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사죄하면 낯이 깎인다?

by rokea posted Jul 28,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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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죄란 상대에 용서를 구함으로써 곤경에서 탈출하려고 하거나, 부정적인 평가를 극복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언어적 표명이다. 진심으로 자기 자신을 반성하며 용서를 구하는 사죄도 있겠지만, 철저한 자기반성 없이 용서만을 구하려는 사죄도 있다. 후자와 같은 사죄에는 퍼포먼스적인 요소가 강해 삐끗하면 역효과를 거두기 쉽다. 그러다보니 하지 않으니만 못할 때도 많다.


사죄는 가장 효과가 높은 변명 가운데 하나이다. 하지만 가장 하기 힘든 변명이기도 하다. 사죄란 우선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잘못을 인정하는 것은 자신의 체면과 자존심에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사회심리학의 몇몇 실험을 보더라도 사죄는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 한 실험에서는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모두 테스트를 치르게 되어 있었다. 그런데 테스트를 주관한 조교의 잘못으로 학생들은 두 그룹 모두 낮은 점수를 기록하고 말았다. 한 그룹의 경우에는 조교가 저의 잘못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습니다. 죄송합니다라고 즉각 사죄했다. 반면, 다른 그룹의 경우에는 조교가 전혀 사죄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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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이 끝나고 나서 학생들에게는 조교를 어떻게 평가하는지, 또 자신의 지금기분이 어떤지를 측정하는 설문지가 배부되었다. 결과를 보면 사죄한 그룹의 경우에는 조교의 인상을 비교적 좋게 평가했다. 반면, 사죄하지 않은 그룹에서는 조교가 무책임하고 불성실하다고 여겨졌다. 또한 조교의 심리학자로서의 자질과 능력을 묻는 질문에도 사죄가 이루어진 그룹에서는 상당히 호의적이었다. 사죄가 이루어지지 않은 그룹에서는 물론 대단히 부정적이었다.


이 실험의 경우 실수를 한 조교나 낮은 점수를 기록함으로써 자존심을 구긴 학생들 모두 사죄 한 마디로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잘못한 것은 당신들이 아니라 자기라는 조교의 한마디로 학생들은 망가진 자기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적개심을 누그러뜨려 조교를 호의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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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사죄가 효과적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사회심리학의 연구는 없다. 하지만 참고할 만한 것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다. 심리학자 슐렝커( Schlenker,B. R.)는 사죄의 표현에는 다음과 같은 다섯 가지 요소가 포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죄악감, 회한, 곤혹감의 표현


무엇이 적절한 행동이었는지를 자신이 인식하고 있다는 데 대한 언급과 규칙을 위반한 데 따르는 벌을 수용할 태세가 되어 있다는 점


잘못된 행동을 저지른 나쁜자신에 대한 비난


개전의 정을 보이고 장래 보상하겠다는 등의 올바른 행동을 하겠다는 보증


속죄의 뜻으로 보상하겠다는 제의


일본의 저술가 야스다(安田)는 기업이 잘못을 저지르고 상대방에게 경제적 혹은 심리적으로 만족감을 줄 목적으로 쓰는 사죄장의 표현 기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여기에는 기업만이 아니라 개인이 참고해도 아주 좋을 내용이 많이 담겨 있다.

 

우선 이쪽의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한다.


볼꼴 사나운 변명이나 핑계를 장황하게 적지 않는다.


잘못이나 문제의 실태를 신속하게 확인하여 대책을 분명하게 밝힌다. 성의가 담기지 않은 겉치레 사과는 절대 하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잘못이 있는 경우에도 모두부터 반론하지 않는다. 일단 사과를 한 후에 논리적으로 겸손하게 변명한다.


신뢰관계를 회복하고 싶다는 뜻을 전한다.


두 번 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겠다는 뜻을 전하지만, 비굴하게 쓰지는 않는다.

 

사죄를 해야 될 상황이라면 쓸데없는 변명을 되도록 삼가고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라는 말이다. 사죄다면 구구한 변명만 늘어놓다가 되레 반감만 사는 경우가 흔히 있다. 좋은 사죄란 변명을 일 하지 말고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며, 자기의 잘못으로 말미암은 대책을 밝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자기의 낯이 깎일까 봐 좀처럼 사죄하지 않는다. 흔히들 사죄를 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기를 우습게 볼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여 자기가 사죄하면 다른 사람들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낮출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죄의 효과에 관한 연구들을 보면 오히려 사죄해야 할 때 사죄하지 않는 것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낮추었다. 그뿐 아니라 쓸데없는 반감까지 사게 되어 자신에 대한 호감도마저 낮아지는 경향이 있었다. 사죄해야 할 때 사죄할 수 있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인간관계를 유지해가는 가장 훌륭한 기술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