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릴리는 원숭이 뇌에 여러 개의 전극을 꽂은 뒤에 전기로 자극을 해 보았다. 원숭이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조사하여 뇌의 기능 지도를 작성하려 했던 것이다. 펜필드가 사람을 대상으로 실시했던 연구와 비슷했다.

 거듭된 릴리의 연구에 의해 원숭이의 희로애락 등의 정동을 관장하는 중추가 발견된다. 숫컷 원숭이의 경우는 묘하게도 발기중추, 사정 중추, 오르가즘 중추가 각기 별개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즉 오르가즘 중추를 자극하면 원숭이는 발기와 사정없이도 오르가즘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릴리는 전기 자극 장치를 원숭이에게 주고 마음대로 누르게 했다. 그랬더니 원숭이는 3분마다 스위치를 눌러대며 16시간 동안 오르가즘을 즐겼다. 그리고  8시간을 내리 뻗어 자더니 일어나자마자 다시 스위치를 누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릴리의 연구는 정보기관의 최대의 관심사였다

이러한 연구를 찍은 비디오를 본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들이 릴리에 브리핑을 요구한다. 이러한 연구에 군이 주목하지 않을 리 없었던 것이다. 뇌를 자극하여 동물의 행동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은 군사적으로 대단히 유용했기 때문이다.

가령 뇌에 전극을 꽃은 노새에 폭탄을 싣는다. 게릴라들이 좋아할만한 물건과 함께 싣는 것은 물론이다. 그리고 산악지대에 은거하고 있는 게릴라 본부를 향하게 한다. 노새를 보고 뜻밖의 횡재에 환호작약하는 게릴라들 앞에서 폭탄을 터뜨린다. 릴리의 자서전 격인 “사이언티스트”를 보먼, 정보기관의 비밀연구소들은 릴리의 연구방법을 이용해서 노새를 이런 식으로 사용하는 연구를 완성시켰던 듯하다. 


릴리의 연구는 일찌감치부터 군과 정보기관의 주목을 받았다. 지난번에 말했던 정보기관의 음모를 그린 영화들은 어느 정도 사실에 근거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연구가 군사적인 목적에 이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릴리는 늘 고민했다. “사이언티스트”에 보면 릴리가 자신의 연구가 군사적인 목적에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얼마나 고심했는지가 잘 나타나 있다. 그가 훗날 버진 아일랜드에 연구소를 세우게 되는 것도 군대의 주목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뇌의 연구만으로는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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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연구를 거듭하던 릴리는 뇌의 연구만이 아니라 마음의 연구도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인간의 정신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보았다. 뇌의 연구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했던 것이다.


감각이 완전히 차단된 상태에서 뇌는 어떻게 기능할까? 외부의 자극이 전혀 없다면 뇌는 과연 어떠한 반응을 보여줄까? 릴리는 이러한 의문을 풀기 위하여 1954년 “격리탱크(isolation tank)”를 개발한다.

이 탱크는 원래 해군에서 2차대전 때 수중에서의 신진대사를 연구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후에는 쓸모가 없어져 방치되어 있었다. 릴리는 해군으로부터 이 탱크를 대여받아 개조에 착수한다.


시행착오 끝에 릴리는 모든 감각을 차단하는 격리탱크를 완성한다. 이 탱크는 빛과 소리를 완전히 차단하는 장치였다. 탱크 안에는 황산마그네슘을 넣은 용액이 담겨져 있어 자유롭게 물에 떠있을 수 있었다. 중력으로부터도 자유롭게 되어 말 그대로 모든 감각이 차단되는 것이다. 이 탱크 안에 고글을 쓴 채로 누워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변성의식 상태로 접어들게 된다(요즘은 고글을 쓰지 않는다).


감닥차단은 정신병리를 유도하지 않는다

감각차단은 변성의식을 유도한다. 릴리 이전까지의 감각차단은 눈과 귀를 완전하게 가려 시각과 청각을 완전하게 차단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감각차단의 초기 실험에서, 피험자는 비통상적인 경험, 환각 및 극단적인 정신 병리를 보고 했다. 하지만 이것은 꿈도 일종의 감각차단 상태라는 것을 고려해볼 때 너무나 이상한 결과였다.


