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난민의 시대 (Napaj)

연애심리학 2008/10/01 16:48 posted by Rokea

지금 일본의 독신 남녀들이 처한 처지는 딱하다. 변변한 연애 한번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젊은 시절을 보내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국립사회보장 · 인구문제연구소가 2005년 실시했던 “제 13회 출생동향기본조사의 결혼과 출산에 관한 전국조사”에 따르면 18세부터 34세까지의 남녀 약 7할은 애인이 없었다.

1만3천2백42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이 조사에 따르면 남성의 경우 73%, 여성의 경우 66%가 현재 사귀고 있는 애인이나 혼약자가 없다고 대답했다.

결혼을 안하면 안했지 타협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결혼할 마음이 아예 없기 때문에 독신으로 지내는 것도 아니다. 결혼할 의향은 남녀를 불문하고 모두가 강했다.
 
이 조사에서
남성의 87%, 여성의 90%는 언젠가는 결혼하고 싶다고 응답했던 것이다.

결혼하고 싶지만 결혼은 물론 연애도 제대로 못하는 이러한 상황을 두고 일본에서는 지금 "연애난민의 시대"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오고 있다. 연애 난민, 난민이란 말 그대로 연애에 궁핍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물론 궁핍하다고는 하지만  강요 당한 것은 아니다. 자발적인 궁핍이라는 면이 강하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대와는 결혼은 물론 교제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궁핍을 택하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에 이른다. 결혼을 안 하면 안했지, 타협할 수는 없다는 것이 연애난민들의 삶의 방식인 것이다. 결국 이상형이 나타나길 기다리면서 세월을 보낸다.

같은 연애난민이더라도 피해가 돌아가는 정도는 성별과 연령에 따라 다른 모양이다. 남성일수록, 나이를 먹었을수록 피해가 심각한 듯하다. 장년 독신 남성일수록 연인난민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적어진다는  이야기이다.

아래의 표는 연령대 별로 남성들의 미혼율을 정리한 것이다. 미혼률이란 한 번도 결혼한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 연령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며 여기에 이혼자는 포함되지 않는다.

연령

2000년

2005년

증감

25~29

69.3

71.4

+2.1

30~34

42.9

47.1

+4.2

35~39

25.7

30.0

+4.3

40~44

18.4

22.0

+3.6

45~49

14.6

17.1

+2.5

 전 연령층에서 미혼률의 증가가 눈에 띈다. 왕년의 결혼 적령기에 해당되는 25~29세는 2005년 현재 71.4%가 미혼이어서 이 연령대에 결혼한 사람은 4분의 1을 약간 넘을 뿐이다.

현재 결혼 적령기라고 볼 수 있는 30~34세의 경우에도 47.1%가 미혼이다. 5년전보다 4.3%나 높아져 이 추세라면 5년 후인 2010년에는 과반수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30대 후반의 경우 미혼률이 30%에 이르고 있어 결혼 안한 사람이 3분의 1이나 되었다. 게다가 미혼률의 증가폭이 전 연령대에서 가장 높아 4.3%를 기록하고 있다.

40대의 경우 미혼률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상당한 수치를 보여주고 있다. 40대 전반의 미혼률은 22.0%로 5명에 한명 꼴, 40대 후반의 그것은 17.1%로 6명의 한명 꼴이다. 단순히 계산하면 30대 후반에서 결혼에 성공하는 사람은 10명 가운데 한명 꼴이 되는 셈이다.

결혼 안하는 남자의 양극화

이런 높은 미혼률은 “결혼 안 하는 남자”의 양극화로 이어지고 있다. 수입과 변변한 직업이 있는 장년 독신들은 독립하여, 말 그대로의 독신생활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장년 독신들은 부모와 함께 사는 패러사이트 싱글의 길을 걷고 있다. 물론 예외도 있다.

이러한 장년 패러사이트 싱글의 증가세는 놀라울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인구센서스에 해당되는 일본의 국세조사에 따르면 2000년 부모와 동거하는 35~44세의 장년 남성은 18만명이었다. 동년배 남성의 2.1%에 불과했다.

이것이 불과 5년만인 2005년에는 1백32만명으로 늘어났다. 무려 7배로 늘어났으며 동년배 남성의 15.7%를 차지하고 있다. 35~44세의 남성 가운데 6명에 하나는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 연령층의 남성들은 결혼을 하지 않는 것일까?

특별히 불편한 것이 없으니 결혼할 마음도 없다

일본의 결혼정보업체인 매치닷컴의 조사결과에 힌트가 있다. 매치닷컴의 조사에 따르면 35~39세 남성의 74%가 “독신이라서 특별히 곤란한 일은 없다”라고 응답했다. 요즈음은 편의점이 발달되고 편의 시설이 널려 있다 보니, 남자 혼자 산다고 해서 특별히 곤란한 것은 없다.
 
또 패러사이트 싱글의 경우 어머니가 모든 일을 다 해주니  불편한 일이 있을 리 없다. 풍속산업도 발달될 대로 발달된 상태이다. 이러다보니  결혼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별로 느끼지 않는다. 

물론 결혼을 하고 안하고는 개인의 문제이다. 요즘 같은 사회적 상황에서 반드시 결혼을 하라고 강요하기도 어렵다. 또한 결혼했다고 행복한 것도, 결혼 안했다고 불행한 것도 결코 아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결혼 적령기 남녀들이 결혼할 의사가 있으면서도 결혼을 하지 않는 현상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 자기가 원해서가 아니라 상황 때문에 결혼을 안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라고 보는 것이다.

연애난민들을 보면 "산미치광이(porcupine)의 딜레마"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산미치광이란 고슴도치처럼 몸과 꼬리가 가시털로 뒤덮힌 동물이다. 호저라고도 부른다. 추운 날이면 두 마리의 산미치광이들은 서로 다가가  가까이 붙는다. 너무 춥다보니 상대방의 체온이 그립기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상대방의 가시에 찔려 고통스럽다. 결국 떨어질 수밖에 없다. 떨어져 있자니 너무 춥고 가까이 가자니 고통스럽다. 이처럼 붙지도 못하고 떨어지지도 못하는 어정쩡한 관계를 말할 때 산미치광이의 딜레마라는 말을 쓴다.

떨어져 있자니 외롭고, 너무 가까이 가면  상처를 입을 것 같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살아 가는 연애난민들. 이러한 연애난민은 일본의 이야기만은 전혀 아닌 것 같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징조는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