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란 자주 보면 볼수록 상대에 호의를 느낀다. 사회심리학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단순접촉(mere exposure) 효과라고 부른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자이언스(Zajonc, R.)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통하여 단순접촉이 상대방에 대한 호의도를 증진시킨다는 것을 분명하게 했다.
실험에서 사용된 재료는 미시간주립대학교의 졸업앨범에서 고른 12장의 사진이었다. 실험에 참가하는 학생들이 전혀 알지 못하는 인물을 찾느라 사진은 오래된 학교앨범으로부터 선정되었다.
사진을 1초당 2장 꼴로 학생들에게 보여주었다. 사진을 보여주는 회수에 따라 0번,2번, 5번, 10번, 25번의 5그룹으로 나뉘어져 각 조건별로 2장의 사진이 할당되었다. 사진을 86회 보여준 후, 기억테스트라는 명목으로 각 사진을 얼마나 잘 기억하고 있는지가 측정되었다. 아울러 사진 속의 인물들에 대한 호의도에 대한 평가도 이루어졌다.
결과를 보면 많이 보여준 사진일수록 호의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25번 보여준 사진의 경우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사진보다 호의도가 1.5배 이상 높았던 것이다. 사람마다 좋아하는 얼굴이 있는 법인데도 불구하고 많이 보았다는 단 한가지 이유만으로 인물에 대한 호의도가 높아졌던 것이다.
4명의 여학생이 실제로 강의실에 출석했던 또 다른 실험에서도 단순접촉효과는 재차 확인되었다. 실험에서는 4명의 여학생이 실제로 한 수업에 출석했다. 여학생들은 출석회수가 달라, 각각 15번, 10번, 5번, 0번 수업에 참석하도록 되어있었다.
학기말 마지막 수업에서 4명의 여학생들에 대한 호의도의 평가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15번 출석한 여학생에 대한 호의도가 가장 높았으며 출석회수가 적을수록 호의도가 낮아지는 것이 확인되었다. 실험실만이 아니라 실제의 상황에서 단순접촉의 증가가 상대방에 대한 호의도를 높인다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사람을 볼 때만 단순접촉효과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음악, 미술 등은 물론 아무런 의미가 없는 문자열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많이 보았던 것을 좋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자이언스가 한자와 터어키 문자를 이용한 실험에서 이러한 경향이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미국학생들 입장에서는 생전 처음 보고, 의미도 알 수 없는 한자와 터어키 문자의 경우에도 많이 보았던 것일수록 높게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소극적이고 연애에 서투른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상대에 시선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정도야 할 수 있으리라. 되도록 자주 상대의 시선 범위 안에 자신을 위치시키는 것, 이것이야말로 연애의 시작을 위해서는 반드시 밟아야 할 절차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단순접촉효과가 백약의 명약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여기에도 주의할 점이 물론 있다. 우선 상대방이 자기에 대하여 호의적인 평가를 갖고 있을 때 단순접촉효과가 긍정적인 결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이다. 호의적까지는 아니더라도 적어도 중립적으로 자기를 평가 하고 있어야 한다. 상대방이 나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갖고 있을 때 자주 보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거둔다. 사람이란 부정적인 것은 별로 보고 싶어하지도 않고, 자주 보게 되면 불쾌감만 느껴 혐오감만 더 키우게 되고 만다.
또한 상대방이 나를 잘 알고 있는 상태에서도 단순접촉효과는 일어나지 않는다. 이미 알 만큼 안 상태에서는 많이 보아야 질리기만 할 뿐이다. 단순접촉효과는 대상이 신기하다든지 호기심이 가는 것일 때 효과가 크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따라서 직장인이라면 기존의 직원이 아니라 신입사원이라든지 새로 들어온 경력사원을 상대로 단순접촉효과를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좋아하는 상대의 성격이 나와 다를 때에도 주의해야 한다. 특히 내 성격이 자신과 다르다고 상대가 알고 있을 경우 자주 얼굴을 보이는 것은 역효과를 거둔다고 알려져 있다. 자주 봄으로써 오히려 성격의 차이만을 확인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단순접촉효과는 내가 보았는지 못 보았는지 의식 못하는 상황에서도 일어날 정도로 강력하다. 한가지 주의할 점은 단순접촉효과는 대학생 이상의 성인에게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알려져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 글을 읽는 분이 고등학생 이하라면 단순접촉효과는 나와는 관련이 없는 현상이라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단순접촉효과를 이용하는 방법은 널려 있다. 직장이나 학교가 같을 경우에는 더 더욱 방법이 많다. 같은 취미의 동호회에 가입해 얼굴을 마주할 기회를 자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출근시간이나 퇴근 시간을 맞추는 노력도 물론 필요하다.
사람이란 익숙한 것을 편해 한다. 그리고 익숙한 것에는 방심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상대방의 환심을 사고 싶다면 무조건 마주칠 기회를 많게 하는 것보다 좋은 것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