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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20 15:53

의식의 2가지 모드: 그로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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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슬라브 그로프(Stanislav Grof)는 체코슬로바키아 출신의 정신과 의사이다. 체코슬로바키아는 트릉카(Trnka, J),  슈반크마이에르(Svankmajer, J)와 같은 거장 애니메이터들을 배출한 나라여서 그랬던지 그로프는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터가 되고 싶어 했다. 그런 까닭에 그가 가장 좋아 했던 인물은 월트 디즈니였다고 한다.

 

정신분석입문과 LSD


18세 때 애니메이션 제작사에 취직한 그로프는 친구로부터 한 권의 책을 건네받는다. 그 책은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 입문이었다. 이 책이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어 놓는다. 그로프는 정신분석학자가 되기 위해서 프라하대학 의학부로 진학하게 된다.

 

그리고 몇 년 후 프라하대학 의학부로 배달된 한통의 소포가 또 다시 그의 운명을 바꾸어 놓는다. 그 소포는 LSD였다. 산도즈 제약은 LSD가 가져오는 환각 작용을 통하여 정신분열증 환자의 의식 상태를 해명할 수 있는 모델을 개발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각국의 연구자에게 임상시험을 할 수 있도록 LSD 샘플을 보내 주고 있었다. 1954년 아직 학생이었던 그로프는 LSD세션에 피험자로 자원했다. 그리고 여기서 겪은 광대한 환각이 그를 세계 최고의 LSD 연구자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그로프는 자신이 최초로 피험자가 되어 LSD를 복용했을 때의 경험을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실험이 이루어지는 동안, 원자폭탄이 폭발할 때 쏟아져 나오는 빛에 비견할 수 있는, 혹은 동양의 경전에 쓰여 있는 죽음의 순간에 나타난다는 초자연적인 빛에 비견할 수 있는 광휘가 나에게 쏟아졌다. 이 빛은 나를 신체로부터 몰아냈다. (중략) 나의 의식은 폭발하여, 우주적 차원으로 펼쳐져 가는 것 같았다. 자신이 경험하고 있는 것이, 위대한 신비적인 경전에서 읽은 적이 있는 우주의식에 대단히 가까운 것이라는 것을 마음속에서 확신했다. 정신의학 책에는 이러한 상태는 심각한 병리의 전조라고 정의되어 있다. 지금 나는 이것을 체험하면서, 이것이 약물에 의하여 유발된 정신이상의 결과가 아니라 일상적인 리얼리티를 넘는 세계를 엿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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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신비주의 전통에서는 그로프의 이러한 체험을  우주의식이라고 부르며  신비체험의 하나로 본다. 하지만 LSD연구에서는 이러한 체험을 자아의 소멸(dissolution of ego)이라고 부르고  그렇게 드문 현상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자아의 소멸이란 말 대신 ego death, ego loss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다.  

 

1960년대 중반 미국에서는 LSD사용을 둘러싸고 찬반 양론이 비등하고 있었다. LSD의 정신질환 치료제로서의 탁월함을 입증해줄 수 있는 구원투수로 그로프는 1967년 미국에 초청되었다. 각지를 돌며 정신치료제로서의 LSD가 지닌 우수성을 강조하고 다니다 미국 최고의 의과대학인 존스홉킨스 대학에 자리를 얻어 미국에 눌러 앉게 되었다.

 

하일로트로픽 의식과 홀로트로픽의식


그로프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두 가지 의식의 모드가 있다. 하나는 하일로트로픽 의식(hylotropic: 향물질적 의식) 이고 다른 하나는 홀로트로픽 의식(holotropic: 향전체성 의식)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체험하고 있는 하일로트로픽 의식에서는 자신의 피부를 경계로 하여 자기를 외부와 독립된 실체로 파악한다. 자기와 타자, 주관과 객관, 의식과 물질 등의 분리를 전제로 하여 과거-현재-미래로 직선적으로 흘러가는 시간, 물질로 구성된 3차원의 공간을 체험하고 있다

 

이 양식에서의 체험은 수많은 기본적인 가설에 의해 지탱된다. 가령 물질은 고체적인 것이며 두 가지의 물체는 동시에 같은 공간을 점할 수 없다. 과거에 발생한 일은 사라져버려 다시 되돌아올 수 없다. 미래에 발생할 일에 체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사람은 동시에 한 곳 이상의 장소에 있을 수 없다. 사람은 한 번에 하나의 시간대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하일로트로픽 모드에서의 체험은 이 가설들의 범위를 넘을 수 없다. 이 가설들의 범위를 넘는 체험을 했다고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정신이상으로 간주되어 버린다.

 

변성의식이라고 볼 수 있는 홀로트로픽 의식은 일상 의식과는 상대적으로 다른 상태이며 시공간 감각이 달라진다. 시간의 흐름이 빠르거나 느리게 느껴지기도 하고, 공간이 균질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타자와의 거리감도 다르게 느껴지는, 보다 동적인 의식의 모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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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트로픽 의식에서는 5감을 매개로 하지 않고 리얼리티의 다양한 측면에 접근할 수 있다. 이 양식 하에서는 물질이란 것도, 물리적인 자아가 의식을 만들어낸다는 것도 환상에 불과하다. 자아는 명확한 한계를 수반하지 않는 의식의 장과 접촉할 수 있다.

 

홀로트로픽 모드에서는 3차원 공간과 선형적 시간을 대신하는 유효한 대안이 있다. 홀로트로픽 의식에서의 체험은 하일로트로픽양식에 고유한 여러 가설과는 전혀 다른 일련의 가설에 의하여 유지된다.

 

물질의 고체성과 불연속성은 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이자 거짓이다. 시간과 공간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임의적이다. 동일한 공간은 동시에 여러 가지 물체에 의하여 점해질 수 있다. 과거 및 미래의 일은 현재의 순간으로 가져 와 체험될 수 있다. 사람은 동시에 여러 가지 장소에서 자신을 체험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사람은 동시에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시간대를 체험할 수 있다.

 

그로프는 이 두 가지 의식은 논리적으로 모순되어 있는 듯이 보이지만 사실은 보완 관계라고 말하고 있다. 그로프는 홀로트로픽한 의식이란 하일로트로픽한 의식과의 균형이 깨어지지 않는 한 인생을 풍요롭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이 두 가지 의식세계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한데도 의식을 하일로트로픽한 물질지향적인 방향으로만 한정짓고 있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자신의 인생을 절반으로만 한정하고 있는 셈이 된다. 그것도 무의미한 절반 쪽으로만그러다보니 지금 우리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삶 자체가 무의미한 반쪽으로만 한정된 채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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