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읽기

소문의 심리학 ① – 왜 아무 근거도 없는 말이 퍼지는가

umentia 2025. 7. 20. 11:27

 

"야, 들었어? 걔 그거 했다던데?"
"확실한 건 아닌데, 그런 얘기가 있더라고."

이처럼 시작된 말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순식간에 퍼진다.
소문은 늘 어디에나 있고,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왜 아무 근거도 없는 말에 귀를 기울이고, 때론 그것을 사실처럼 믿게 되는 걸까?

불확실성을 견디지 못하는 심리

소문은 정보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가장 활발히 퍼진다.
"정확히는 몰라도 뭔가 있겠지"라는 생각이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그 상상은 다시 다른 사람과의 대화 속에서 ‘추정된 사실’처럼 포장된다.

심리학자 올포트(Allport)와 포스트먼(Postman)은
루머가 퍼지는 강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루머 강도 = 관심도 × 애매성

즉, 사람들이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정보가 얼마나 불확실한지—이 두 가지가 클수록 소문은 더 멀리 퍼진다.

소문은 정보보다 감정이다

많은 사람들은 소문을 '정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 소문은 감정의 언어다.
소문에는 불안, 분노, 기대, 호기심 같은 감정이 담겨 있다.

소문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지만,
감정적으로 ‘해소’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팩트가 정리된 후에도, 소문은 여전히 살아남는다.
사람들은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감정의 균형을 회복하고 싶은 것이다.

왜곡되는 말, 확신이 되는 구조

올포트와 포스트먼은 소문이 세 가지 과정을 거쳐 퍼진다고 보았다:

1. 축약(levelling) – 전해질수록 핵심만 남는다
2. 강조(sharpening) – 인상적인 부분은 더 자극적으로 강조된다
3. 동화(assimilation) – 수용자의 기존 신념에 맞게 해석된다

예를 들어, “회의에서 약간 언성을 높였대”라는 이야기는
→ “회의 때 싸웠대”
→ “심하게 싸우고 나갔대”
→ “그래서 징계 얘기도 나오고 있다더라”
이렇게 변화할 수 있다.

그 결과, 확인된 사실 하나 없이도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상황이 벌어진다.

소문은 어떻게 멈추는가?

놀랍게도, 소문은 사실이 밝혀져도 바로 멈추지 않는다.
사람들은 이미 들은 이야기와 감정적 일치감을 쉽게 놓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소문이 반박될 때
“그러니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소문을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명확하고 신속한 정보 제공 + 신뢰받는 출처의 등장이다.

마치며

소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우리는 정보를 얻기 위해 소문을 듣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정리하고 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소문에 귀 기울인다.

소문을 단순히 ‘가벼운 말’로 치부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심리적 기제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