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og

일본
2016.09.23 12:25

사무라이 상법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support.jpg


사무라이처럼 자존심 덩어리인 사람들보고 돈을 벌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알듯이 돈을 벌려면 자존심을 굽혀야 한다. 뻣뻣하게 굴어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자존심 덩어리인 사무라이들이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굽혀가면서  장사를 잘 할 수 있을까?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성공시켜 일단 천황을 권력의 전면에 내세우는 데에는 성공했다. 표면적으로는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중앙집권 체제가 성립된 것이다. 토지와 인민도 천황의 관할 하에 놓여 있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달랐다. 지방의 영주인 다이묘(大名)들은 그대로 있었고 사무라이들도 다이묘로부터 녹을 받고 있었다.

 

표면적으로는 막부가 무너지고 천황이 실권을 장악한 듯 했지만 실제로는 과거의 에도(江戶)시대”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상황으로는 명실상부한 중앙집권이 이루어질 수가 없었다. 누군가가 총대를 메고 다이묘가 물러나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스스로의 수족을 잘라 버렸다

 

다이묘뿐이 아니었다. 천황의 권력을 받쳐줄 중앙군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혁명에 성공한 사무라이에게도 기득권을 포기할 것을 요구해야만 했다. 메이지유신은 사족(士族)이 일으켰고 전비와 기타 비용을 부담한 것은 다이묘였다. 혁명에 성공한 대가가 혁명을 도운 다이묘의 영토를 빼앗고 또 혁명의 실천자인 사무라이들을 실업자로 전락시키자는 것이었으니, 이것이 간단할 수는 없었다.

 

support.jpg


그러나 사족, 즉 사무라이들 스스로가 자기 팔다리를 끊는 외과수술을 단행해 버렸다. 스스로의 수족을 잘라버린 것이다. 이것이 폐번치현(廢藩置縣)이다. 종래의 번을 폐지하고 근대적인 지방체제인 현을 설치한 것이다.

 

270명의 다이묘가 하룻밤 사이에 날라갔다. 또한 190만명의 사족이 하룻밤 사이에 평민으로 전락해버렸다. 당시 일본의 인구가 3천만 정도였으니 인구의 6.3%가 신분을 잃고 실업자 신세가 된 것이다. 일본 역사상 최대의 정치적 사건이라 불릴 만했다.

 

혁명은 누가 한 것인데, 이게 무슨 꼴이냐는 사무라이들의 볼멘 소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당시는 삐끗하다가는 외국에 나라를 빼앗겨 버릴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모두가 공유하고 있어 큰 충돌 없이 넘어갔다. 물론 이때 잉태된 불만은 훗날 서남(西南)전쟁으로 폭발한다.

 

문제는 사족였다. 하룻밤 사이에 실업자로 전락해버린 사무라이들이 문제였다. 물론 사족들에게 여분의 돈은 주어졌다. 수 년분의 연봉을 일시불로 받았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명예퇴직금이다.

 

아사를 감행한 사무라이도 있었다

 

쯔지야 히사아키(土屋久明)라는 사무라이는 스스로 아사(餓死)를 감행하기도 했다. 그는 늘 영주님이 주신 돈이 남아있을 동안만 산다고 주위에 말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돈이 떨어지자 그냥 굶어 죽어 버렸다. 지금 관점으로 본다면 참 어처구니 없는 사람이지만 사실 이 아사야말로 당시의 사무라이의 멘탈리티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이다.

 

모두가 쯔지야와 같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명예를 소중히 여기고 자존심이 강한 사족이라고 해도 먹고는 살아야 했다. 가족도 있으니 무슨 직업인가를 찾아야 했다. 호구를 이어가려면 이것저것을 따질 겨를이 아니었던 것이다.


support.jpg


그러나 사무라이의 전업은 녹록치 않았다. 하다하다 어쩔 수 없이  장사로 나선 사무라이도 많았다. 이들의 장사가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당시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의 비유로 무사(武士)의 상법(商法)”이라는 말이 유행했을 정도이다. 장사에 나선 사무라이들은 망하거나 사기를 당해 거의 모두가 심각한 곤란에 처했다고 한다. 옛날 좋았던 시절의 향수에 사로 잡혀 뻣뻣하게 구니 장사가 잘 될 리가 없었던 것이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무사의 상법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요즈음은 일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을 가리키기 보다는 소비자에 대한 배려 없이 횡포를 부리는 장사꾼들을 가르킨다. 소비자에 바가지를 씌우는 양아치 장사꾼을 가리킬 때 쓰인다. 비슷한 의미로 사무라이 상법은 위협, 공갈로 물건을 파는 행위를 의미하고 있다.

