer)와 그의 동료들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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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 각부의 긴장을 푸는 이완은 변성의식을 유도한다고 알려져 있다. 그 결과 이완을 이용하여 변성의식으로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기법이 개발되어 있다.

가장 잘 이용되고 임상적으로 확립된 방법은, 점진적 신체이완, 자기 최면적 이완요법인 자율훈련(autogenic training), 바이오피드백 등이다

명상은 변성의식, 그것도 절정체험에 가까운 변성의식에 접근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겨져 왔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수준에 달하기까지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은 엄두를 못낸다.

최면은 2백년간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를 놓고 논의가 진행 중이다. 최면 연구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입장이 첨예하게 맞서왔다. 한쪽은 최면이란 특별한 심리적인 과정을 환기시킨다는 입장이다.

반면 다른 한쪽은 최면을 우리의 일상적인 행동의 저변에 깔려있는 정상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최근의 뇌과학의 발달은 최면으로 유도되는 상태는 변성의식 상태라는 것을 확인시켜주고 있고 특히 뇌파측정으로 최면상태의 뇌파는 일상의식의 뇌파와는 다르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4)질병으로 유도되는 변성의식

정신장애, 어떠한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는 코마상태, 의식이 없고 전신이 경직(硬直)된 채로 대사(代謝)라는 식물적 기능만을 하는 식물인간 상태(vegetative state) 등이 있다.

(5)약물로 유도되는 변성의식

환각을 일으키는 약물에 의해서도 물론 변성의식은 유도된다. 변성의식으로 들어가는 가장 간단한 방법이기도 하다.

이처럼 변성의식의 종류는 다양하다. 또한 변성의식이라고 한마디로 뭉뚱거리지만 거기에도 대단히 다양한 의식 상태가 존재한다. 따라서 변성의식 상태에 들어갔을 때 개인이 겪을 수 있는 세계도 천차만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