스스로 격리탱크 속에 변성의식을 경험해본 릴리는 여기에 반박했다. 릴리는 감각차단이란 말 자체에 선입관이 배어있다고 주장했다. 자기가  실험대상이 되어 직접 경험해보지도 않은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말이라며 감각차단이란 말에는 고립된 환경에서 감각이 차단된 상태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이미 내포되어 있다는 이야기였다.


따라서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준 연구들은 이러한 연구자의 기대가 반영된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사실 실험에서는 연구자의 기대가 반영되는 경우가 대단히 많다. 실험에 참여하는 피험자들이 연구자의 기대를 간파하고 거기에 맞추어 행동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실험자 효과이다. 피험자들이 실험을 주재하는 사람들의 의도와 목적을 예상하고 거기에  맞게 행동함으로써 실험의 결과가 왜곡되는 현상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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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구에서는 다른 연구와는 달리 감각차단 상태가 대단히 평온하고 신비적인 상태였다며 이러한 내용을 정리한 논문을 발표하려 했다. 하지만 이 논문은 하바드대의 “감각차단 심포지엄(Symposium of Sensory Deprivation”이라는 논문집에서 아예 제외되어버려 발표되지도 못했다.


빛과 소리와 중력이 완전히 차단된 탱크 속에서 부유한다는 것은 일상의 다양한 소음으로부터 마음과 몸을 완전히 해방시킨다는 것을 의미했다. 릴리가 이 탱크 안에서 체험한 것은 과학적 상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의식이라는 심연에 펼쳐지는 미지의 감각세계였다. 이 탱크가 바로 영화 “상태개조”의 주요한 모티브가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릴리가 격리탱크에만 만족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릴리는 격리탱크가 가져다주는 세계를 더욱 더 깊이 탐구하고자 LSD, 케타민 등의 환각제를 복용하고 탱크 속을 부유하곤 했다. 환각제를 복용하고 탱크에 들어가면 마음의 존재가 점점 커져 우주전체로 펼쳐지는 마음의 네트워크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을 그는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


돌고래의 지적 능력을 세상에 알린 것도 릴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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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리를 말하면서 돌고래를 빼놓을 수는 없다. 지금 우리들은 돌고래가 뛰어난 지능을 가진 동물이라는 것을 안다. 이렇게 사람들이 돌고래를 재평가하게 된 것은 다 릴리의 덕이다. 릴리가 돌고래 연구를 시작했을 무렵 그 역시 돌고래를 단순한 동물실험의 대상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1960년 버진 제도에 CRII라는 연구소를 설립하여 연구를 시작하자마자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1961년 그가 발표한 “인간과 돌고래”는 돌고래가 지닌 뛰어난 지적 능력을 세계에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연구는 플리퍼(Flipper)라는 TV시리즈를 탄생시켰다. 돌고래 플리퍼와 소년의 우정을 다룬 동명의 TV시리즈는 1964년부터 1967년까지 NBC에서 방영되어 미국 가정에 감동을 주었다. 또한 돌고래에 대한 세인의 관심과 애정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했다. 릴리는 플리퍼의 감수를 맡았으며 돌고래에 관한 세계적인 권위자로 인정받게 된다.


릴리의 연구는 돌고래, 부유탱크, LSD, 뇌에 걸쳐있으나 그것들은 결국 의식의 연구라는 하나의 주제로 통합된다. 그가 의식연구에 미친 영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릴리의 업적은 아직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고 있지 않다. 그것은 그가 너무 시대를 앞서갔고 또 주류학계의 이기심과 배타성 때문이기도 하다.


릴리는 매스미디어로부터 미치광이 박사라고 불리어지긴 했지만 그는 대단히 소탈한 사람이었다. 그는 살아 생전에 3번의 임사체험을 겪었다. 이런 경험은 그를 구루(guru: 정신적 지도자)로 만들었다. 그를 잘 아는 사람들 모두는 릴리를 동양의 도사처럼 생각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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