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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에 방영되었던 미국 CBS60(60 minutes) 프로그램.


화면에 비친 중년의 남자는 자폐증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요일을 맞추는 데에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사회자가 “1911813일은 무슨 요일입니까?”라고 물어보자 바로 일요일이라고 대답한다. “1921520일은요?”라는 질문에도 바로 금요일이라는 대답이 튀어나온다.

 

중년 남자는 질문과 응답 중에도 상대와 시선을 맞추지 않는 전형적인 자폐증세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떻게 그렇게 요일을 맞출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모르겠다고 대답할 뿐이다.

 

중년남자의 이름은 조지 핀. 그는 전형적인 서번트이다. 서번트란 자폐증이나 발달 장애, 정신 지체장애를 지녔으면서도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는 사람을 말한다.

 

쌍둥이 형제 찰스 핀과 함께 브롱크스의 캘린더 쌍둥이라고 불린 조지 핀은 사실 60분 프로그램에서 보여주었던 것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었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 소개되기도 했던 이 형제는 오늘부터 4만년 앞까지와 4만년 전까지의 8만년 사이의 임의의 날을 정해주면 그 날이 무슨 요일인지 알아 맞출 수 있었다. 한 시연에서는 오늘부터 2백년을 전후하여 부활절이 323일인 연도를 물어보았더니, 컴퓨터보다도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했다.

 

이들은 또 어떠한 숫자도 소인수분해를 할 수는 있었지만 덧셈은 하지를 못했다. 10달러를 주고 6달러짜리 물건을 사면 4달러를 거슬러 받아야 한다는 것조차 이해하지 못했다.

  

이들만이 아니다 서번트 중에는 성경을 완전히 암기한 사람도 있었다. 어떤 소년 서번트는 로마제국흥망사라는 두꺼운 책을 읽고 나서 그것을 전부 암송할 수 있었다4살 먹은 시각장애자인 톰이라는 서번트는 주인집 딸이 치는 피아노 소나타와 미뉴에트를 한번 듣고 완벽하게 연주할 수가 있었다. 물론 피아노를 배운 적은 전혀 없었다.

 

가장 잘 알려진 서번트, 킴 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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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가장 잘 알려진 서번트라면 킴 픽. 영화 레인맨에서 더스틴 호프먼이 연기했던 역할의 모델로 유명하다(앞서말한 조지 핀도 일부 역할의 모델이었다). 킴 픽은 두개골에 물주머니가 차서 비정상적으로 부푼 상태로 태어났다. 결국 뇌의 좌반구는 완전히 손상되었고 좌반구와 우반구를 연결해주는 뇌량도 없었다.

 

그러나 그는 생후 16개월 만에 글을 읽을 수 있었고 열여섯 살에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마쳤다. 킴 픽은 역사, 지리, 음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놀라운 지식을 자랑하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으로 유명하다. 한쪽 눈으로 한 페이지씩, 두 페이지를 동시에 읽으며, 그렇게 읽으면서도 읽은 내용을 완벽히 기억해낸다.

 

지금까지 9천권의 책을 읽었고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고 한다. 킴 픽은 미국 우편번호를 통째로 외우고 있고 요일, 날짜 계산 역시 탁월한 상상을 불허하는 서번트인 것이다.

 

직관적 심상이라는 것이 있다. 이것은 시각적 이미지로 사물을 아주 뚜렷하고 생생하게 기억하는 것을 말한다. 가령 책을 기억할 때 그 책 한쪽 한쪽을 사진으로 찍듯이 기억한다. 마치 사진같이 기억이 되기 때문에 재생할 때는 그 장면을 불러내기만 하면 된다. 이런 기억능력을 가진 사람들은 아무리 두꺼운 책이라도 그 내용을 기억할 수 있으며 몇 쪽이 무슨 단어로 시작하는지, 가령 187쪽의 20줄째에는 어떤 문장이 있는지를 아주 자연스럽게 기억해낸다.

 

서번트나 자페증과 같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은 보통 사람과는 사물을 인지하는 방법이 다르다. 이른바 약 중앙응집성(weak central coherence)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것은 정보를 처리할 때 전체적인 정보를 포기하고 세부적인 것을 주로 처리하는 경향을 말한다.

