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긍정주의는 과연 만능일까

by rokea posted Jul 04,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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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처럼 긍정적인 태도가 강조되는 때도 없었던 것 같다. 여기를 봐도 저기를 봐도 온통 긍정 일색이다. 이런 분위기이다 보니 만사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만 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릴 듯한 생각이 저절로 든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세상을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하고, 부정적으로 세상을 바라 보는 사람은 인생의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도 든다.


긍정적 태도가 사태를 망칠 때가 오히려 많다


과연 이런 생각들이 사실일까?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면 모든 것이 술술 풀리고 또 행복해질까? 결코 그렇지 않다. 긍정적 태도가 오히려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이다.

 

이런 까닭에 심리학자들 가운데 상당수는 긍정적이면 모든 것이 잘 된다는 식의 이야기들을 긍정주의의 횡포라고 부르며 경계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물론 우중충한 세상 분위기에서 긍정적 태도라도 강조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겠다는 의도는 가상하기는 하다.


막연한 긍정주의는 위험하다. 그 뿐 아니라 씻을 수 없는 손해를 우리에게 안겨주기도 한다. “다 잘 되겠지하고 막연하게 긍정적으로만 생각하다가 대비를 소홀히 한 데에서 비롯되는 결과이다, 사실 무슨 조치가 필요한 상황에서 주어진 여건을 긍정적으로만 보고 있는 데 망하지 않으면 그것이 오히려 이상하다.


비관주의나 현실주의가 매사를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긍정주의보다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는 상당히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는 19221216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실시되었던 성격검사 테스트의 결과를 80년 후에 추적 조사했던 연구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마틴(Martin, P.)과 그의 동료들은 이 테스트에 참가했던 어린이들의 일생을 추적해 보았다. 어린 시절의 성격이 장래의 인생에 어떠한 결과를 미쳤는지 조사해보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긍정적인 사람들이 행복할 것이라는 우리들의 막연한 기대를 완전히 뒤집는 결과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테스트에서 가장 행복했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일찍 사망했다. 낙천적이고 쾌활한 아이들일수록 술과 담배를 즐기고, 또 위험한 행동도 기꺼이 감수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것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국 짧은 수명으로 이어졌다. 연구자들은 긍정주의는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는 오히려 해가 된다는 결론을 내리고 있다.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사람일수록 처해져 있는 상황의 위험성을 낮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설사 위험성을 높게 평가하더라도 어떠한 조치를 취하기보다는 무슨 큰 일이 있겠는가라고 생각하고 또 이러한 생각은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하는 막연한 희망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아무런 대책 없는 막연한 희망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오히려 닥친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면서 나름대로 대처할 때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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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데일의 패러독스


긍정주의가 비관주의보다 좋지 않은 결과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로는 스톡데일(Stockdale)의 패러독스라는 것이 있다. 스톡데일은 베트남전쟁에서 포로로 잡혀 7년간 감옥생활을 한 미국의 해군 장교이다. 베트남에 잡혔던 미군 포로로서는 가장 높은 계급였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스톡데일의 감옥생활은 19659월 북베트남에서 탑승하고 있던 전투기가 추락하면서 시작되었다. 북베트남군의 대공화기에 맞아 조종석으로부터 탈출한 스톡데일은 바로 포로로 붙잡혔다.


그의 포로생활은 비참했다. 다리에는 족쇄가 채워졌고, 일상적으로 구타를 당했다. 보통 사람으로는 상상하기조차 힘든 가혹한 고문을 15회 이상 받기도 했다. 북베트남군은 스톡데일을 대대적으로 선전에 이용하려고 하였다. 그들이 잡은 포로로서는 가장 높은 계급이니 북베트남군이 그렇게 나오는 것은 너무나 당연했다.


그들은 스톡데일을 가두 퍼레이드에 내세워 자국민의 사기를 올리려고 했다. 하지만 상황은 북베트남군의 뜻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북베트남군이 선전용 퍼레이드 행사에 내세울 것이라고 들은 스톡데일은 소지하고 있던 면도날로 머리를 난자했다. 스스로의 신체를 훼손하여 퍼레이드용으로 삼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흉한 모습을 선전거리로 삼을 리가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베트남군이 모자를 쓰면 문제없다고 말하자. 그는 의자에 자신의 얼굴을 사정없이 부닥뜨렸다. 결국 얼굴이 만신창이가 되어 버려 북베트남군은 그를 선전용으로 내세우는 것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스톡데일은 73년 석방되어 해군중장까지 승진했고 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 부통령 후보로 나서기도 했다. 스톡데일은 어떻게 8년이라는 포로생활을 견딜 수 있었느냐는 물음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나는 결말이 좋을 것이라는 것에 대해 신념을 잃어버린 적이 없다. 나는 언젠가 석방된다는 것 뿐 아니라 포로로서의 경험을 누구에게도 양보할 수 없는 일생의 결정적인 사건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얼핏 보면 대단히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발언이다. 하지만 그는 석방을 견디지 못하고 죽은 사람들은 무엇 때문이냐는 질문에 의외의 대답을 했다. 스톡데일은 서슴지 않고 낙관주의 때문이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스톡데일에 따르면 감옥생활을 견뎌내지 못했던 사람들은 과도하게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낙관주의자들이었다. 이들은 기회만 있으면 자신들이 석방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관측에 매달렸다. 가령 크리스마스를 앞두면 우리들은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석방될 것이다라고 스스로와 주위사람들을 희망에 들뜨게 만들었다. 하지만 막상 크리스마스에 석방되지 않으면 이번 부활절에는 석방될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부활절에도 석방되지 않으면 이번에는 다음번 추수감사절이라는 식으로 막연한 희망의 끈을 이어갔다.


아무리 기다려도 석방되지 않는 상황이 몇 년 계속되자 결국은 죽더라는 것이다. 스톡데일은 아무리 가혹한 현실이라도 그것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긍정적인 태도는 현실을 직시한 후에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는 이야기였다 .동시에 최종적으로는 좋은 결말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도 놓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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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고문이란 말이 달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고 해서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보다가는 될 일도 안 된다. 가령 주식투자에서 긍정적인 자세를 지닌 사람치고 안 망한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투자심리 관련 연구에서는 근거없는 낙관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고 보고 있을 정도이다. 장래를 긍정적으로만 보다가는 좋을 것이 전혀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세상일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것은 지나간 일이나 닥쳐있는 일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것이다. 지나간 일이나 지금 마주하고 있는 일들은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바꿀 수가 없다. 바꿀 수가 없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왕 받아들일 바에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라는 의미이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다보면 지나간 일이 다 나를 위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것은 지나간 일에서 무엇인가 배웠다는 뜻이 된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보면 아무리 괴로운 일이 닥쳐도 어려움을 느끼지 않게 된다. 불행에서도 배울 것이 있다는 자세가 몸에 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긍정적으로 보라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일을 그렇게 보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돌이킬 수 없는 지난 날을

나의 성장을 위해 꼭 필요했다라는 식으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의미이다. 물론 스톡데일의 말처럼 결국은 모든 것이 좋을 것이라는 믿음을 놓지 말아야 함은 두말 할 필요가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