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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는 남의 이야기에 그렇게 끌리는가? – 가십의 심리학①

umentia 2025. 7. 27. 08:06

 

“그 사람 요즘 왜 저래?”
“들었어? 누구랑 헤어졌대.”
“걔가 그랬다더라.”

별 의미 없는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들, 즉 가십(gossip)은 늘 어디에나 있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이 생긴다.

“왜 우리는 그렇게 남의 이야기에 끌리는 걸까?”

1. 가십은 정보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타인에 대한 정보에 민감하다.
특히 누가 신뢰할 만한지, 누가 위험한 사람인지,
어떤 규범이 이 사회에 통하는지—이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생존과 연결된 문제였다.

가십은 이처럼 타인의 평판을 통해 사회에서 적응하고 살아남는 데 필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가십은 인간 사회의 결속을 유지하기 위해 언어가 발달한 주된 이유 중 하나”라고 말한다.
침팬지는 털 고르기로 유대감을 다지지만,
인간은 말로 유대를 형성한다. 그 말의 대부분은, 사실 남의 이야기다.

2. 가십은 사회적 규범의 교과서다
가십은 단순한 수다를 넘어서
“이 사회에서 무엇이 용납되고, 무엇이 금기인가”를 알려주는 기능도 한다.

“그 사람 무례하게 굴었다더라”
“저 사람은 상사에게 잘 보여서 승진했대”

이런 말들은 모두 사회적 규칙에 대한 암시다.
어떤 행동이 칭찬받고, 어떤 행동이 비난받는지를
가십을 통해 배운다.

특히 직접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제3자의 사례’로 간접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점에서
가십은 일종의 도덕 교과서이기도 하다.

3. 가십은 관계를 만든다
가십은 때로 유대를 강화하는 수단이다.
같은 이야기를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면서
우리는 ‘우리 편’을 형성하게 된다.

“그 얘기 너도 들었어?”
“그치, 좀 이상했지?”

이렇게 공통의 관심사(혹은 비난 대상)를 중심으로 친밀감이 생기고,
서로 간의 심리적 거리가 좁혀진다.

물론 이것이 집단 내 응집에는 도움이 되지만,
동시에 배제와 소외의 위험도 함께 존재한다는 점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4. 그래서 우리는 가십을 멈추지 못한다
가십은 단순한 흥밋거리가 아니다.
- 타인을 이해하는 수단,
- 규범을 파악하는 도구,
- 관계를 맺는 방식,
- 자기 위치를 조정하는 사회적 내비게이션이다.

이 모든 것이 가십이라는 작은 이야기 속에 들어 있다.
그러니 우리가 남의 이야기에 끌리는 것은
결코 단순한 ‘한가함’ 때문만은 아니다.

다음 편 예고
📍 가십의 심리학② – 왜 나쁜 소문일수록 더 빨리 퍼질까?
…에서는 부정적 정보의 확산 심리, 도덕적 신호 효과, 스트레스 해소 수단으로서의 가십 등을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