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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얼마나 명령에 약할까: 밀그램의 복종실험

by rokea posted Oct 0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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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유태인 학살, 보스니아의 인종청소, 르완다 학살. 인류의 역사는 수많은 학살로 점철되어 있다. 우리는 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 분노하고 치를 떤다. "세상에 이런 나쁜 넘들이 다 있나" 하면서.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러한 학살을 명령한 것은 한 줌의 악한 넘들이었는지 모르지만 학살에 직접 가담한 것은 지극히 보통의 군인들이다. 그 군인들은 천성적으로 나쁜 사람들이 결코 아니다. 우리들과 같은 평범한 사람들일 뿐이다.

 

가령 나치의 유태인 학살을 생각해보자. 학살은 장기간에 걸쳐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지극히 보통인 군인들이 명령에 따라 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그들이 명령을 거부했다면 학살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어질 수는 없었다.


명령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참혹한 학살마저 거부하지 않고 맹종해준 군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가능했던 일이었다. 인간이란 이처럼 명령에 약하기만 한 존재인가. 이것이 사회심리학자 스탠리 밀그램(Stanley Milgram)이 가졌던 문제의식였다.

 

전기쇼크 장치를 사용한 실험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 밀그램은 복종의 심리를 테스트해볼 수 있는 실험을 실시했다. 이 실험에 참가하는 피험자는 뉴헤븐 근교에 사는 20세부터 50세까지의 남성들이었다. “기억과 학습에 관한 과학적 연구의 조수를 구한다는 지역신문의 광고를 보고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피험자들의 직업은 우체국 직원, 교사, 세일즈맨, 일반 노동자들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피험자가 실험실로 가면 거기에는 30대의 실험자와 40대 후반으로 보이는 또 다른 피험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여기서 실험자는 실험의 목적은 체벌이 암기학습에 유효한가를 알아보는 것이다라는 거짓 정보를 피험자들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둘 가운데에서 한명은 교사의 역할을 한 명은 학생의 역할을 맡게 된다고 했다. 그리고 각각의 역할은 제비뽑기로 정한다고 했다.

 

40대 후반의 남성은 사실 실험협력자로서 실험의 내용을 숙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도 이미 훈련을 받은 사람이었다. 제비뽑기에 사용되는 두 장 모두에는 선생이라고 적혀 있었다. 진짜 피험자가 먼저 제비뽑기를 해 선생 역할이 결정되면 실험협력자는 자동적으로 학생 역할을 맡게 되는 시스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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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에는 이들 두 명의 피험자 이외의 감독자(그림의 V)가 참여했다. 감독자가 문제를 내고 학생은 대답을 하며, 교사(L)는 벌을 주는 것이 실험의 기본 골격이었다. 실험에서 감독자는 학생(S)에게 일련의 단어쌍들을 읽어주었다. 가령 푸른-상자, 좋은-날씨, 야생-오리라는 식이다. 학생은 물론 이것을 암기해야 했다. 그리고 나서 각쌍의 첫 단어, 가령 "푸른"을 말하고 뒤에 올 수 있는 몇 가지 단어를 불러준다. 학생은 그 가운데에서 올바른 단어를 선택하는 것이 과제의 내용이었다. 답이 틀리면 학생은 전기쇼크로 처벌받게 되었다.

 

실험자는 학생을 별실로 데려가 전기충격의자에 앉혔다. 쇼크가 주어지는 동안 몸부림치지 못하도록 의자에 묶여졌다. 그리고 교사역할의 피험자는 스위치가 늘비한 전기쇼크발생장치 앞에 앉았다.

 

쇼크 발생 장치에는 사진과 같이 최저 15볼트에서 최고 420볼트까지 15볼트 간격으로 30개의 스위치가 부착되어 있었다. 또한 15볼트에서 60볼트까지는 미약한 쇼크라는 식으로 몇 십 볼트 간격으로 간략한 설명이 적혀 있었다. 두번째로 높은 375볼트에서 420볼트까지의 구간에는 위험-격렬한 쇼크라는 경고 메시지가, 그리고 가장 높은 425볼트에서 450볼트까지의 구간에는 “XXX"라는 표시가 붙어 있었다. 누르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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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몇볼트까지 누를까

 

실험이 시작되면 학생 역할을 맡은 실험협력자가 틀린 답을 말할 때마다 교사역할의 피험자는 스위치를 하나씩 올려가야 했다. 스위치를 누를 때마다 학생 역할의 피험자는 비명을 지르며 고통을 호소했다. 물론 연기였지만 스위치를 누르는 교사는 전혀 알 리가 없다.

