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동아일보 사설은 “한국은 생성형 AI 경쟁에서 미국·중국에 크게 밀렸으니, 대신 피지컬 AI(로봇·센서·자율기기)로 승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겉으로는 그럴듯하지만, 실제 글로벌 AI 구조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기술을 이분법으로 나누는 순간 전체 전략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사실 이 사설은 한국 언론이 AI를 다룰 때 반복하는 오래된 프레임을 되풀이한 것이다. 즉, “우리가 못하는 건 포기하고 다른 걸로 승부하자”라는 식의 전략적 체념이다. 하지만 AI 산업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1. “생성형 AI는 이미 미국·중국이 다 가져갔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한국이 GPT-4나 Claude 3.5 같은 모델을 만들지 못한 것은 ‘기술 부족’ 때문이 아니다. 대규모 투자와 정책 지원의 부족 때문이다. 한국에는 이미 다음과 같은 역량이 있다.
- 네이버 HyperCLOVA X
- 카카오 KoGPT
- LG AQN·엑사원
- 삼성·SK의 AI 반도체 인프라
- KAIST·POSTECH·서울대의 모델 연구자 풀
따라서 한국이 생성형 AI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지금 뒤늦게라도 투자하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는 분야다.
2. 피지컬 AI는 생성형 AI 없이는 움직이지 못한다
사설의 논리는 이렇게 보인다:
“생성형은 미국·중국이 다 가져갔으니, 우리는 피지컬 AI로 방향을 틀자.”
문제는 피지컬 AI(로봇·드론·자율주행·물류 자동화)는 생성형 AI의 ‘손발’ 역할이라는 점이다.
- 로봇을 움직이는 비전 AI → LLM 기반 멀티모달 모델
- 자율주행 로봇 → 대규모 AI 정책 결정 모델
- 제조 자동화 → 산업 특화 LLM
- 의료 로봇 → 의료 LLM과 결합
즉, 두뇌(생성형)를 포기하면 손발(피지컬 AI)도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구조가 아닌데, 사설은 이를 완전히 오해하고 있다.
3. 피지컬 AI는 ‘한국만의 니치’가 아니다 — 전 세계가 뛰어드는 격전지
사설은 피지컬 AI를 마치 한국만 잘할 수 있는 독점 분야처럼 이야기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이미 글로벌 거대 기업들이 총력전을 벌이는 시장이다.
- Tesla → Optimus 로봇
- Google → RT-2, RT-3 로봇용 LLM
- Amazon → 물류 로봇 플랫폼
- Nvidia → 로보틱스 전체 스택 구축 중
- 중국 기업들 → 제조·물류 로봇 폭발적 성장
한국이 강점이 있는 것은 맞지만, 여기가 “안전지대”는 절대 아니다.
4. 한국이 진짜로 강한 것은 “AI 전체 스택의 통합 능력”
한국은 다른 나라가 갖지 못한 독특한 조합을 가지고 있다.
- 세계 최고 반도체(HBM·패키징·파운드리)
- 세계 최고 디스플레이·센서·스마트폰 제조
- 철저한 제조업 기반과 자동화 환경
- 빠른 소비자 채택·플랫폼 적응 능력
이 네 가지는 미국·중국도 동시에 갖추지 못한 조합이다. 따라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생성형 vs 피지컬의 선택이 아니라, ‘전체 스택의 통합’이다.
5. 이 사설이 위험한 이유
사설이 문제인 이유는 단순히 기술 이해 부족 때문이 아니다. 이런 식의 이분법적 사고가 실제 정책과 투자 방향을 왜곡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잘못된 전략적 메시지
- “생성형 AI는 늦었으니 포기하자” → 기술기반 상실
- “피지컬 AI만 하면 된다” → 가장 경쟁 치열한 분야에 단일 베팅
- “두 기술은 분리 가능하다” → 기술 구조를 모르는 판단
국가 산업 전략의 오판 가능성
한국의 진짜 강점은 두 영역을 모두 결합해 ‘AI 제조 강국 모델’을 구축하는 능력이다. 지금 시점에서 생성형 AI를 포기하는 건 자동차 산업을 키우며 엔진 개발을 포기하는 것과 똑같다.
결론 — AI는 선택의 게임이 아니다. 통합의 게임이다.
동아일보 사설은 “선택의 프레임”을 강조하지만, AI는 오히려 전체 스택을 누가 통합하고 지배하느냐의 싸움이다. 한국은 생성형·피지컬·반도체·제조·센서·폰 생태계까지 모두 가지고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다. 이 조합을 포기하고 특정 분야만 선택하라는 조언은 한국 산업 전략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발상이다.
생성형 AI를 포기하지 말아야 피지컬 AI에서도 승부를 낼 수 있다.
한국의 길은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을 모두 어우르는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