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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심리학
2016.09.28 11:18

웃으면서 화낼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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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하다 신호에 걸려 정지선의 맨 앞 쪽에 정차라도 하게 되면 바로 뒤의 차가 신경 쓰인다. 우물쭈물하다가는 빵빵거려대기 마련인 클랙슨 소리가 듣기 싫어서이다. 되도록 빨리 발차를 하려고 하지만 성질 급한 넘들은 신호가 바뀌기 전부터 빵빵거려대니 대책이 없다.

 

클랙슨을 울린다는 것에는 상대방에게 주의를 준다는 의미도 물론 있다. 하지만 대개는 짜증과 분노의 표현일 때가 많다.


앞차가 신호등이 바뀌었는데도 몇 초간 움직이지 않으면 누구라도 클랙슨을 누르게 된다. 표면적으로는  신호가 바뀌었으니 빨리가라고 주의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에도 마음 속으로는 저거 왜 저리 꾸물대고 있지라며 짜증을 부리고 있기 마련이다. 클랙슨을 눌렀는데도 앞 차의 반응이 없으면 짜증은 분노로 바뀌어 누르는 회수도 많아지고 시간도 길어진다. 이것은 명백한 공격적인 행동이다.

 

화를 내면서 동시에 웃을 수는 없다

 

사회심리학에서는 클랙슨을 이용하여 공격적인 행동을 연구한 실험이 대단히 많다. 이번에는 이러한 실험들 가운데 가장 잘 알려진 것들 가운데 하나인  배런(Baron, R. A.)의 실험을 살펴본다.

 

배런은 사람은 화를 내면서 동시에 웃을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화가 나 있더라도 웃을 수 있는 상황이 닥치면 웃음이 화를 억누르게 돼, 당사자는 더 이상 화를 내지 않을 것이라고 배런은 생각했던 것이다.

 

또한 동정심이나 성적 호기심을 느끼면서도 화를 낼 수는 없다고 보았다. 즉 배런은 분노와 양립할 수 없는 감정을 환기시키면 분노는 사라져 환기된 감정이 사람의 심리상태를 좌우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배런의 이러한 생각을 "길항 정동반응설"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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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설 하에 배런은 분노와 양립할 수 없는 감정을 일으킬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들이 클랙슨을 누른다는 공격적인 행위를 얼마나 억제할 수 있는지를 실험을 통하여 측정했다.

 

실험에서는 우선 횡단보도의 정차선 맨 앞쪽에 차 한 대를 세워둔다. 실험자가 탄 차이다. 이 차는 신호가 바뀌어도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 뒤에 정차해있던 차가 얼마 만에 클랙슨을 누르고 또 얼마나 길게 누르는지를 측정하는 것이 이 실험의 목적이었다.

 

실험은 대학 근처의 사거리에서 이루어졌다. 더위가 클랙슨을 누르는 행동을 증가시킨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었기 때문에 무더운 날 오후를 골라 실험이 실시되었다. 실험에서는 에어컨 장착여부로 나누어 결과가 집계되었다. 에어컨이 장착된 차는 쾌적한 온도이기 때문에 클랙슨을 누르는 행위가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이 이전의 연구에서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만일 차앞으로 비키니 차림의 여성이 지나간다면

 

실험에는 네가지 조건이 설정되어 있었다.

 

주의환기  

뒤쪽에 서있는 차 바로 앞을 지나 평상복을 입은 여대생이 도로를 횡단한다.

 

동정심

양손에 목발을 짚은 사람이 실험대상차 앞을 지나 도로를 횡단한다.

 

웃음 or 유모어

실험대상자의 차 앞으로 이상한 가면을 쓴 여대생이 지나간다. 여대생은 지나가면서 실험대상자에게 익살스런 제스처로 까불면서 운전자가 웃음을 짓게 만든다.

 

성적 호기심

이유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비키니를 입은 글래머 여성이 피험차의 차 앞을 지나 도로를 횡단한다.

  

이 외에 보행자가 아무도 없는 통제조건이 있었다.

각 조건의 사람들이 도로를 횡단한 후 신호등이 바뀐다. 하지만 앞차는 출발할 기색이 전혀 없다. 뒤쪽의 차들은 몇초 후에 클랙슨을 누르기 시작했을까? 어느 쪽이 가장 늦게 클랙슨을 눌렀을까?

  

결과를 보면 에어컨이 달려 있는 차들의 경우에는 각 조건 사이에 유의한 차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하지만  에어컨이 달려 있지 않은 차의 경우에는 동정, 유모어, 성적 호기심 조건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수준에서 경적을 늦게 누르는 경향이 있었다.


분노와 양립할 수 없는 감정을 환기시킨 조건에서는 클랙슨을 누르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대단히 길어졌다. 분노가 다른 감정에 의해 사라졌기 때문이다. 누르기까지 걸린 시간이 가장 길었던 조건은 역시 비키니 차림의 여성 조건이어서 통행인이 없을 때보다 거의 2배 수준에 달했다.


또한 에어컨이 달려있는 조건에서는 각 조건에 따라 차이가 없이 비에어컨 차보다는 누르기 시작한 시간이 길었다. 무더운 날에 기름값 아낀다고 에어컨 안 트는 것보다는 돈이 좀 들더라도 켜두는 것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이 결과는 말해준다.

 

한국 사람들은 과연 몇 초만에 클랙슨을 누를까?

 

이러한 결과는 배런의 가설을 입증하고 있었다. 다른 심리상태가 일단 환기되면 분노가 일어나기 어려웠다. 이러한 사실은 적대적인 인간관계 상황에서는 그 상황을 웃음이나 유모어로 부드럽게 만들면 공격적인 행동을 상당히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인간관계에서만이 아니라 클랙슨을 누르고 싶은 유혹이 생겼을 때, 사랑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린다든지, 재미있게 들었던 우스운 유모어를 생각하면 클랙슨을 누르고 싶은 마음이 사그러들지도 모른다.

 

전체적인 결과도 물론 흥미로웠지만 통행인이 없는 조건에서 뒤쪽의 차들이 거의 7초가 되어서야 클랙슨을 누르기 시작했다는 것은 상당히 놀라웠다. 우리나라라면 평균 몇 초쯤 되면 누르기 시작할까? 이러한 것을 다룬 연구는 아무리 찾아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힌트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의 예가 참고가 된다.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도쿄에서는 평균 4.2초에서 사람들이 클랙슨을 누르기 시작했다. 반면 일본에서 조급하기로 유명한 오사카의 사람들은 평균 1.8초에 누르기 시작해, 클랙슨을 누르는 행동에도 지역 차이가 있었다.

 

오사카 사람들은  도쿄사람들보다는 오히려 한국사람들과 기질이 비슷하다는 소리를 듣고 있을 정도로 일본 사람 치고는 성질이 급하다. 이런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가 클랙슨을 누르기 시작하는 시간은 평균 1.8초 언저리가 될 듯싶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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