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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나 모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결정이 내려지는 것을 묵묵히 지켜봐야 했던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더구나 한 의견이나 결정을 압도적인 다수가 지지하는 듯이 보인다면, 그것들이 아무리 불합리하게 보이더라도 반대 의견을 내놓는 것 자체가 망설여진다. 그러다보면 자기 의견을 거두고 잠자코 있기 마련이다. 결국 내키지도 않는 불합리한 결정을 묵묵히 따라가야 하는 처지가 되고 만다.

 

이런 식의 비자발적인 동조는 일상생활에서 너무나 흔히 일어난다. 자신의 의견을 집단압력(group pressure)에 의하여 바꾸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이야기이다. 사실 이런 동조가 없다면 우리 생활이 대단히 각박해진다. 각박해지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안 굴러갈 지도 모른다.

 

가령 점심 메뉴 선택할 때를 생각해보자. 각자가 자기 먹고 싶은 것 우겨대면 대책이 안 선다. 밥 굶기 딱 좋다. "김치찌개 어때?'라고 한 마디해 보았다가 반응이 시원치 않으면 다수인 듯한 의견에 대강 따라가야 밥도 안 굶고 이상한 넘 소리 안 듣는다. 가정에서도 사사건건 자기주장만 하다가는 버림받기 딱 좋다. 못 이기는 척 넘어가야 좋은 남편, 좋은 아빠 소리 듣는다. 세상이 이런 식이다 보니, 자기와 크게 관련되지 않는 문제에 대해서라면 사람들은 대충대충 동조하고 사는 것이 보통이다.

 

혼자라면 99%의 정답률이 집단상황에서는 63%

 

애쉬(Asch, S.)는 사람들의 이러한 동조경향을 측정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실험을 실시했다. 동조를 순수하게 측정하기 위해서라면 되도록 간단한 재료가 좋다고 생각한 애쉬는 그림과 같이 선이 그려진 카드를 실험과제로 선택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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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는 왼쪽 카드에 그려진 선과 길이와 같은 것을 오른쪽 카드의 세 선분가운데에서 찾아내면 되었다. 오른쪽 카드를 보면 하나를 제외한 두 선은 왼쪽 카드의 선과 확실하게 차이가 나 일상적인 상태에서 피험자들의 정답률은 99% 이상을 기록했다.

 

실험은 7명에서 9명 정도의 남자 대학생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이루어졌다. 테이블에 둘러 앉은 피험자들은 실험자가 카드를 내보이면 1명씩 답을 말해나갔다. 여기 모인 학생들 중 진짜 피험자는 1명뿐으로 나머지는 모두 실험 협력자였다.

  

정답을 말하느냐, 집단에 굴복하느냐

 

어쨌든 첫 번째와 두 번째 시행에서 모든 피험자들은 올바른 대답을 했다, 그러다가 3번째 시행에서 상황이 급변했다, 첫 번째 사람이 3번이 아니라 1번이라고 대답한 것이다. 마음속으로 답을 정하고 자기 차례만 기다리던 진짜 피험자는 당황한다. 실험상황을 찍어 놓은 비디오를 보면 피험자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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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사람도 1, 세 번째, 네 번째도... 모두가 1번이라고 대답한다. 끝에서 3번째에 앉혀진 피험자가 대답할 차례가 다가온다. 과연 그는 자기 생각대로 3번이라고 대답할까, 아니면 집단 압력에 굴복하여 1번이라고 대답할까? 만약에 당신이라면 몇 번이라고 대답할까?

 

실험 결과는 놀랄만했다. 혼자라면 99% 이상의 정답을 하는 이 단순한 작업이, 실험 상황에서는 오답률이 36.8%에 달했던 것이다. 123명의 남자들 가운데 76.4%가 적어도 한번은 틀린 답을 댔다. 18번 연속으로 이루어진 시행에서 한 번도 틀리지 않게 대답한 사람은 29(23.6%)에 지나지 않았다. 6명은 검사 시행 12번 모두에서 집단압력에 굴복했다.


이처럼 작업이 단순하고 정답이 확연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도 이렇게 많은 동조가 이루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상황이 보다 복잡하고 판단이 애매한 경우가 많은 일상 상황에서는, 얼마나 많은 동조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이 실험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사람 셋이면 한사람 바보 만들기 딱좋다

 

이처럼 단순한 실험에서 동조가 일어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애쉬는 우선 집단의 크기에 주목했다. 그는 앞서와 완전히 동일한 실험내용을 2명에서 16명까지 인원수를 바꾸어 가면서 시행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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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를 보면 틀린 대답을 하는 실험협력자가 1명일 경우 즉 실험인원이 2명일 때 동조는 거의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협력자가 2명이 되면 오답률은 급격히 늘어났으며 3명일 경우는 31.8%의 오답률을 기록했다.

 

그 이상의 경우는 협력자가 늘더라도 오답률은 두드러지게 높아지지 않았다. 사람 셋이면 한사람 바보 만들기는 누워서 떡먹기라는 세간의 말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다. 또한 사람수가 7명일 경우(피험자 포함) 오답률이 최고였으며 7명을 넘어서면 오답률은 미세하게나마 줄어들어가는 경향이 있었다. 여기서 얻어진 결론은 사람수는 동조를 이루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렇게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 다음단계로 애쉬는 오답이 만장일치로 이루어졌다는 데에 주목했다. 만일 정답을 이야기하는 실험협력자가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피험자는 어떻게 반응했을까


눈앞에서 배신을 당했을 때 : 애쉬의 동조실험(2)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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