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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바도(Zimbardo, P)의 모의감옥 실험은 Experiment라는 영화로도 제작되었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이 실험은 윤리적인 문제로 중도에 포기해야 할 만큼 쇼킹한 결과를 보여주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죄수 체포도 진짜 경찰이 했다

 

1971년 실시된 실험의 정식명칭은 스탠퍼드 감옥 실험(Stanford prison experiment).“ 짐바도가 당시 스탠포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실험의 대상은 신문광고를 보고 찾아 온 일반인들이다.


하루 15달러의 보수를 받기로 하고 실험참가를 희망한 75명의 일반인들은 우선 철저한 예비조사를 받아야 했다. 본인이나 가족이 반사회적 행위에 가담한 적이 있는가, 정신질환을 앓은 적이 있는가 등이 면밀히 체크되었다.

 

그 결과 심신이 안정되고 모든 면에서 지극히 건전하다고 여겨진 21명이 선발되었다. 21명을 제비뽑기로 분류하여 10명은 죄수, 11명은 교도관의 역할을 맡게 되었다. 피험자들에게는 연구의 내용이 상세하게 설명되었으며 준비된 계약서에 서명을 한 후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며칠 후 죄수역을 맡은 피험자들은 실험에 협력해준 경찰에 의해 정식으로 연행되었다. 집 근처에서 체포된 이들에게는 수갑이 채워졌다. 경찰서에서 일반 피의자들과 똑같은 취조를 받은 후 지문이 채취되었다. 그리고 나선 눈이 가려진 채로 대학 내의 모의 감옥에 수감되었다.

 

이들은 등과 가슴에 수인번호가 적혀진 죄수복을 입었다. 한방에 3명씩 수감된 채 24시간을 감방 안에서 지내야 했다. 특별히 주어진 일은 없었으며 감방에서 24시간을 보내기면 하면 되는 어찌 보면 상당히 편한 일이었다. 처음에는 다들 이렇게 생각했으리라.

 

한편 교도관의 역할을 맡은 이들은 짐바도 형무소장과 교도관장을 맡은 학부학생들의 지휘감독하에 8시간씩의 근무를 하게 되었다, 13교대로 8시간 근무였고 그 외의 시간은 각자 귀가하여 일상적인 생활을 하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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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들에게는 이러한 역할은 제비뽑기로 결정되었을 뿐이며 그들이 교도관역할을 맡게 된 것도 우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철저하게 주지되었다. 자신들이 교도관에 적합하기 때문에 교도관역을 맡게되었다는 오해을 불식시키기 위해서이다.

 

하루도 지나지 않아 벌써 행동의 차이가 나타났다

 

체벌이나 폭력은 철저히 금지되는 대신 그 이외의 구체적인 행동지침은 주어지지 않았다. 죄수를 감시하는 역할만 수행하면 되는 것이다. 교도관들은 경찰봉과 호루라기를 지녔고 물론 복장은 카키색의 간수복을 착용했다.

 

죄수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등과 가슴에 번호가 새겨진 줄무늬 죄수복을 입었고 발에는 족쇄가 채워졌다. 죄수들에 대한 호칭은 이름이 아니라 101, 103호라는 식의 번호가 대신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죄수와 교도관의 행동에 미묘한 차이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즉 역할의 내면화가 시작된 것이다. 우선 말투에 차이가 드러났다. 교도관들에게는 명령조의 말이 입에 배었고 죄수들은 지극히 수동적인 어투가 되었다. 또한 교도관들은 금지된 체벌대신 말로 죄수를 모욕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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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관들은 죄수들의 반항적인 태도는 물론 일상적인 질문이나 농담 따위에도 민감하게 반응해 공격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자 죄수들은 그저 그냥있는 게 상책이라는 듯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고 우두커니 앉아 있을 뿐이었다.

 

죄수들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교도관들의 공격적인 행동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두드러져갔다. 식사를 제공하는 그들의 의무조차도 무슨 선심이나 쓰는 듯이 거만한 태도를 보였다.

 

교도관들은 그들이 맡은 역할을 대단히 마음에 들어하는 모양이었다. 교대시간에 늦는 사람이 전혀 없을 정도였다. 교대하는 팀에서 가장 공격적인 사람이 리더의 역할을 맡는 것이 관찰되었다.

 

6일만에 중지된 실험

 

실험 이틀째가 되자 죄수의 상태가 심각해졌다. 10명 가운데에서 5명이 흐느껴 울거나 분노를 폭발시켰고 우울증 등의 병적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했다. 증세가 심각해 5명은 이틀째에 석방시켰으며 그 중의 한 명은 치료를 요할 정도의 심인성 발진 증세를 보이기까지 했다.

 

결국 이 실험은 6일째에 중지되었다. 피험자들의 역할내면화가 예상외로 심각해, 후유증이 우려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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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졌을까. 짐바도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죄수들의 아이덴티티 상실이다, 이들은 번호로 불리어졌고 이름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상상해보라, 당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번호로만 불리울 때, 당신의 심정이 어떠할까를.

 

두 번째로 교도관들의 무제한적인 권력행사이다. 교도관들은 그들에 주어진 권한을 확대해석하여 식사나 세면 등 자기들이 해야만 하는 일조차도 큰 권력이라도 되는 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었다. 즉 식사를 주는 것조차도 죄수들이 얌전하게 있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는 식으로 행동하는 것이었다.

 

세 번째로는 복종과 무기력이다. 이처럼 교도관들의 무제한적인 통제를 받는 상황에서 죄수는 복종할 수 밖에 없어 학습성 무력감에 빠지고 만 것이다. 학습성 무력감이란 자신의 힘으로 대처할 수 없는 상황을 경험한 사람은 자신이 대처할 수 있는 상황에 처하더라도 전혀 해결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는 현상을 말한다. 설사 해결을 시도하더라도 그 반응 속도가 지극히 늦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 상태에 빠지면 감정적 균형이 무너져 위기에 대처하려는 의욕도 없고 불안과 우울이 감정을 지배한다.

 

미군에 의한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이 아직 기억에 새롭다. 개목걸이를 죄수의 목에 채우고 잡아다니던 자그마한 체구의 여군. 머리를 짓밟고 있는 군인들. 세퍼드를 으르렁거리게 하여 죄수를 위협하는 군인들. 그 군인들 역시 평소에는 건전하고 상식적인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양심과 법에 따라 하루하루를 지내는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들이었을 것이다. 감옥이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견제받지 않은 권력이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을 뿐이다. 실험에서 보듯이 같은 상황에 처하면 누구나 이렇게 변할 가능성이 있다. 이라크 포로 학대 파문을 말하면서 이 실험이 자주 거론되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

 

힘 가지면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모르는 동물이 바로 인간이다. 평소에 수양을 쌓아두지 않으면 여러 사람에게 피해끼치기 쉽다. 인간의 동물적인 본성을 그대로 보여준 이 실험이 더 이상 거론되지 않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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