 

몰락한 사족의 자제들은 스스로를 구하는 수단으로 학교를 선택했다. 돈이 있을리 없으니 학비가 필요 없는 관립학교나 군인학교로 사족의 자제들이 몰려들었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이들이 일본 근대화의 주역이 된다.














?

  1. 미혼남녀, 몇살 때 결혼을 포기할까?(일본의 경우)

    우리 사회에도 이른바 결혼 적령기를 넘긴 남녀들로 넘쳐난다. 30대 미혼은 노총각, 노처녀 축에도 끼지 못할 정도이다. 이러다보니 노총각, 노처녀라는 말은 이미 사어가 되어버렸다는 느낌마저 든다. 혼기를 지나 결혼을 하지 않는 남녀가 딱 부러진 이유가...
    Date2017.01.25 Category결혼 Byrokea
    Read More
  2. 거짓말을 간파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이 있을까?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장관이 구속된 것을 보니 그들이 청문회에서 모른다고 주장했던 것은 역시 거짓말이었던 모양이다. 물론 두 사람은 증거인멸의 우려 때문에 구속된 것이긴 하지만 블랙리스트와 전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다. 청문회에서 두 사...
    Date2017.01.22 Category실험 Byrokea
    Read More
  3. 의식의 2가지 모드: 그로프

    스타니슬라브 그로프(Stanislav Grof)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트릉카(Trnka, J), 슈반크마이에르(Svankmajer, J)와 같은 거장 애니메이터들을 배출한 나라여서 그랬던지 그로프는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 했...
    Date2016.11.20 Category의식 Byrokea
    Read More
  4. 일본의 4,50대 모태솔로는 얼마나 될까.

    잘 알다시피 모태솔로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번도 연애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을 말한다. 요즈음은 스스로를 모태솔로라 칭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고 또 결혼들도 늦게 하다 보니 2,30대 모태솔로는 어디 가서 명함도 못 내민다. 모태솔로가 많은 인터넷 커...
    Date2016.10.08 Category결혼 Byrokea
    Read More
  5. 직관은 육감이 아니라 스킬이다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인지심리학자 카네만(Kahneman, D.)은 우리에게는 두 가지 서로 다른 사고 체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시스템 1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이것은 주로 직관에 의하여 지배된다. 시스템 1에서의 사고는 빠르게 이루어지며, 힘이 ...
    Date2016.10.06 Category직관 Byrokea
    Read More
  6. 이순신에 도와달라 기도한 일본 해군 장교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는 메이지 시대의 해군 제독이다. 러일전쟁 때 쓰시마해전에서 발틱함대를 격파해 승전의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러일전쟁의 영웅이라는 것보다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극찬했던 인물로 오...
    Date2016.09.24 Category일본 Byrokea
    Read More
  7. 사무라이 상법

    사무라이처럼 자존심 덩어리인 사람들보고 돈을 벌라고 하면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질까? 누구나 알듯이 돈을 벌려면 자존심을 굽혀야 한다. 뻣뻣하게 굴어서는 절대 돈을 벌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자존심 덩어리인 사무라이들이 과연 다른 사람들에게 굽혀...
    Date2016.09.23 Category일본 Byrokea
    Read More
  8. 사무라이, 멋있게 죽는 것만 생각했던 사람들

    명예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고 있지만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기 지향적이다. 명예란 것은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우선 내가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자기의 도덕적, 인격적...
    Date2016.09.23 Category일본 Byrokea
    Read More
  9. 무력감도 학습된다: 학습성 무력감

    모든 자살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자살의 배후에는 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다. 또 우울증의 상당 부분은 학습성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서 비롯된다. 학습성 무력감이란 무력감이 학습을 통하여 굳어져 버리는 것을 말한다. 우선 학습성 무력...
    Date2016.09.22 Category실험 Byrokea
    Read More
  10. 관리직 원숭이(Executive Monkey)

