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8월 11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광복절 특별사면이 확정되었습니다. 이 글은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과 이번 사면 논란을 함께 살펴봅니다.
우리가 세상을 볼 때, 때로는 ‘큰 그림’보다 눈앞의 작은 디테일에만 몰입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서번트능력: 서번트신드롬(2)에서 말했듯이 심리학에서는 이를 Weak Central Coherence(약 중심응집성)라고 부릅니다.

위의 그림처럼, 사실은 ‘H’인데 ‘A’들로 만들어져 있다면 어떤 사람은 전체 모양(H)을 먼저 보고,
어떤 이들은 세부 요소(A)에 더 주목합니다.
사건이나 사람을 평가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체 맥락보다 한두 가지 요소에만 시선이 쏠리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1. 그 후의 쌍둥이 자매
2018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서울 숙명여고 쌍둥이 자매 시험지 유출 사건이 있었습니다.
교무부장이던 아버지가 네 차례 시험 답안을 유출해 두 딸이 높은 성적을 받도록 한 사건입니다.
최근 들려온 근황은 참담합니다.
아버지: 2020년 대법원에서 징역 3년 확정, 만기 복역 후 출소.
딸들: 2024년 대법원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 확정.
중앙일보 유성운기자가 페이스북에 올린 근황에 따르면 부부는 이혼했고, 아버지는 대인기피증을 겪는 두 딸과 함께 지방으로 이사했습니다. 현재 주유소에서 기름을 넣으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두 딸은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휴대폰만 만지작거리며,
식사조차 문틈으로 주고받는 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을 매일 마주해야 하는 가족의 심리적·사회적 고립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일 것입니다.

2. 조국 사면 논란과의 대비
최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광복절 특별사면 가능성이 언론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입시 비리와 관련된 유죄 판결이 있었음에도, 그와 가족은 여전히 영향력과 지지 기반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인 정경심 교수: 책 출간 후 베스트셀러 작가.
딸 조민 씨: 잠깐의 의사 생활 후 화장품 사업가로 성공.
정치 복귀설이 오르내리는 조국 전 장관 본인.
이 모습은 숙명여고 사건 당사자들의 몰락과 극명한 대조를 이룹니다.
3.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두 사건 모두 ‘입시 부정’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반응과 결과는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사람들은 사건을 볼 때,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정치적 맥락, 사회적 위치, 개인의 이미지)에 따라
전혀 다른 판단을 내립니다.
Weak Central Coherence 관점에서 보면,
어떤 이는 사건의 전체 구조(법 위반, 피해, 사회적 신뢰 손상)를 보고,
어떤 이는 그 사람의 정치적 상징성이나 개인 서사를 보고 판단합니다.
4. 큰 그림을 보는 힘
한 사건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부분과 전체를 모두 보는 균형 감각이 필요합니다.
숙명여고 쌍둥이 사건의 현재와 조국 사면 논란은,
우리가 얼마나 쉽게 맥락을 놓치고 자신이 보고 싶은 조각만 확대하는지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사회적 형평성과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A’로 만든 ‘H’를 볼 때, A와 H를 동시에 볼 수 있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유성운 기자의 글은 다음과 같이 끝을 맺고 있습니다.
“그들은 조국 일가를 볼 때 어떤 생각이 들까.
조국이라서 누구보다 처절하게 짓밟혔다고 할 때 어떤 기분일까.
방 안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사람들을 피하고 있을 두 딸은 한국이 어떤 사회라고 생각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