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ssics

소리가 우리를 속일 때.

by rokea posted Jan 12,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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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왜 흥분했지?: 정동 2요인론에서 인용한 샤크터의 실험은 약물을 사용하여 사람들의 생리적인 반응을 끌어낸 경우이다. 이와는 정반대로 생리적인 반응은 전혀 일으키지 않은 채 사람들이 자신이 흥분해 있다고 믿게 만든 발린스(Valins,S.)의 실험을 살펴보자.

 

이 실험에 참가한 대학생들은 누드 사진을 보고 있을 때의 생리적인 반응을 측정하는 것이 실험의 목적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나서 절반의 학생에게는 심박 측정기가, 다른 절반에게는 피부의 온도를 측정하는 기구가 부착되었다.

 

심박 측정기를 부착한 학생들은 지금부터 10장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심박수를 측정합니다. 구식 측정 기구를 사용하기 때문에 증폭된 심박음이 스피커를 통하여 흘러나옵니다. 실험 자체가 그렇게 집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실험 결과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편한 마음으로 실험을 진행해주십시오라는 설명을 듣게 된다.

 

피부의 온도를 측정하는 기구가 부착된 학생들은 지금부터 10장의 슬라이드를 보면서 피부의 온도를 측정합니다. 잡음이 실험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가를 측정하기 위해서 녹음기에 녹음된 잡음을 들려드립니다. 이 잡음은 여러분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무의미한 잡음이므로 신경 쓰지 마시고 실험을 진행해주십시오라는 설명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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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설명을 들은 후 학생들은 다음의 네 그룹으로 나누어졌다.

 

1) 심박수 상승 그룹: 10장의 슬라이드 중 특정한 5장을 보고 있을 경우 심박수가 증가한다.


2) 심박수 하강 그룹: 10장의 슬라이드 중 특정한 5장을 보고 있을 경우 심박수가 감소한다.


3) 잡음 상승 그룹: 10장의 슬라이드 중 특정한 5장을 보고 있을 경우 잡음수가 증가한다.


4) 잡음 하강 그룹: 10장의 슬라이드 중 특정한 5장을 보고 있을 경우 잡음수가 감소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심박 측정기를 부착한 사람들이 듣는 소리가 본인들의 심장 고동 소리가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들은 심장 고동 소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미리 준비된 인공음이었던 것이다.

 

 

이 인공음을 조작함으로써, 즉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소리의 템포를 빠르고 크게 함으로써 본인들이 생리적으로 흥분해 있다고 믿게 하는 것이 심박 측정기의 역할이었다. 이 기구를 사용함으로써 생리적으로는 전혀 흥분해 있지 않은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본인들은 흥분해 있다고 믿게 만들 수 있었다.

 

실험이 끝난 후 슬라이드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졌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심박수가 빨라진 슬라이드에 대한 평가가 그렇지 않은 그것에 비하여 월등하게 높았던 것이다.

 

슬라이드를 보는 도중 소리가 갑자기 커지면서 템포가 빨라지면 실험 대상자는 자기가 흥분해 있다고 착각한다. 그 결과 이렇게 내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저 사진은 나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한 좋은 사진임에 틀림없다라고 실험 대상자들은 생각하게 된다. 잡음을 사용하는 조건에서도 똑같은 조작이 이루어졌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실험 대상자들이 잡음 소리가 커져도 자기가 흥분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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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치 않은 공포 영화일수록 음향 효과로 한몫 보려는 경향이 있다. 스토리 자체가 따분해 관객들이 지루해할 것은 뻔하니 시도때도 없이 번개가 치고, 불안감을 조성하는 효과음만 난무한다. 큰소리를 들으면 사람들은 흥분하기 마련이다. 가슴이 두근두근거리고 얼굴도 화끈거리게 된다. 이 상황에서 사람들은 자기가 흥분한 것이 소리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될까, 아니면 영화가 무서워서 그렇다고 생각하게 될까?


아무리 시시한 공포 영화라도 갑자기 큰 소리가 나면 사람들은 놀라기 마련이다. 즉 생리적인 흥분 상태에 빠진다. 이때 왜 흥분하게 되었는가를 알려는 과정이 진행된다. 그 결과 이렇게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보면 이 영화는 무서운 것임에 틀림없다라는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다. 그리고 영화관을 나오면서 그 영화 괜찮네하고 높이 평가하게 된다.

 

사실은 소리 때문에 흥분을 한 것이지만, 영화가 무섭기 때문이라고 잘못된 인지를 함으로써 영화에 대한 평가 자체가 높아진 것이다. 뒷날 그 영화의 비디오를 빌려 집에서 소리를 죽여놓은 채 한번 보라. 극장에서 보았을 때의 느낌과는 백팔십도 다를 것이다. 이처럼 영화에서 소리로 한몫 보려는 것 또한 우리들의 착각을 이용하기 위함임은 물론이다.

 

요즈음 드라마와 텔레비전 광고에서 배경 음악에 신경을 쓰는 것도 이러한 우리들의 착각을 이용하기 위함이다. 드라마가 슬퍼서 울고 싶은 것인지, 노래가 슬퍼서 울고 싶은 것인지, 혹은 노래가 재미있어서 즐거운 것인지, 드라마가 재미있어서 즐거운 것인지를 헷갈리게 만들기 위해서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우리를 속여 착각에 빠뜨리려 하는 것들은 도처에 널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