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공정하다고 느끼는 건 불가능할까
🔹 모두가 정의를 외친다, 그런데 왜 싸움은 끝나지 않을까?
갈등의 마지막 국면에는 종종 정의(justice)라는 말이 등장한다.
"이건 정의롭지 못해."
"정의가 실현되어야 해."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정의를 주장하는 순간 갈등은 더 심해질 수 있다.
왜일까?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의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이다.
🔹 분배의 정의 vs 절차의 정의
심리학자들은 정의를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하나는 분배적 정의(distributive justice),
즉 "성과에 따라 보상이 공정하게 나뉘는가?"를 중시한다.
다른 하나는 절차적 정의(procedural justice)로,
"과정이 공정했는가?"에 초점을 둔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인사이동이 있었을 때
성과가 좋았던 사람이 승진했으면 ‘분배의 정의’는 충족된 것이다.
하지만 선정 과정이 불투명했다면,
사람들은 여전히 불공정하다고 느낀다.
이렇듯 정의의 관점이 다르면 같은 상황도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여진다.
🔹 ‘공정 세계 가설’이 갈등을 심화시킨다
우리는 본능적으로 “세상은 공정해야 한다”고 믿고 싶어한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공정 세계 가설(Just-world hypothesis)이라고 부른다.
그 믿음이 강할수록
불공정한 결과를 마주했을 때 더 큰 분노와 복수심을 느낀다.
이것이 정치, 사회, 법적 분쟁에서
갈등이 격화되고 타협이 어려워지는 원인 중 하나다.
또한 공정 세계 가설은 때로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게 만든다.
"뭔가 이유가 있었겠지"
"당한 사람도 잘못이 있지 않았을까?"
정의감이 왜곡되어 2차 가해로 이어지기도 한다.
🔹 정의를 말할수록 설득은 어려워진다
정의는 고상한 개념이지만,
그만큼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요소도 많다.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태도는
상대를 납득시키기보다,
방어적 반발을 일으키기 쉽다.
정의는 말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과정의 투명성, 의견의 경청, 결과의 공유가
말 없는 설득이 될 수 있다.
📌 마무리 한 줄 요약
“정의는 기준이 아니라 과정이며, 말보다 설계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