 

전기쇼크가 올라가 300볼트가 되면 학생은 벽을 두드린다든지, 대답을 거부하는 식으로 격렬하게 항의했다. 모두가 연기였다. 이 실험의 진정한 목적은 과연 피험자가 몇 볼트에서 감독자의 지시를 거부하는가를 측정하는 것이었다. 감독자는 피험자가 스위치를 누르는 것을 머뭇거리다든지, 주저하는 기색을 보이면 다음과 같은 말을 하도록 되어 있었다.

 

 

1: “계속하십시오

 

2:“당신이 계속해야 실험을 할 수 있습니다

 

3:“당신이 계속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4:“다른 선택은 없습니다. 당신은 반드시 계속해야 합니다 

 

스위치를 누르기를 촉구하는 이 네 가지 말 이외에도 전기쇼크로 신체적 장애가 일어나는 일은 없습니다라는 식의 말들을 중간중간 섞기도 했다. 이 네 가지 말을 모조리 사용해도 피험자가 스위치를 누르지 않았을 때, 최종적인 거부로 보고 실험은 종료하게 되어 있었다.

 

실험에서는 300볼트 스위치를 누르면 학생은 거칠게 벽을 두드리고 감독자가 다음의 문제를 내도 대답을 하지 않은 채 벽을 계속 두드렸다. 실험실에는 일순간에 긴장 분위기가 감돌게 된다. 감독자는 학생의 이런 반응에 전혀 개의치않고 무응답은 오답으로 처리한다며 교사에게 스위치를 누르도록 지시했다.

 

만일 교사가 여기에서도 거부하지 않고 스위치를 누르면 학생은 벽을 두드리는 것을 멈추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도 피험자가 거부하지 않으면 실험은 속행되었다. 오답처리가 계속되는 것이다. 그리고 450볼트 스위치를 누르는 순간 실험은 종료되었다.

 

. 과연 피험자 가운데 몇 명이나 450볼트까지 눌렀을까? 밀그램은 이 실험에 앞서 실험내용을 문서로 만들어 동료 심리학자와 학생들에게 배부하여 사람들이 어느 정도 지시에 따를까를 물어보았다. 그 결과 대학생들은 3% 정도가 450볼트까지 누를 것이라 대답했고, 심리학자들은 195볼트에서 거의 모든 피험자가 거부할 것이라 예상했다.

 

65%450볼트까지 눌렀다

 

실험결과는 이들의 예상을 훨씬 넘어서고 있었다. 450볼트까지 누른 사람은 40인 가운데 26인으로 65%나 차지하고 있었다. 또한 300볼트 이하에서 거부한 피험자는 한명도 없었다. 대다수의 피험자가 전기쇼크의 고통이나 위험을 인식하지 못하고 스위치를 눌렀던 것은 결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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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들의 모습에서는 심각한 심리적 갈등을 겪고 있다는 것이 엿보였다. 대다수의 피험자는 신음소리를 낸다든지, 손을 불끈 쥐기도 했다. 땀을 흘리며 말이 꼬이기도 했고, 히스테리성 웃음을 흘리는 사람조차 있었다. 실험 중에는 3명의 피험자가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이러면서도 65%450볼트까지 눌렀다.

 

이처럼 사람이란 명령에 약한 존재이다. 감독자라고 해봐야 가운을 입었을 뿐, 특별히 다른 사람도 아니었다. 더구나 피험자가 전기쇼크로 고통을 주었던 학생 역할의 피험자와는 아무런 원한도 없는 그날 본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런 사람에게 심각한 피해를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명령에 따라 스위치를 누르는 것이 사람이다. 전혀 무관한 사람에게조차 명령이라는 단 한가지 이유로 피해를 입힐 수 있는 것이 바로 우리들이다.

 

실험에서도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뭐가 재미있는지 한 남성은 웃음을 참아가며 450볼트까지 누르기도 했다. 스위치 누르기를 거부했던 사람들이 한 말들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다.

 

"저 사람은 벽을 두드리고 있지 않습니까!“, ”더 이상 못합니다.“ ,”실험을 계속 해드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사람에게 이런 짓은 할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도저히 못하겠습니다. 저 사람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게 됩니다.“, ”아르바이트비 필요 없습니다. 정말로 이런 짓은 못하겠습니다"

 

당신이라면 과연 이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