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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 패러독스

by rokea posted Sep 29,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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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지부조화 이론은 일세를 풍미한 이론이었던 만큼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ChapanisChapanis(1964)의 방법론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Bem"태도변화를 설명하는 데에 굳이 인지부조화라는 개념을 사용할 필요가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비판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비판이 이루어졌다.

 

인지부조화란 개념없이도 태도변화를 설명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 가운데에서 단연 돋보였던 것은 Bem의 지적이었다. Bem은 자기지각 이론(self-perception theory)이라는 이론을 제창하며, 인지부조화라는 개념 없이도 사람의 태도변화를 얼마든지 설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Bem의 비판을 검토하려면 페스팅어와 칼스미스가 실시했던 실험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Bem이 자기지각 이론을 입증하는 실험을 할 때, 페스팅거와 칼스미스가 실시했던 실험의 스크립트를 이용했기 때문이다.  이 실험은 인지부조화 이론과 관련된 실험 가운데 가장 잘 알려져 있다고 생각될 정도로 유명한 실험이다. 실험은 다음과 같은 순서로 실시되었다.

 

우선 실험에 참여하는 대학생들은, 이 실험은 달성행동에 관한 것이라는 설명을 듣고 다음과 같은 두 가지의 과제를 30분간씩 수행하도록 지시받았다.

 

오른손만을 사용하여 실패 12개를 접시에 얹는 단순한 작업. 다 얹은 다음에는 다시 접시를 비우고 똑같은 작업을 반복한다.

 

나사를 48개 박을 수 있는 나무판이 주어진다. 각 나사들을 순서대로 박는다. 그리고 다 박고 난 후는 나사를 반대로 돌려 다시 뺀다, 이 작업을 계속 반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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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의 목적은 따로 있었다

 

피험자들이 이 따분하기 짝이 없는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동안 실험을 주재하는 사람들은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거나 기록용지에 무엇인가 적곤 했다. 하지만 실제의 계측은 아무 것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이것은 피험자들이 이 과제를 달성행동에 관한 실험이라고 믿도록 하기 위한 연기였을 뿐이다.

 

이러한 작업은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가기 위한 준비단계였다. 따분하기 짝이 없는 일을 피험자에게 1시간 동안 시킨다는 것이 이 단계의 목적이었다. 작업이 끝난 후 실험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을 한다.

  

실험이 끝났으니까 이제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실험에는 2가지 조건이 있습니다. 한 조건에서는 실험에 필요한 것 이외에는 아무런 설명이 없이 작업을 진행합니다. 여러분이 이 조건에 해당됩니다 또 다른 한 조건에서는 미리 이 실험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하고나서 작업을 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 조건에 해당되는 피험자가 지금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는데요. 이 사람에게 누군가가 지금 실험을 막 끝냈는데, 실험 내용이 참 재미있더군요이라고 말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제부터가 본실험이다

 

그리고 나서 실험자는 실험에 참여했던 학생에게 부탁을 한다. 대기실에서 기다리는 학생들에게 재미있다고 말하는 역할을 대신해 줄 수 없겠느냐는 것이다. 원래 그 역할을 하게 되어 있는 학생이 사정상 오지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물론 수고비는 지불한다고 했다. 본심과는 반대되는 말을 해달라는 부탁이었지만 호의 때문인지, 수고비 때문인지 대다수의 학생들은 이 요구에 응했다.

 

부탁에 응하면, 실험에 참가했던 학생은 대기실로 이동하게 된다. 대기실에는  한 여학생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험자는 여학생에게 지금 막 실험을 끝낸 누구누구라고 남학생을 소개하곤 잠시만 기다리라며 자리를 뜬다.

 

지시받은 대로 남학생은 실험이 참 재미있었다고 여학생에게 말한다. 그런데 여학생의 반응이 의외였다. 여학생은 다음과 같이 말하며 남학생의 아픈 구석을 찔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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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하네요. 제 친구 하나가 지난 주 이 실험에 참가했었는데 굉장히 따분했다고 하던데.... . 너무 재미없으니까 저보고 참가하지 말라고 했어요.” 사실 이 여학생은 실험에 참가하러 온 학생이 아니라 실험협력자여서 이렇게 말하도록 미리 짜여져 있었다.

 

보수가 많을수록 실험을 재미없게 생각했다

 

대개의 남학생들은 예상치 않은 이 말에 당황했지만 그래도 아니라고 하면서 실험이 정말 재미있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말하면 여학생은 별다른 반론을 하지않고 납득하는 듯 했다. 2분후 실험자가 다시 돌아와 남학생을 다른 방으로 데리고 갔다. 그리고 다음번 실험을 위해 필요하다고 하면서 "실험이 얼마나 흥미있었나", "이 실험의 과학적인 중요성은 어느 정도되느냐", "실험으로부터 배운 것이 많았냐" 등을 묻는 설문지를 기입하도록 부탁했다.

 

여기에서 여학생에게 재미있었다고 말해주는 수고비에 따라 학생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그룹은 1달러를 받았고, 다른 한 그룹은 20달러를 받았다. 이 실험이 실시되었던 1959년의 물가수준을 감안해 보면 말 몇 마디해주는 것으로 20달러를 받는다는 것은 상당한 수고비에 해당된다.

 

인지부조화 이론에 따르면 실험은 대단히 따분했다라는 인지와 대단히 따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에게는 재미있다고 말했다라는 인지는 모순되어 불협화를 이룬다. 20달러를 받았던 학생들은 돈 때문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합리화하면서 불협화를 없앨 수 있다. "내가 거짓말을 하고 싶어서 했나. 그 넘의 돈 때문이지 뭐. 돈이 웬수지 내가 나쁜게 아니지"라는 식으로.

 

문제는 1달러라는 돈으로 거짓말을 해야 했던 학생들의 경우이다. 이 경우는 돈 때문에 거짓말을 했다고 합리화시킬 수는 없다. 합리화시키기에 1달러라는 돈은 너무나 적다. 그렇다면 다른 수단으로 불협화를 저감시켜야 한다. 심리적인 안정을 찾기는 찾아야 하니까.

 

이 경우 자기가 다른 사람에게 거짓말을 했다라는 사실은 이미 저지른 일이니까 바꿀 수가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실험은 대단히 따분했다라는 인지뿐이다. 그 결과 이 학생들은 실제로 실험이 약간은 재미있었다고 생각하게 된다. 자신의 거짓말을 자신이 믿게 되는 것이다. 실험결과는 아래의 표에 정리되어 있다. 여기서 통제조건이란 작업이 끝난후 여학생에게 아무 말을 하지 않고 작업에 관해 평가만 한 사람들을 말한다.


표에 나타나 있는대로 1달러를 받은 사람들은  20달러를 받은 사람들보다 작업이 즐거웠고 과학적으로도 중요한 것이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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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결과는 인지부조화 이론이 타당함을 입증해주고 있었다. 이러한 결과들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것들이 대단히 많지만 글이 너무 길어지기 때문에 일단 여기에서 생략한다.


그렇다면 Bem은 이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해서, 인지부조화 개념이 필요 없다고 이야기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