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말을 듣고도 왜 다르게 해석할까? – ‘편향된 동화’의 심리학
우리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도대체 이걸 왜 그렇게 받아들이는 거지?’
분명히 나는 그게 아니라고 설명했는데, 상대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듣고 간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그 이유 중 하나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편향된 동화(Biased Assimilation)’ 때문이다.
사람은 새로운 정보를 받아들일 때 자신의 기존 생각에 맞춰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즉, 정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믿음에 맞춰 ‘재구성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있다.
1979년 스탠퍼드 대학 연구진은 낙태 찬반 논쟁에 대해 강한 입장을 가진 사람들에게
서로 상반된 연구 결과 두 가지를 보여줬다.
하나는 “낙태가 여성의 정신건강에 유해하다”,
다른 하나는 “낙태는 정신건강에 해롭지 않다”는 연구였다.
놀랍게도, 참가자들은 자신의 입장에 부합하는 연구만 신뢰하고,
반대되는 결과는 “편향적이다”,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같은 정보를 보고도 사람들은 더 자기 생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 현상은 일상에서도 자주 일어난다.
정치적 입장을 달리하는 두 사람이 같은 뉴스를 본다.
하지만 서로 다른 ‘현실’을 말한다.
심지어 부부 사이에서도 이런 일은 흔하다.
“그때 당신 그렇게 말했잖아!”
“아니야, 난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야.”
결국 말이 문제가 아니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말이 통하지 않을까?’에서
‘나는 상대의 말을 내 입맛에 맞춰 왜곡해서 듣고 있진 않을까?’로.
말이 통하려면, 먼저 마음속에 이미 존재하는 ‘해석의 필터’를 자각해야 한다.
정보가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이 갈등을 키우기도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