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예언이 빗나갔을 때: 광신의 심리(2)

by rokea posted Jun 27,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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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이 빗나갔다는 사실에 직면한 레이크시티 신자들의 심리는 어떠했을까? 물론 처음에는 누구라도 그러하듯이 그들 역시 당혹해 했다. 신자들은 예언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무엇이라 말을 하긴 해야 하는데 아무런 할 말이 없었다. 일종의 패닉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세상은 잔인한 것이라서 시간이 점점 지나갈수록, 예언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그들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시점이 오기 마련이다. 이 때 신자들의 심리에 급격한 변화가 온다.

 

예언이 빗나갔다라는 인지와 신앙을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을 해왔다혹은 나는 예언을 믿고 있었다라는 인지는 서로 모순된다. 다시 말하면 심리적으로 불협화상태가 초래되어 심리적으로 불쾌한 상태가 유발된다. 어떠한 식으로라도 마음의 평형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해진다.

 

우리가 지구를 구했다


예언이 빗나갔다는 사실이야 도저히 바꿀 수 없는 것이니 두 번째 인지 즉 신앙을 위해 지금까지 수많은 희생을 해왔다”, 혹은 나는 예언을 믿고 있었다라는 인지를 바꿀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인지를 바꾸는 방법에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로는 소극적인 방법으로 우선 서로 위로하며 예언이 빗나가게 된 그럴 듯한 이유를 찾아내, 서로가 납득하는 방법이 있다. 원래는 예언이 이루어질 예정이었지만, 하느님이 우리의 신앙에 감동한 결과, 보다 많은 사람을 구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는 식으로 이유를 찾아 서로가 납득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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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가 아닌 사람이 들으면 어처구니없는 이야기지만
, 실제로 광신자들은 위기가 닥쳤을 때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내 그것을 굳건하게 믿는 것이 일반적이다.


두 번째의 방법은 보다 적극적인 방법으로 새로운 신자를 획득함으로써 자신의 신앙을 강고하게 하는 것이다. 자신들의 신앙이 올바른 것이라는 것을 신자가 아닌 다른 사람들에게 납득시켜, 즉 자신들의 신앙을 지지해주는 타자의 존재를 확인함으로써 자신들의 신앙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예언이 빗나간 후 레이크시티 신자들은 실제로 어떻게 행동을 했을까?


당연한 이야기지만 레이크시티 신자들은 처음에는 예언이 빗나갔다는 사실을 믿으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언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게 된 단계에 이르자 그들은 예언이 빗나간 이유를 필사적으로 찾기 시작했다.

 

결국 자신들의 독실한 신앙과 기도 때문에 지구는 파괴되지 않았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서로가 위무하며 납득하게 된다. 그 결과 신자들의 신앙은 이후에도 약해지기는커녕 그 때까지 종말론에 회의적이었던 신자들까지도 열렬한 신앙을 갖게 되었다.


또한 예언이 빗나가기 전에는 새로운 신자를 받아들이기 위한 포교활동이나 매스컴의 주의를 끌기 위한 활동을 보여주지 않았던 그들이었지만, 예언이 빗나간 후에는 적극적인 PR 활동을 벌였다.


사실 그들은 예언이 이루어지면 살아남은 사람들은 자기교단으로 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그 전에는 적극적인 포교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었다. 야무지기도 했다.


보통 사람들이 이러한 사태에 마주치면 우리를 속였다고 교주와 교단에 길길이 날뛰며 항의를 할 것이다. 또한 집기를 때려 부수고 들인 돈 다 토해내라고 한바탕 행패를 부릴 듯도 하다.


사실 신자가 아닌 구경꾼들은 이러한 사태가 벌어지기를 은근히 기대하기까지 한다. 하지만 광신자들은 그렇게 무식한 방법을 택하지는 않았다. 광신자가 광신자다운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것이다. 구경꾼들에게는 실망스러운 사실이지만 그들은 예언이 빗나간데 대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내 서로가 확신을 하고서는 적극적으로 포교에 나섰던 것이다.

 

인지부조화에서는 커미트먼트가 가장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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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포교에 나선다는 적극적인 활동을 벌이기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우선 신앙에 강한 확신을 갖고 있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또한 그 신앙이나 교의에 따라 평소에 행동하고 있어야 한다. 잿밥에만 마음이 있는 날나리 신자가 아니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물론 광신도에 날나리 신자는 없겠지만....


두 번째, 이것이 보다 중요한 것이지만 신앙과 관련되어 돌이킬 수 없는 어떤 식의 행동을 한 사람이어야 한다. 교단에 재산을 기부했다든지, 포교활동을 위하여 직장을 그만두었다든지 하는 식으로 되돌릴 수 없는 행동을 저지른 사람들이어야 한다. 사회심리학의 용어로 말하면 커미트먼트(commitment)를 한 사람들이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커미트먼트란 저지르기 정도로 번역할 수 있겠다. 이것은 여러 사람 앞에서 공언을 한다든지, 아니면 약속을 하는 식으로 어떤 일과 자기와 대단히 관련이 깊다는 것을 선포하든지 보여주는 것을 의미한다. 어떠한 일과 자기와의 관련을 입증할 수 있는 행동을 여러 사람 앞에서 하는 경우도 커미트먼트에 포함된다.


커미트먼트를 하면 자기를 부정하기가 아주 어렵다. 앞으로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혼자 마음속으로 작정했던 경우와 가족들 앞에서 맹세를 했던 경우, 어느 쪽이 거짓말하기가 어려운가를 따져보면 커미트먼트의 효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커미트먼트의 효과를 알기 때문에 소수파 종교들은 신자들에게 전 재산을 기부할 것을 요구한다든지, 생업을 포기하고 포교활동에 나설 것을 강요하는 것이다. 들여놓은 돈과 시간이 아까와서라도 그만두지 못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이다. 커미트먼트를 한 신자가 많을수록 그 교단은 어떠한 위기라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한 셈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