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

관리직 원숭이(Executive Monkey)

by rokea posted Sep 22,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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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 중 전투에 참여했던 미군들 가운데에는 위궤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러한 현상을 두고 전쟁의 공포라는 강한 스트레스와 위궤양의 관계에 관한 다양한 조사와 실험이 실시되어, 강한 스트레스는 위궤양을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된다이러한 실험 가운데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은 미국의 월터리드 육군의학센터가 원숭이를 이용하여 실시했던 실험이다.

 

관리직 원숭이와 평사원 원숭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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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한 마리를 위의 그림과 같이 우리 안에 집어넣는다. 원숭이는 이러한 상태로 앉은 채로 6시간 작업을 해야 했다. 작업이 끝나면 6시간의 휴식시간이 주어졌다. 원숭이 앞에는 빨간 램프가 있어 20초 간격으로 점등되었다. 빨간 램프가 켜지면 원숭이 발에 전기충격이 주어졌다. 원숭이는 이 전기충격을 피하기 위해서는 앞에 놓여진 레버를 눌러야만 했다. 이런 역할을 하는  원숭이를 관리직 원숭이(executive monkey)라고 불렀다.

 

이 원숭이의 곁에는 또 평사원 원숭이라 불리는 다른 한 마리의 원숭이가 같은 상태로 앉아 있었다. 다만 이 원숭이에게는 전기충격을 멈추게 할 레버는 없었다. 따라서 관리직 원숭이가 레버를 제 때에 눌러주지 않으면 이 원숭이는 그냥 전기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전기충격을 받느냐의 여부는 관리직 원숭이의 책임이었고 평사원 원숭이는 전기충격을 당하든 말든 전혀 신경쓸 것이 없었다.

 

실험 결과를 보면 초대 관리직 원숭이는 23일만에 죽었다. 해부해 본 결과 십이지장에서 커다란 구멍이 발견되었다. 십이지장 궤양으로 원숭이가 죽고 만 것이다. 한편 평사원 원숭이는 죽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해부결과 내장에서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비슷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항상 비슷해, 하루 종일 긴장상태로 작업을 하면 위궤양을 유발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20초마다 정해진 시각에 레버를 누른다는 것은 원숭이에게는 상당히 어려운 작업이었던 듯했다. 특히 곁에 있는 원숭이까지 전기충격을 받는다는 것이 관리직 원숭이에게 대단한 스트레스였던 듯, 평균 3-4초 간격으로 레버를 눌렀다고 한다. 이 연구는 보통 “Executive Monkey Study(1958)"라고 불리우며 대단히 유명하지만, 상당한 윤리적인 논란을 불러오기도 했다. 죽을 때까지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너무 잔인하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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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원 원숭이가 건강한 것만은 아니다

 

이 연구는 관리직에 있는 회사원들의 어려움을 말할 때, 자주 인용되곤 했다. 관리직 회사원들은 아래 위로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아 소화기 계통에 장애가 오기 쉽다는 것이다. 물론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 가운데에는 평사원이 관리직보다 오히려 먼저 죽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대개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오는데, 사람이야 아무래도 쥐보다는 원숭이에 가까우니 “ The Executive Monkey Study"의 결과가 더 피부에 가깝게 와 닿는다.

 

실험에서는 평사원 원숭이에게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 처럼 설명되고 있으나,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원숭이는 중증의 학습성 무력감(learned helplessness)”에 빠져있었을 것에 틀림 없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학습성 무력감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을 때였으니 저런 설명이 가능했을 뿐이다. 인간이나 동물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불쾌한 자극이 계속하여 주어지면 무기력해지며, 이것이 우울증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