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워서 못해먹겠다. 회사 그만두어야지”라는 말이 입에 밴 사람이 있다. “이제는 죽어도 같이 못살아. 이혼해야지”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된 사람도 있다.
하지만 이런 사람들 죽어도 사표 못쓰고 이혼 못한다. 입으로는 불평, 불만이지만 나름대로 직장생활, 결혼생활 잘 해나가는 것이 이런 사람들이다. 따라서 이런 사람들과 함께 지내다 보면 사표를 내거나 이혼하겠다는 말을 해도 “또 시작이군”이라고 생각하며 으레 그러려니 하고 마는 것이 보통이다.
한번 사표, 이혼이란 말을 뱉으면 반드시 실행하는 사람들
무서운 것은 평소에는 아무런 불평불만이 없다가 갑자기 사표를 내거나 이혼하자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앞서 말한 사람들과는 달리 한번 말을 뱉으면 회사를 그만두거나 이혼한다.
이런 사람들이 사표를 내거나 이혼하자는 말을 하면, 당하는 상사나 배우자는 매우 당황할 수밖에 없다. 평소에는 아무런 불만을 내비치지 않고 묵묵히 자기 맡은 바를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상사나 배우자는 이런 사람들의 직장생활이나 결혼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기 마련이다. 그러다가 의외의 돌연한 사표, 이혼이라는 사태를 마주하게 되면 우선 어처구니없어 하는 것이 보통일 것이다.
돌연한 사직이나 이혼을 감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비자기표출적(非自己表出的, non-assertive) 타입이 많다. 이 타입의 사람들은 보통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것을 입에 담지 않고 묵묵히 지낸다. 불만이 있어도 참고 좋은 일이 있어도 별 다른 표시를 하지 않는다. 따라서 주위 사람들은 이런 타입의 사람들의 감정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더구나 이 타입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부탁을 잘 들어줄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요구를 하면 무리해서까지도 거기에 응하려고 한다. 무리한 부탁에도 응해줄 때가 대단히 많다.
또한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과정에서 생겨나기 마련인 불만을 이야기하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많다.
사람이란 간사한 구석이 있어, 좋은 사람을 존중해주고 아끼기보다는 이용해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잘해주면 우습게 보려고 하는 것이 인간이다.
이런 탓에 비자기표출적 인간에게 사람들은 요구나 부탁을 많이 한다. 상사는 일도 자주, 그리고 많이 시킨다. 상사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사건건 토를 다는 부하직원보다는 아무 말 없이 시키는 대로 따라 주는 이러한 타입의 부하직원이 일을 시키기 편하기 때문이다.
비자기표출적 직원들에게는 일이 몰리기 쉽다
결국 비자기표출적 직원들에게 일이 많이 몰리고, 그만큼 야근을 할 경우도 많아진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러한 경우가 거듭되면 볼 멘 소리를 하기 마련이지만 비자기표출적 타입의 직원들은 아무런 불만을 표시하지 않고 맡겨진 일을 묵묵히 해낸다.
비자기표출적인 배우자를 둔 사람들은 자기 멋대로 마음대로 결혼생활을 해가는 경향이 있다. 상대가 아무런 불만을 표시하지 않으니까 그래도 되는 줄 알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인간관계에서도 제 멋 대로 하는 방식이 통용되는 경우는 없다.
비자기표출적 타입의 인간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 다만 그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지 않을 뿐이다. 표출되지 않는 불만은 가슴 속에 쌓이고 있다. 이것이 어느 날 갑자기 무엇인가를 계기로 폭발할 때가 온다. 당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것이 폭발하는 순간은 이미 모든 것이 끝난 상태인 것이다.
물론 비자기표출적 사람들이 불만을 전혀 표시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표시하는 방식이 간접적인 경우가 많아 주위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가벼운 농담이나 푸념으로 표시되는 경우가 많아 주위사람들이 그냥 넘어가기 쉬운 것이다.
하지만 이런 타입의 사람들은 듣는 입장의 사람들과는 달리 가벼운 농담이나 푸념으로 자기의 불만을 이야기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 돌려서 불만을 이야기했을 뿐 자기의 불만을 다 전달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한 불만을 상대방이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다보면 결국은 폭발할 수밖에 없다. 불만을 표시해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면 남은 것은 행동뿐이라고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각박한 세상이긴 하지만 우리 주위에 비자기표출적 타입의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다만 우리가 그 사람들의 감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좋은 사람, 그래서 아무 부탁이나 해도 좋은 만만한 사람이라고 지레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부터라도 주위를 둘러보아 비자기표출적 타입이라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있으면 부탁이나 요구를 덜 하자. 지금 직장에서 일을 시켜야하는 상사의 입장이라면 이 타입의 사람들의 직원들의 일을 덜어주고 또 덜 시켜야 한다.
그리고 비자기표출적 사람들이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불만에 귀를 기울이고 또 진지하게 받아들이자. 비자기표출적 사람들이야말로 아껴주고 보듬어 주어야 할 정말로 좋은 사람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