 

서번트, 나무는 보지만 숲을 보지는 못한다

 

보통 사람들은 정보를 처리할 때 자잘한 부분은 무시한 채 문맥과 큰 틀에 맞추어 처리하는 경향이 있다. 숲은 보지만 나무를 못 보는 식이다. 반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들은 세부적인 것에 집착하는 나머지 전체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무는 보지만 숲을 못 보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그림과 같은 인지심리학자 네이본의 과제를 이용한 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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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위의 그림에서 왼쪽의 것이 L, 오른쪽의 것이 T자라는 것을 한 번에 알 수 있다. 하지만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사람은 h라는 세부적인 요소에만 자동적으로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 세부적인 요소가 이루는 L, T자를 알아차리지 못한다. 이와 같은 인지경향과 서번트의 비범한 능력이 관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확실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다.

 

좌뇌의 손상과 우뇌의 보상 이론

 

서번트들이 특정한 분야에서 비범한 능력을 보여주는 것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서번트의 능력과 관련해 지금까지 수많은 이론들이 제시되었으나 현재 가장 설득력이 있는 것은 좌뇌의 손상과 우뇌의 보상이론이다.

 

서번트의 비범한 능력의 대부분은 우뇌와 관련이 있고, 부족한 능력의 대부분은 좌뇌와 관련이 있다. 참고로 좌뇌는 언어, 수학적인 계산 규칙적인 개념에 대한 분석이나 추상적 분석을 주로 담당한다. 이에 비해 우뇌는 공간적인 관계와 시각화를 주로 담당한다.


어린 시절에 입었던 좌뇌의 손상이 역설적인 기능촉진을 불러오고, 이후 손상되지 않은 우뇌반구에 대한 의존이 커지는 과정을 통해 강력한 보상작용이 일어나 그것이 특정한 분야에서의 비범한 능력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사실 서번트 가운데에는 좌뇌가 손상된 사람이 상당히 많다 타멧이라는 서번트는 어린 시절의 간질발작으로 좌측 측두엽이 손상되었고, 레인맨의 모델인 킴 픽 역시 좌뇌가 손상된 채로 태어났다.

 

평범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뇌질환과 뇌손상 이후 서번트 능력이 발현되는 후천적 서번트들의 경우에도 좌뇌의 전면 측두엽 기능장애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유사한 변화가 전측두엽 치매환자의 경우에도 확인된다. 이러한 환자들의 일부에서는 미술과 음악에 대한 관심과 능력이 치솟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기억은 잊혀질 뿐 사라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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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번트의 능력 가운데 공통적인 것은 초인적인 암기력일 것이다. 두꺼운 책이나 전화번호부를 통째로 외우거나 지도책 전부를 암기하기도 한다. 이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에 우리는 서버트를 보고 놀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서번트 연구자들은 우리들 모두에게 서번트와 같은 능력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고 있다. 후천적 서번트 처럼 평범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뇌질환과 뇌손상으로 비범한 능력이 발현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추신경계 손상이나 치명적인 질병없이 이런 능력을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문제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명한 신경외과의 펜필드가 작은 전기 탐침으로 측두엽 피질을 자극하자 환자들은 까마득하게 여겨졌던 기억들을 회상해내기 시작했다. 몇 년전의 전화통화는 물론 어린 시절 들었던 자장가 소리까지 기억해냈다. 같은 부분을 자극할 때마다 정확히 같은 노래가 들린다는 것이다이 기억들은 스냅사진 같이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그 자리에 있는 것 처럼 생생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펜필드박사는 이 연구를 통해 인간의 두뇌는 그가 경험했던 모든 일들을 영원히, 그리고 낱낱이 기록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까맣게 잊은 듯이 보이는 것은 그 기억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트래퍼트 박사는 나트륨 아미탈 정맥주사로 특정 부분을 자극하자 환자들은 수년전에 다녀왔던 여행에 대해 자세하게 기억해냈다. 여행 중 목격했던 신호등의 정지신호까지도 기억할 수 있는 정도였다

 

시드니대학의 스나이더교수는 좌측두엽을 TMS라는 장치로 자극하여 일부 대뇌활동을 일시적으로 억제하면 서번트와 비슷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스나이더의 실험에 참가했던 일부 피험자는 그림그리기 및 읽기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하는 데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지금 뇌과학의 발전이 눈부시긴 하지만 트래퍼트박사가 말하고 있듯이 서번트신드롬과 같이 재능과 장애가 동시에 존재하는 현상이 완전히 파악되지 않는 한 어떤 설명도 뇌기능을 완전하게 설명한다고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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