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에게는 수많은 욕구가 있다. 머레이라는 심리학자가 28가지로 인간의 욕구를 정리해놓았을 만큼 인간의 욕구는 다양하다. 수많은 욕구 가운데에서 중고레벨의 온라인게임 폐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우월욕구와 승인욕구이다.
우월욕구란 한마디로 말하면 남들보다 잘하고 싶다는 욕구, 남에게 지고 싶지 않다는 욕구이다. 레벨에서도 남에게 밀리고 싶지 않고 남들이 가진 아이템은 다 가져야 할 뿐 아니라 남보다 더 좋은 것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 욕구 때문에 그 지겨운 노가다질을 밤을 새워가며 한다.
승인욕구란 남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이다. 가끔 PC방에 가보면 괜시리 옆에 앉아 고레벨의 캐릭터로 도배된 계정들과 자기가 가진 아이템을 보여주며 이것저것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
고레벨은 외롭다
내가 나이가 많다보니 옆에 와서 말을 거는 사람도 대개는 나이가 들은 사람들이다.“주지도 않을 것 웬 자랑이람?”이라는 생각이 안 드는 것도 아니지만 “아이템 참 좋네요. 부럽네요”라고 한마디 해주면 상대방은 느긋한 표정을 짓기 마련이다. 승인욕구가 충족되는 순간이다. 결국 이처럼 승인욕구가 충족되는 순간순간 때문에 그 많은 날밤을 새웠던 것이다.
메이플스토리에서 보면 자쿰 투구를 좋다고 끼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대개가 자쿰 투구를 얻은 지 얼마 안 되는 사람들이다. 그전까지는 메이플에서 제공하는 아이템들이 쪽팔려서 캐쉬템으로 도배하고 있던 사람들도 자쿰 투구를 얻으면 그것을 끼고 일부러 사람 많은 데를 돌아다닌다. 배도 타보고, 시장도 가보고... “와우! 자쿰 투구다”하는 소리를 듣고 싶은 것이다. 하긴 그것 얻으려고 보낸 세월이 얼마이던가. 이러한 행동의 밑바탕에는 승인욕구가 깔려있다.
여기까지가 그래도 정상(?)적인 폐인의 길이다. 지존급은 아니더라도 잘 발린 대박아이템 몇 개쯤 얻고 레벨도 어느 정도의 고레벨이 되면 게임에 대한 흥미도는 사라진다. 물론 얻어 놓은 아이템이 아까와서라도 게임을 접지는 못한다. 하지만 게임을 하는 시간과 회수는 급격하게 감소하는 것이 보통이어야 한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도 온라인 게임 폐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그리고 사실 이 사람들이 문제이다. 이 지겹기 한량없는 단계에서도 사람들이 온라인게임 폐인을 고집하는 이유는 단 한 가지 돈 때문이다. 이른바 반대되는 의미의 현질에 맛을 들여 버린 것이다.
요즈음의 온라인게임은 변질되어도 너무 변질되었다. 게임의 아이템이 현금으로 거래되는 아이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졌기 때문이다. 아이템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진 것은 대박아이템이나 지존급 아이템이 너무나 안 나오고 레벨 업이 너무나 힘들기 때문이다. 또한 게임의 진행이 아이템이 좋으냐 나쁘냐에 너무 달려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주문서는 또 왜 그렇게 안발리는지...
결국 시간을 제대로 낼 수 없는 직장인들과 경제적인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보다 좋은 아이템으로 보다 빨리 레벨 업을 하기 위해 돈으로 아이템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 결과 거대한 아이템 현금시장이 형성되고 말았고.... 단물은 중국 사람인지 무늬만 중국 사람인지 그들이 빨아가고 있고,
게임해서 돈번다는게 오히려 이상하다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다 보니 온라인게임을 하는 이유가 돈 때문이라는 사람이 많아졌다. 한 광고회사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거의 절반이 용돈이라도 벌기 위해 온라인게임을 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본말이 완벽하게 전도되어 버린 것이다.
사실 이런 온라인게임 폐인들이 중레벨에서의 지겨움을 이겨가며 게임을 계속하는 것은 고레벨이 되었을 때 돌아올 현금보상을 기대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취직난 시대에서 젊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자구책인지도 모른다.
새로운 온라인게임의 테스트가 시작되면 몰려드는 사람들 가운데에 상당수는 돈을 벌기 위한 목적에서이다. 새로운 게임에서 폐인모드로 들어가 빠른 시일 안에 지존급 레벨이 되면 아이템을 얻기 쉬울 뿐 아니라 아이템 가격도 자기 마음대로 정할 수 있다. 아이템 가격결정권을 한동안 가질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면 그 게임이 대박을 터뜨릴 경우 돈벌기가 쉽다. 이 때문에 돈 될 것 같은 새로운 게임의 베타테스트가 시작되면 수많은 사람이 몰려든다. 심지어 중고등학생들조차도 돈 되는 게임에만 몰려든다. 이것을 또 게임회사들은 조장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아이템의 현금거래를 조장하지 않는 울티마 온라인이라든지 에버퀘스트 같은 외국의 대작 온라인게임이 우리나라에서는 실패를 거둘 수밖에 없었다. 물론 에버퀘스트를 왜 엔씨가 했었어야 했는지는 의문 아닌 의문이다.
지금 우리나라 온라인 게임시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게임자체의 흥미도나 매력도라기보다는 현금거래를 조장하고 있다는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라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물론 들인 시간과 노력이 아까와 다른 게임으로 선뜻 옮기기 힘들다는 면도 있다. 어거지 브랜드 충성도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온라인게임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어쨌든 게임에서 현금거래는 금물이다. 돈맛을 보면 그 게임에서 영원히 헤어나기 어렵다. 돈맛은 무섭다. 결국 인생의 중요한 시기를 밤을 새워가며 그 지겨운 노가다질을 반복해야 하는 온라인게임 폐인으로 보내고 만다. 게임은 게임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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