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틱톡, 인스타 릴스, 유튜브 쇼츠. 짧고 자극적인 영상이 우리의 생활 속 깊이 들어온 지 오래다. 그런데 최근 발표된 Nguyen 등(2025)의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은 숏폼 영상이 집중력, 감정 조절, 정신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수년간 축적된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는 간단히 말해 이렇다.
숏폼은 시간 도둑이라기보다 주의력 도둑이다
1. 연구 개요 – 62개 연구, 총 4만여 명 분석
Nguyen 팀은 전 세계 연구 62편을 모아 총 참가자 약 4만 명의 데이터를 메타분석했다. 분석 대상은 다음 영역이다.
- 집중력·주의 조절(Attention control)
- 작업 기억(Working memory)
- 감정 조절 능력(Emotion regulation)
- 우울·불안 등 정신 건강 지표
- 사용 시간·빈도·중독성 요인
숏폼 영상은 단순한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인지·정서 시스템 전체를 자극하는 환경이라는 점이 이번 분석의 핵심이다.
2. 핵심 결과 요약
① 집중력 저하와 ‘주의 파편화’
숏폼을 많이 소비할수록 주의 전환 속도는 빨라지지만, 그만큼 지속 주의(sustained attention) 능력은 약해지는 경향이 있었다.
- 짧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반복되면
→ 뇌는 “빠른 보상”에 익숙해지고
→ 길고 복잡한 과제를 견디기 어려워진다.
연구진은 이를 “attention fragmentation(주의 파편화)”로 표현했다.
② 감정 조절 능력의 약화
숏폼 영상은 자극 강도가 크고 감정적 밀도가 높다. 특히 틱톡과 릴스처럼 1분 안에 강한 감정 자극을 연속적으로 제공하는 환경은 감정조절 능력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 짧고 강한 자극 → 즉각적 정서 반응 강화
- 일상적 자극에서는 쉽게 지루함과 공허함을 느낌
- 감정 조절 실패와 스트레스 반응 증가
연구진은 이를 “감정적 과민화(emotional sensitization)”로 해석한다.
③ 우울·불안과의 연관성
메타분석 결과, 숏폼 사용량 증가와 우울·불안 수준 상승 간의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었다. 중요한 점은,
사용 시간이 아니라 ‘사용 방식’이 정신 건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문제가 되는 패턴은 다음과 같다.
- 끝없이 스크롤하는 ‘도파민 루프’
- 밤 시간대 과도한 사용
- 현실 회피적 사용
- 알고리즘이 추천하는 자극적 콘텐츠 반복 소비
④ 보상 회로의 과활성 – ‘작은 중독’
뇌의 보상 시스템과 관련된 지표(개인의 행동 패턴 기준)를 분석한 결과 숏폼은 게임·SNS와 유사한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를 유발해 습관적·중독적 사용 패턴을 만들 가능성이 높았다. 다만 이 중독성은 ‘단일 콘텐츠 중독’이라기보다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는 보상 회로의 과활성
으로 설명하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연구진은 결론지었다.
⑤ 청소년·청년층에서 효과가 특히 강함
분석된 연구 중 18~29세, 청소년·청년층 참가 연구에서는 영향력이 평균보다 훨씬 컸다.
- 집중력 저하 폭 ↑
- 감정 조절 어려움 ↑
- 우울·불안과의 상관 ↑
- 사용 의존성 ↑
연구진은 발달 단계에서 전전두엽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은 점을 주요 이유로 지적한다.
3. 숏폼, 정말 해로운가? 연구가 보여준 균형 잡힌 결론
Nguyen 팀은 숏폼 영상이 절대적으로 “해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렇게 정리한다.
“숏폼은 인지적 자극과 재미를 제공하지만, 과도하면 집중력과 감정조절 능력을 소모한다.”
즉, 문제는 ‘사용 자체’가 아니라 사용 강도, 시간, 알고리즘이 제공하는 자극 패턴이다. 적당한 소비는 오히려
- 짧은 휴식 시간 활용
- 단기적 스트레스 완화
- 정보 전달의 효율성
등 긍정적 기능도 있다.
4. 심리학적 해석 – 우리가 숏폼에 끌리는 이유
①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
다음 영상이 어떤 자극일지 “예측 불가” 상태가 뇌의 도파민 시스템을 최대치로 자극한다.
② 낮은 진입 장벽, 높은 자극 강도
1분 안에 강한 재미·감정·정보가 압축되어 있다.
③ ‘쉬운 집중’의 유혹
길고 복잡한 콘텐츠보다
즉각적인 보상이 보장되는 숏폼이 뇌 입장에서는 훨씬 편하다.
④ 심리적 회피 기능
불안·지루함·고립감에서 벗어나기 위한 정서 조절 전략(avoidance coping)처럼 사용되기도 한다.
5. 한국 사회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전 세계에서 숏폼 사용량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다. 교육 환경·직장 문화·정서적 스트레스가 높은 사회에서는 숏폼의 정서적 회피 기능이 더 강하게 작동한다.이 연구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준다.
- 숏폼의 확산은 단순한 트렌드가 아니라 인지·정서 구조의 변화다.
- 청년층의 집중력 문제, 감정 기복, 불안 증가와도 연결된다.
- 교육·정책·플랫폼 설계에서 이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6. 결론 – 숏폼은 ‘시간 도둑’이 아니라 ‘주의력 도둑’
Nguyen 팀의 메타분석이 보여주는 가장 큰 메시지는 단순하다.
“숏폼은 시간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주의력과 정서를 재구성한다.”
숏폼의 세계는 강하고 달콤하다. 하지만 그것이 만드는 주의력의 파편화, 감정의 과민화를 이해하고 건강한 사용 패턴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