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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본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과는 달리 남성들이 주로 고통을 겪는 증후군도 있다. 상승정지증후군이 대표적이다.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 증후군이란 말의 상당수가 그렇듯이 이것  역시 일본에서 들어왔다


인터넷을 보면 rising-stop syndrome이라고 같이 표기될 때가 많아 구미에서 유래한 것처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것 역시 일본으로부터 유입된 말이다.

 

 일본의 오코노기교수가 처음 사용

 

이 말을 처음 쓴 사람은 게이오대학 교수이던 오코노기 케이고(小此木啓吾)이다. 오코노기교수는 모라토리엄 인간형으로도 유명한 정신과의이다.  오코노기 교수가 생존해 있을 때보다는 2003년 세상을 뜬 후 오히려 이 말이 더 자주 사용되고 있다. 몇 년전부터 이러한 증세를 보이는 남성들이 다수 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도 꽤 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에게는 누구나 시간이 지나갈수록 자신의 삶이 윤택해지리라는 믿음이 있다. 적어도 자신이 최선을 다 한다면 앞날은 지금보다 훨씬 좋아지리라는 믿음이다. 나이를 먹고 근속연수가 늘어갈수록 지위가 높아지고 거기에 걸맞게 수입도 늘어나게 될 것이다. 자신에 대한 사회적 평가도 높아지고 인정도 더 받게 될 것이다.


아이들도 원하는 대로 제대로 성장해 가정도 더 행복해질 것이라는 식의 믿음이다. 사실 우리는 이러한 믿음 때문에 하루하루 최선을 다 하며 살아간다. 이런 믿음이 없다면 골치 아픈 직장생활을 계속 할 이유가 없다.

 

나는 더 이상 상승중이 아니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자신의 삶이 더 이상 상승중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올지도 모른다. 어느 틈에 노안이 되어있고, 병이나 죽음이니 하는 것이 더 이상 남의 일만도 아니다.


직업상의 성공, 출세도 끝이 보이는 것 같다. 가정에서의 자신의 위치도 예전만 못하다. 부인과의 사이에는 왠지 벽이 놓여 있는 듯하고 아이들은 무시까지는 아니지만 더 이상 나를 존중하지 않는 듯하다.


이처럼 무엇인가를 계기로 자기의 삶에 더 이상의 상승은 없다고 느끼게 되면서 우울과 무기력에 빠지는 증세가 바로 상승정지 증후군이다.

 

 상승정지 증후군이란 병원에서 처방이 내려지는 정식 진단명은 아니다. 매스미디어에서 자주 쓰이는 저널리즘 용어일 뿐이다. 일본에서 4, 50대 샐러리맨의 답답하고 딱한 처지를 묘사할 때 자주 쓰인다. 예전에는 40대에 많았지만 지금 연령은 점점 낮아지고 있다.

 

고용시장이 변해 샐러리맨들이 좌절하고 있다


이 말이 요즘들어 일본에서 자주 쓰이게 된 데에는 고용시장이 변한 데에 가장 큰 이유가 있다요즘 일본에서는 입사동기가 자신의 상사가 된다든지, 자신보다 몇 배나 많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드물지 않은 일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전통적인 종신고용제를 무너뜨리고 업적주의를 채택한 결과이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이런 일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누구라도 이런 경우가 닥치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난 뭘 했나라는 자탄과 함께. 그리고 깨닫는다. 자신이 더 이상 상승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추락은 아니지만 적어도 상승은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는다. 요즘 일본의 4,50대 직장인들의 상당수가 이런 느낌에 사로 잡혀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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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정지 증후군은 능력이 모자란다든지 출세 전선에서 물러난 사람들에게만 찾아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회사에서 잘 나가는 사람, 특히 자신이 엘리트직장인의 길을 걸어왔다고 자부하는 사람들에게 더 자주 나타난다. 자신이야말로 회사인간의 전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타겟이 되기 쉽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사람들의 경우 갑작스런 질병에 걸린다든지, 일에서 일시적인 좌절을 겪으면 이것이 상승정지증후군으로 이어질 때가 많다. 특히 동료가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가 문제가 된다.


회사에 배신감을 느끼면서 정내미가 떨어진다. 당장 사표를 내던지고 싶지만 가족 생각을 하면 그럴 수도 없다. 동시에 가정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생긴다. "내가 회사에선 이럴지 몰라도 나에게는 누구 못지 않은 가정이 있지 않는가"라고 가정에서 위안감을 찾고 자신을 정당화시키고 싶기 때문이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아왔던가?


하지만 가만히 보니 여기도 문제 투성이다. 지금까지는 그냥 무심코 지나쳐 왔을 뿐이다. 평온 무사해보였던 가정이 실상은 문제 덩어리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심각한 좌절에 빠진다. 부인과의 사이가 예전만 못하다.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닌 것 같은데 왠지 벽이 놓여 있는 듯하다., 아이들도 자기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고 있는 것은 같다. 하지만 그것이 아버지로서가 아니라 돈을 대주는 사람으로서 고마워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좌절을 느낀다. 이것을 위해서 내가 그토록 열심히 살아왔는가라는 후회감이 엄습한다.


젊은 시절부터 자신을 지탱해왔던 가치관이 무너지는 것을 느낀다. 그 가치관을 위해 노력해왔던 .세월이 무가치하고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마음이 막막해지고 극심한 비애감에 사로잡힌다.


너무 성실한 것이 문제이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자기의 한계를 하나하나 느껴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위에 말한 상황이 닥쳐도 그러려니 하고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것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좌절감과 상실감이 너무 큰 나머지 이런 불편한 감정이 마음의 병으로 이어지는 사람들이다.


상승정지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우선 일과 대인관계에서 성실하다는 점이다. 주위 사람들에 봉사적이며 마찰을 피하기 위해, 또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다. 일에서는 대단히 면밀하고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지나치게 양심적인 면이 있어 별 것 아닌 일에도 죄책감을 느낀다. 일에 몰두하다 보니 일반적으로 삶에 여유도, 취미도 없고 성실하기만 하다.


만약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상승정지 증후군과 비슷한 증세를 자주 느낀다면 우선 일이나 출세가 인생의 전부는 아닐 뿐 아니라 절망하고 있어봐야 자신을 더 괴롭힐 뿐이라고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우선은 푹 쉬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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