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기분은 우리의 행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이 아니라 창의력을 필요로 하는 문제해결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 사회심리학의 연구를 통하여 누차 확인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들 가운데에서는 사회심리학자 Isen의 연구가 가장 돋보인다. Isen은 Duncker라는 심리학자가 고안한 캔들 태스크라는 문제를 이용하여 유쾌한 기분과 문제해결능력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를 명확하게 밝혔다 .
캔들 태스크는 양초를 벽에 불어있는 코르크판에 고정시키는 문제이다. 이 과제에서는 성냥 한 통, 압정 한 박스, 그리고 양초의 세 가지가 주어진다. 이 세 가지를 이용하여 양초를 고정시켜야 하는 것이다. 단 양초를 고정시키되 촛농이 바닥으로 흘러 내려서는 안된다는 단서가 있었다. 양초에 불을 붙여야 함은 물론이다.
어떻게 하면 바닥에 촛농이 떨어지지 않게 고정시킬 수 있을까? (읽는 것을 멈추고 답을 생각해보시길... 답은 맨 아래에).
코미디와 심각한 영화, 양자의 차이는 대단했다
아이젠은 이러한 태스크를 수행하기 전에 실험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한 그룹에게는 코미디 TV 프로그램을 보여주었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심각한 프로그램을 보여주었다. 이 두 그룹 모두 영화를 보고나서 캔들 태스크 해결에 나섰다는 것은 동일했다. 다만 보았던 TV프로그램의 종류만 틀렸던 것이다.
결과를 보면 두 그룹의 과제성공률에는 대단히 큰 차이가 있었다. 코미디 영화를 보고 유쾌한 기분이 되었던 실험참가자들의 75%는 캔들 태스크를 완벽하게 풀었다. 반면 심각한 영화를 보았던 실험참가자들은 13%만이 문제를 해결했을 뿐이다. Isen의 비슷한 연구들에서도 유쾌한 기분일 경우는 55~75%, 부정적인 기분일 때는 10-13%를 기록해 양자의 차이는 대단히 컸다.
코미디 영화를 보아야만 기분이 유쾌해지는 것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사소한 것으로도 행복감을 느꼈다. 돈을 준다든지, 과제를 잘 풀었다고 칭찬을 해주어도 사람들의 기분은 고양되었고 주스나 과자를 대접해도 작은 행복감을 느끼는 듯 했다.
아이젠의 또 다른 실험에서는 유쾌한 기분이 창의성이 필요한 문제해결 능력을 높일 뿐 아니라 사고의 폭 자체를 넓힌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원격연상검사(Remote Associates Test) 과제를 이용한 실험에서 행복감을 느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과제수행능력이 뛰어났다.
유쾌하면 사고의 폭도 넓어진다
원격연상검사란 창의적인 사람일수록 관련성이 먼 단어들을 결합해내는 능력이 있다고 가정하고 메드닉이란 심리학자가 만든 검사법이다. 이 검사는 30문항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피험자는 각 문항에서 제시된 세 개 단어와 관련 있는 어떤 단어를 찾아야 한다. 가령 worker, boiled, core라는 세 단어를 주고 이 세 단어와 공통적으로 연상되는 단어를 찾으라는 식이다. (답은 hard이다)
유쾌한 기분이 사고의 폭을 넓게 한다는 것은 다른 연구에서도 확인되었다. 프레드릭슨은 실험에서 한 그룹에게 코믹하게 뒤뚱거리며 걷는 펭귄의 모습을 담은 비디오를 보여주었고 다른 한 그룹에게는 중립적인 자극의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실험 결과 펭귄의 모습으로 즐거워진 피험자들이 더 폭 넓게 사고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왜 기분이 유쾌해지면 문제해결 능력이 높아지고 사고의 폭도 넓어지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에 대해 아직 뚜렷한 설명은 없다, 다만 뇌과학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과 관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유쾌한 기분일 때는 도파민 수용체를 가진 뇌의 부분이 활성화된다. 이 활성화되는 부분이 사고와 작업기억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설명을 도파민 가설이라고 부른다.
사회심리학의 연구들을 보는 한 유쾌한 기분이 통찰력을 높여주고,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은 확실한 듯하다. 이러한 결과들이 우리들에게 시사해주는 바는 대단히 크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찾을 때, 혹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이것저것 심각하게 생각해봐야 말짱 꽝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밀폐된 회의실에 모여 앉아 심각한 낯으로 회의를 해보아야 별 소득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회의실 문을 잠그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넌센스 중의 넌센스이다.
회의를 하더라도 코믹한 비디오를 함께 보던지 영화를 보고 난 후 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을 연구결과들은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코믹 영화를 보는 것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유쾌한 상태에서 일을 할 수 있느냐 여부일 것이다. 적어도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발휘할 것을 요구하는 회사라면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유쾌한 기분으로 일할 수 있을까라는 문제에 진지하게 매달려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압핀으로는 양초를 고정시킬 수 없다. 압핀으로 고정시키기에 양초의 두께는 너무 두껍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저 압정 박스를 비운다. 그리고 압정 박스의 한 면에 압정을 박아 코르크 판에 고정시킨다. 성냥으로 양초의 밑을 약간 녹여 압정박스에 고정시킨다. 성냥으로 촛불을 켠다.
이런 식의 문제해결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기능적 고착(functional fixedness) 때문이다. 기능적 고착이란 어떤 물건이 한 가지 사용법만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그 대상을 통상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사용하면 쉽게 문제를 풀 수 있는 경우에도 이런 기능적 고착 때문에 해결법을 발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