    2차대전 중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들 가운데에는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쟁의 공포라는 강한 스트레스와 위궤양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조사와 실험이 실시되어, 강한 스트레스는 위궤양을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된다. 이러...
    Date2016.09.22 Category실험 Byrokea
    Read More
  11. 유쾌하면 창의성도 높아진다

    유쾌한 기분은 우리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이 아니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심리학의 연구를 통하여 누차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 가운데에서는 사회심리학자 Isen의 연구가 가장 돋보인다. ...
    Date2016.09.21 Category직관 Byrokea
    Read More
  12. 통찰은 왜 갑자기 찾아올까

    해결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던 문제라도 한동안 씨름하다 보면 어느 때인가 갑자기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떠오를 때가 있다. “아하! 이거구나.”하고 그 해법이 불현듯 떠오른다. 이것이 통찰이다. 통찰이란 한마디로 말해 어느 순간에 문제의 본질을...
    Date2016.09.20 Category직관 Byrokea
    Read More
  13. 직관과 변성의식

    우리의 일상 의식이라는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그 밑 부분에는 과학적 해명을 거부해온 미지의 과정이 존재한다. 그것이 바로 변성의식(altered state of consciousness)이다. 신경생물학은 일상 의식이라는 것이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외부 자...
    Date2016.09.19 Category직관 Byrokea
    Read More
  14. 직관과 가슴을 따르라

    경영자들만 직관을 중요시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합리적이라는 과학자들조차도 직관을 중요시하고 있다. 스웨덴의 교육심리학자 마튼(Marton, F.)과 그의 동료들은 1970년부터 16년간 물리학, 화학, 의학 부문에서 노벨상을 수상했던 사람들과 인터뷰를 했다...
    Date2016.09.18 Category직관 Byrokea
    Read More
  15. 직관이란 무엇인가

    2001년 4월 어느날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재키 라센(Jackie Larsen)이라는 여성은 예배를 마치고 자기 가게로 돌아가고 있었다. 길을 가다가 그녀는 크리스토퍼 보노(Christopher Bono)라는 청년과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짧은 머리에 예절바르게 보이는 그 ...
    Date2016.09.17 Category직관 Byrokea
    Read More
  16. 실제로 실현된 도시전설들

    도시전설의 묘미란 있을 법한 이야기를 진짜로 일어났다고 전하는 데에 있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와는 달리 유령에 관련된 괴담류의 도시전설 보다는 범죄나 사건에 관련된 것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이것은 사실에 바탕을 둔 것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
    Date2016.09.16 Category도시전설 Byrokea
    Read More
  17. 도시전설은 교훈적인 경고이다

    대개의 도시전설은 교훈적이다. 흔히들 생각하는 귀신 이야기와는 거리가 있다. 어처구니없는 사건과 사고를 통하여 우리에게 조심하면서 살아가야한다고 경고한다. 프랑스의 심리학자 캐퍼러(Kapferer, J. N.)가 이야기했듯이 도시전설은 일종의 예시적 이야...
    Date2016.09.14 Category도시전설 Byrokea
    Read More
  18. 대부분의 도시전설에는 원형이 있다

    아무리 새롭게 보이는 도시전설이라도 연원을 쫒아가다 보면 원형이 되는 이야기와 마주칠 때가 많다. 세세한 부분에서는 차이가 있을지 몰라도 주요 모티브가 비슷한 원형이 있을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이다. 원형이 있다는 것은 누군가가 원형이 되는 이야기...
    Date2016.09.13 Category도시전설 Byrokea
    Read More
  19. 오를레앙의 사라지는 부티크 

    소문연구에서는 소문을 3가지로 분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사회적인 정보로서의 소문인 루머, 뒷담화로서의 소문인 가십, 이야기거리로서의 소문인 도시전설(urban legend)이 바로 그것이다. 도시전설이란 프랑스의 사회학자 에드가르 모랑(Edgar Morin)이 1...
    Date2016.09.12 Category도시전설 Byrokea
    Read More
  20. 천재와 백치의 동거: 서번트신드롬

    1983년에 방영되었던 미국 CBS의 60분(60 minutes) 프로그램. 화면에 비친 중년의 남자는 자폐증으로 일상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요일을 맞추는 데에는 특별한 재주가 있었다. 사회자가 “1911년 8월 13일은 무슨 요일입니까?”라고 물어보자 바로 “일...
    Date2016.09.10 Category Byrokea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Nex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