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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전설
2016.09.12 11:49

오를레앙의 사라지는 부티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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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연구에서는 소문을 3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회적인 정보로서의 소문인 루머, 뒷담화로서의 소문인 가십, 이야기거리로서의 소문인 도시전설(urban legend)이 바로 그것이다.

 

도시전설이란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르 모랑(Edgar Morin)1969오를레앙의 루머(La Rumeur d'Orléans)”라는 책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로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  믿어지고 있는 전거가 의심스러운(apocryphal) 이야기들을 말한다.


소문의 첫 번째 형태인 루머와는 달리 도시전설은 이야기체로 구성되어 있어 그 자체가 하나의 읽을거리로도 충분하다. 도시전설에는 그것이 발생된 구체적인 시간과 장소가 명시되는 것이 보통이다. 도시전설에서는 주인공의 실명이 구체적으로 거론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실제로 그 사건이 일어났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도시전설의 내용이 실제로 일어났는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도시전설은 시간에만 구애를 받지 않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으로도 자유롭다. 도시전설은 한 곳에만 머물지는 않는다. 끊임없이 방랑하면서 모습을 바꾸어 간다. 따라서 사람들의 흥미를 끄는 도시전설의 경우 수 십개국에서 채집되는 경우도 있다.

 

다양한 도시전설의 모태가 된 오를레앙의 사라지는 부티크 


이것은 프랑스 오를레앙에서 시작되어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오를레앙의 사라지는 부티끄이라는 도시전설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웬만한 사람이면 다 알 정도로 유명하다. 주인공을 한국 여성으로 한 버전도 있을 정도이다.

 

내용은 이렇다. 프랑스 오를레앙의 중심가에 위치한 여성용 부티크 6곳의 시착실에서 젊은 여성들이 계속 사라진다. 간신히 한 여성을 구출했는데 그 여성은 마약을 맞아 실신상태였다. 다른 여성들은 매춘부로 중동과 남미로 이미 팔려간 상태였다. 부티크 6곳의 주인은 모두 유태인였다


이 소문이 오를레앙에 퍼진 것은 19695월 무렵이다. 이러한 이야기는 이것이 처음은 아니고 프랑스에는 이전부터 이미 알려져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오를레앙 시에서 급격하게 퍼져가기 시작해 도시를 패닉 상태에 빠지게 했다. 시와 경찰, 매스미디어, 학교가 연일 안티캠페인을 펼친 결과 이 이야기는 유대인을 차별하기 위한 악질적인 데마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3개월 후에는 진정화되었다. 오를레앙시에서는 자취를 감추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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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로 들어오면서 프랑스 각지에서 비슷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파리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파리에 거주하는 일본인들 사이에는 묘한 이야기가 돌기 시작했다. 이야기의 내용은 이렇다.

 

  파리에서 일어난 일이다. 신혼여행을 온 여성이 부티크의 시착실에서 사라졌다. 밖에서 기다리던 남편은 아무리 기다려도 부인이 나오지를 않자 부티크로 들어가 점원에게 물었다. 점원의 대답은 이미 나갔다는 것이다. 근처를 샅샅히 뒤져보았지만 부인을 찾을 수는 없었다. 부인이 행방불명된 것이다. 한참 지나 부인은 홍콩에서 발견되었다. 중국마피아와 협력한 프랑스인이 홍콩으로 팔아넘겼다는 것이다. 물론 매춘을 위해서였다. 납치된 여성들은 홍콩 뿐 아니라 중근동으로도 팔려갔다고 했다.”

 

  이 이야기의 초기 버전에서는 납치된 신혼 여성은 프랑스인이었으나 곧 일본인 여성으로 바뀐다. 신혼여행을 온 일본인 여성이 납치되었고 찾다 찾다 못 찾은 남편은 귀국할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곧 장기휴가를 받아 부인을 찾다가 홍콩에서 발견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변해간다.


첫 번째 버전과 가장 다른 점이라면 유태인이 프랑스인과 중국마피아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파리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에게는 유태인보다는 현지인인 프랑스인들이 더 경계할 대상으로 비추어졌던 듯하고 동시에 홍콩의 마피아도 공포의 대상이었던 듯싶다. 이 이야기는 파리로 여행하는 일본인들을 통하여 일본으로 전해져 급속도로 퍼져 나간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우리나라까지 들어오게 된다.

 

일본 오뚜기 


이야기는 조금씩 변해가다 90년대 들어 크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준다. “일본오뚜기라는 이름이 붙었던 이 이야기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젊은 여성 둘이 오사카로 놀러 갔다. 시내의 혼잡한 인파 속에서 서로를 잃어버리게 된다. 친구를 아무리 찾아도 찾지 못한 여성은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귀가하자마자 잃어버린 친구의 어머니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친구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로 경찰에 신고했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반년 쯤 지나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친구가 홍콩에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였다. 부모는 서둘러 비행기에 올랐다. 도착해보니 딸은 서커스단의 구경거리가 되어 있었다. 사지가 모두 잘려져 있었고 임신까지 하고 있었다. 딸은 이미 정신이상을 일으켜 괴성만 질러대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본 부모들은 이것은 우리 딸이 아니다라고 말하며 사라져갔다. 서커스단 입구에는 이런 간판이 세워져 있었다.

 

일본오뚜기

 

같은 무렵 또 다른 이야기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파리 부티크에 일어난 일이다. 일본인 여성이 새 옷을 입어보려고 시착실에 들어갔다. 옷을 입으려고 하는데 벽에 부착되었던 거울이 빙글 돌더니 누군가가 여성을 끌어갔다. 지금까지 이런 식으로 사라진 여성이 많다고 한다. 몇 년 지나 여성들은 모두 사지가 절단된 채 발견되었다고 한다.”

 

일본의 민속학자인 야마모토(山本)1989년 이후 일본에서 돌아다니는 이 도시전설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 이야기의 종류는 모두 98개에 달했다. 98개는 피해장소, 발견장소, 피해을 입은 여성이 하고 있는 역할이 조금씩 달랐다.

 

우선 피해장소를 보면 프랑스가 가장 많아 52개였고 이 가운데 파리가 47개를 차지했다. 그 다음은 홍콩으로 12개였고 세 번째는 유럽 각국으로 7개였다. 그 뒤를 미국(5), 아시아(4), 일본(2)가 이었고 국가를 명시하지 않은 채 그냥 외국이란 표현을 쓴 경우도 9개나 있었다. 아시아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피해를 입었다는 이야기도 1개가 포함되어 있었다.


발견장소 역시 다양했다. 가장 많았던 것은 아랍으로 14개가 있었고 홍콩이 9개로 그 뒤를 이었다. 프랑스는 6, 아시아 5, 유럽 4, 아프리카 2개가 있었다. 피해여성이 발견 당시 하고 있었던 역할을 보면 매춘이 26개였고 구경거리 25개로 비슷했다.


이처럼 도시전설은 끊임없이 방랑하면서 모습을 바꾸어간다. 도시전설을 부정하는 대항전설이 힘을 받으면 수면 밑으로 가라앉기는 하지만 결코 죽지 않는다. 맥아더 장군의 말처럼 잠시 사라질 뿐 결코 죽지 않는 것이야말로 도시전설의 가장 큰 특징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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