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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수준을 측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와 관련해 지금 내가 행복한가를 판단하는 데에는 굳이 복잡한 척도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 지금 나의 마음을 지배하고 있는 것이 샤덴프로이트(schadenfreude)인가의 여부만 살펴보는 것으로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샤덴프로이트란 다른 사람의 불행을 보고 느끼는 행복감을 말한다. 불행까지는 아니더라도 남이 고통받거나 골탕을 먹는 모습을 보고 은밀하게 즐거워 하는 것 역시 샤덴프로이트이다.

 

 샤덴프로이트는 사회적 본성


 샤덴프로이트란 원래는 독일어이지만 영어에서도 자주 쓰이는 말이다. 영어의 입장에서 본다면 일종의 외래어인 셈이다. 사실 우리의 심성 가운데 샤덴프로이트 만큼 고약한 것도 없다. 남의 불행을 보면 함께 슬퍼해주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거늘 오히려 행복감을 느낀다니 어처구니없긴 하다. 하지만 이런 심리는 누구에게나 다 있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긴 사이가 좋지 않은 누군가가 곤란해 하는 것을 보고 고소하게 느끼지 않는다면 그것이 오히려 더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평소 유감이 많았던 동료가 상사에게 깨지는 모습을 보고 속으로 웃음짓지 않는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이 고통을 받는 모습을 보고 은밀히 웃음짓는 것이 바로 샤덴프로이트이다.


쇼펜하우어(Schopenhauer, A. )는 샤덴프로이트를 느끼는 것 자체가 명백한 악의 징조라고 보았다. 여간 못된 사람이 아니고서는 샤덴프로이트를 느끼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샤덴프로이트를 심성이 고약한 사람의 전유물로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샤덴프로이트는 악한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정서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누구에게나 이런 심리가 있다는 이야기이다. 따라서 스미스(Smith, R, H.)와 같은 사회심리학자는 이것을 사회적 본성(social instinct)”의 하나로 보고 있다.


샤덴프로이트가 생겨나는 이유


그렇다면 샤덴프로이트의 심리는 왜 생겨나는 것일까? 실증적인 심리학의 연구들을 보면 샤덴프로이트가 일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질투심 때문이다. 질투심과 샤덴프로이트가 얼마나 관련이 깊은 지는 다음과 같은 스미스의 실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스미스는 실험에서 대상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리고 의대 지망생이 주인공인 비디오를 보여주었다. 한 그룹의 학생들에게 보여준 비디오에 등장한 의대 지망생은 완벽 그 자체였다.


그 학생은 BMW를 소유하고 있었고 매력적인 여자 친구가 있었다. 집은 엄청난 부자였고 성적도 뛰어났다. 그 학생은 공부를 거의 하지 않아도 늘 올A를 받는다고 자랑하고 있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이에 비해 다른 그룹에게 보여준 비디오에 나온 의대지망생은 평범했다. 집안도 그저 그랬고 여자친구도 없었고 차도 없었다. 공부를 열심히 하기는 했지만 평균 B학점 수준에 머물렀을 뿐이다. 비디오를 보여주고 난 후 학생들의 질투심을 측정해보았다. 그 결과 예상대로 학생들은 완벽한 의대생에게 더 질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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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문지 측정이 끝난 후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비디오의 후속편을 보여주었다. 후속편에서 는 두 의대지망생 모두 의대에 진학하지 못했다. 학교 연구실에서 마약을 훔친 것이 발각되어 체포되었기 때문이다. 이 후속편을 보여준 후 두 그룹의 학생들에게 감상을 물었다. 예상대로 학생들은 완벽한 의대지망생의 몰락에 더 큰 환희를 느끼고 있었다. 스미스는 이러한 결과를 두고 질투심이야말로 샤덴프로이트를 생겨나게하는 가장 큰 원인이라고 단언했다.


