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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는 메이지 시대의 해군 제독이다. 러일전쟁 때 쓰시마해전에서 발틱함대를 격파해 승전의 결정적인 발판을 마련했던 인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러일전쟁의 영웅이라는 것보다는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고 극찬했던 인물로 오히려 더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도고가 이순신장군을 존경했다는 이야기에는 근거가 없다. 도고가 그런 말을 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예화는 대개 이런 식이다.


도고가 러일전쟁 전승 기념 파티에서 한 기자의 질문을 받았다. “영국의 넬슨과 비교한다면 자신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물어보자 도고는 ''넬슨은 스페인의 무적함대와 비슷한 수준의 함대를 가지고 싸워서 이겼다. 그러나 우리 함대는 러시아 발틱 함대의 3분에 1 정도의 규모에 불과한데도 이겼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자기가 넬슨제독보다는 한수 위라는 이야기였다.


이어서 기자가 ''그러면 조선의 이순신장군과 비교하면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더니. 도고는 ''이순신 장군이 군신이라면 나는 하사관에 불과하다“며 자신을 ”넬슨과는 몰라도 이순신 장군과 비교하는 것은 너무나 황공스러운 일이다“라고 했다는 것이다. 


국뽕에 취한 사람들 입맛에 딱 들어맞는 이야기이기는 한데, 근거가 불분명하다. 당시의 기록에서는 근거를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이러한 보도를 한 신문은 물론 이 이야기를 기록한 당시의 잡지나 서적도 눈에 띠지 않는다. 당시 도고제독에 대한 일본의 국민적 관심이 얼마나 대단했는가를 생각해보면 한 두권 정도는 있어 마땅하다. 또한 질문을 했다는 기자가 과연 이순신 장군을 알고 있었을까 하는 것도 의문이다. 


또한 이 일화에는 다양한 버전이 존재한다. 연회석상에서 기자가 물었다는 버전도 있고 부하가 물었다는 것도 있다. 공개석상이 아니라 사적인 자리에서 측근에게 말했다는 버전도 있는데, 그 측근이 누구인지는 물론 모른다. 일화는 있는데 그것의 출처와 출전이 모호한 것이다. 전형적인 도시전설의 모습이다.


근거가 되는 첫번째 책이 수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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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거가 전혀 없지는 않다. 그런데 그 근거란 것이 좀 수상쩍다.  1964년도에 발간된 한 서적에서 갑자기 이 일화가 튀어 나온다책의 제목은 , 조, 3국 인민연대의 역사와 이론(日朝中,三国人民連帯歴史理論)“으로 일본조선연구소(日本朝鮮研究所)에서 발간되었다(여기서 조선은 북한을 의미한다).

 

일중 국교회복 3천만 서명을 위하여”, “일한회담 분쇄를 위하여“, 일조우호운동의 전진을 위하여라는 것이 이 책이 발간된 목적이라고 한다 이 구호만 보더라도 이 책이 어떤 용도로 발간되었는지는 너무나 빤하다. 당시 진행 중이던 한일회담을 반대하는 입장에서 발간한 책이 분명하다.

 

이처럼 도고가 이순신을 존경했다는 것에는 근거가 불분명하나 도고가 살았던 메이지시대의 해군이 이순신을 존경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사실 이순신장군을 재발견한 것은 메이지 해군이었다.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이순신이라는 존재를 이미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순신장군이 임진왜란 직후에  당시의 조선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는지 조차도 불분명하다.

 

메이지 해군은 역사상의 유명한 해전을 모두 분석하여 거기에서 교훈을 얻으려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순신과 메이지 해군의 접점이 이루어진다. 메이지해군은 이순신 장군의 뛰어난 전술과 전략에 감탄했고, 그것들을 분석하여 모든 사관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고 있었다. 러일전쟁을 전후한 무렵의 사관들은 이순신이라는 이름을 다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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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장군에게 도와달라 기도한 해군장교


이러다보니 쓰시마해전에서는 이순신장군의 혼령에게 도와달라는 기도를 올린 해군 장교도 있었다. 장교의 이름은 미즈노 히로노리(水野廣德). 쓰시마해전 당시 해군 대위로서 제41호 수뢰정장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수뢰정이란 어뢰를 장비한 작은 전투함으로 어뢰정이라고 보면 된다.(위의 사진) 

 

당시 일본해군의 쓰시마해전에서의 작전은 우선 낮에 발틱 함대에 적당한 타격을 입혀놓고 어두위지면 수뢰정으로 공격해 마무리를 짓는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수뢰정은 곳곳에 정박하여 어두워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쓰시마의 한 만에 정박해있던 미즈노 히로노리는 이순신 장군의 혼령에게 간절히 기도했다. 옛날에는 적이었지만, 어쨌든 이순신장군이나 자기나 같은 동양인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 전투에서 지면 나라는 망하고 일본사람은 모조리 노예 신세가 된다. 그러니 좀 도와달라는 것이었다. 아무래도 같은 동양인이니 러시아보다는 일본을 도와달라는 이야기이다.  말도 안되는 이러한 기도에서 큰 전투를 앞둔 미즈노리의 심정이 얼마나 절박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또한 300년전의 적장을 평소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상상하기 어렵지 않다.


이 일화는 저명한 역사소설가인 시바료타로에 의하여 잘 알려졌다. 시바는 70년대부터 수차례에 걸쳐 이 이야기를 해왔고 1997년에 발간된 "메이지라는 국가(明治という國家)"라는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다.


이순신 장군이 도와준 덕인지 모르겠지만 메이지해군은 쓰시마 해전에서 대승리를 거둔다. 38척의 러시아 전함 가운데 19척이 침몰되고, 5척이 포획되었다. 병원선 2척은 억류되고 12척이 도주했을 뿐이다. 이 마저도 추격하여 로제스트벤스키 사령관 이하 6천여명을 포로로 잡는다. 여기에 비해 일본 측의 피해는 수뢰정 3척을 잃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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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대전의 참상을 목격하고 반전주의자로 대변신


이순신장군에게 기도했던 미즈노(사진)는 참 대단한 인물이다. 미즈노는 훗날 쓰시마 해전에서의 경험을 쓴 此一戰(고노잇센; 이 일전)”이라는 책이 1911년 대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필명을 휘날리게 된다. 이 책으로 들어온 인세로 미즈노는 유럽여행에 나선다. 구미 각국, 특히 독일에서의 1차대전의 참상을 마주하곤 생각을 180도 바꾼다. 반전 평화론자로 대변신을 한 것이다.

 

1921년 대령으로 예편한 미즈노는 평론가로 변신하여 날카로운 필봉을 휘둘렀다. 태평양전쟁이 일어나기 18년 전인 1921년에 이미 일미비전론을 주장했다. 일본이 미국과 붙으면 반드시 패배할 터이니 아예 싸울 생각조차 말라는 것이었다. 미즈노는 이러한 주장들 때문에 정부로부터 좌익사상의 소지자로 감시를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도고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이야기는 누군가의 창작이고 또 어느 아부꾼에 의해서 우리 사회에 널리 퍼졌을 가능성이 높다 . 하지만 심증은 있지만 확증이 없다. 또한 미즈노의 예에서도 보았듯이 일본 해군의 이순신장군에 대한 평가는 대단히 높았다. 그리고 그러한 것이 해군의 전통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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