분노감에서도 생겨나는 샤덴프로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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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의 사회심리학자 페더(Feather, N.)는 스미스와는 달리 분노감이 샤덴프로이트를 발생시키는 가장 큰 이유라고 보고 있다. 페더의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세 학생에 대한 묘사를 들어야 했다. 한 학생은 평균 B 정도의 평범한 학생이었고 두 학생은 올 A를 기록한 우수한 학생들이었다. 둘의 차이라면 한 학생은 대단히 노력을 했고 다른 하나는 별로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우수한 성적을 기록했다는 점이었다. 설문지 테스트 결과 실험에 참가한 학생들은 성적이 우수한 두 학생 모두에게 짙투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 후 학생들에게 후속편을 들려주었다. 후속편을 들어 보니 세 학생 모두 지난 시험에서 아주 좋지 않은 성적을 거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학생들에게 감상을 물어보았다. 학생들은 별 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지만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던 학생의 몰락에 가장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었다.


우리들은 별로 대단하지 않은 사람이 정도에 넘치는 대우를 받는다고 생각하면 분노한다. 또 노력도 하지 않은 사람이 과도한 보상을 받는 것을 보아도 분노한다. 웃기는 이야기지만 그 사람이 우리와 전혀 관계가 없어도 분노한다. 이러한 분노감이, 그 사람이 몰락하는 것을 보는 순간 바로 샤덴프로이트로 이어진다고 페더는 설명했다. “꼴 같지 않은 것이 설치더니 고소하다라는 심리이겠다.

 

질투심이 샤덴프로이트의 원인


페더의 설명이 설득력이 있고 현실감이 있기는 하지만 최근의 뇌과학은 스미스의 손을 들어준다. 뇌과학에 따르면 샤덴프로이트이 발생하는 데에는 분노감보다는 질투심이 더 큰 원인이었다. 질투하는 대상이 불행해졌다는 소식을 들으면 뇌의 선조체와 같은 보상중추가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보상중추가 활성화되었다는 것은 즐거움을 느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질투심을 느끼는 정도를 알면 어느 정도 샤덴프로이트를 느낄지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양자의 관계는 깊다. 결국 우리가 질투심을 많이 느낄 수 있는 사람일수록 그 사람의 몰락하는 모습을 보면 더더욱 희희낙락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결국 샤덴프로이트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꼬움을 느끼는 상대일수록 일어나기 쉽다는 이야기이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 하듯이 같잖은 상대가 괴로운 처지에 빠지거나 골탕을 먹고 있을 때 우리는 샤덴프로이트를 느끼는 것이다.


질투감이나 분노감 모두 부정적인 감정이다. 부정적인 감정들은 부정적인 것들끼리 몰려 다닌다. 긍정적인 감정 역시 다를 바 없다. 긍정적인 감정이 긍정적인 감정을 부르기 때문이다. 행복감이란 긍정적인 감정들의 덩어리이다. 따라서 행복한 사람에게 부정적인 감정이 들어올 여지는 전혀 없다. 따라서 샤덴프로이트를 느끼는 사람들은 지금 행복하지 않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다. 샤덴프로이트를 강하게 느끼고 있는 사람들일수록 부정적인 감정의 포로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Are You Schadenfreude or Mudita?

 

샤덴프로이트의 반대어는 무디타(Mudita)이다. 다른 사람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받아들이는 마음자세이다.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것을 모습을 보고 마치 자기 일인 양 진심으로 좋아하는 심리이다. 샤덴프로이트와 무디타 가운데 어느 것이 바람직한지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가 없겠다. 사람이라면 마땅히 무디타를 느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성인이 아닌 평범한 생활인이다. 우리가 늘상 무디타만을 느끼면서 살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더구나 감정을 가진 인간인 이상, 여간한 경지에 도달하지 않는 한 모든 사람에게 무디타를 느낄 수는 없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면 무디타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을 의도적으로라도 늘려가는 한편 일상생활에서 되도록 무디타를 느끼려고 하는 마음자세를 가다듬는 일일 것이다.


내가 지금 행복한가를 따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을 떠올리며 나는 과연 그 사람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는가 아니면 잘못 되기를 바라고 있는가를 따져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샤덴프로이트를 느끼는가, 아니면 무디타를 느끼는가를 살펴 보는 것이다.


그 결과 만일 무디타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많고 샤덴프로이트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면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다. 반대로 무디타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고 샤덴프로이트를 느낄 수 있는 사람들 투성이라면 당신은 불행한 사람이다. 설사 지금은 행복하다고 생각하고 있을지 몰라도 10년 후에도 행복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양쪽을 느끼는 사람이 반반이라면 분발할 여지가 있다. 만일 무디타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단 한명도 없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완전히 바꾸지 않는 한 앞으로 행복은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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