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관세협정이 타결됐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세부 내용을 뜯어보면 서로 다른 말을 하는 부분이 드러납니다. 관세율 인하와 투자 규모 같은 숫자는 비교적 명확하지만, 반도체와 농수산물 개방 문제에서는 여전히 해석의 간극이 큽니다.
반도체: 포함됐다 vs. 포함되지 않았다
한국 정부는 이번 협정에 반도체 관세 조정이 포함됐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대만보다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조건을 확보했다”는 점을 강조했죠. 반면 미국은 정반대의 입장을 냈습니다. 러트닉 상무장관이 “이번 협정에는 반도체 관세가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입니다.
즉, 한국은 ‘보호 조항 확보’를 강조하고, 미국은 ‘협정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셈입니다. 아직 팩트시트와 부속 문서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이기에 어느 쪽의 해석이 맞는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농수산물 개방: “지켰다” vs. “완전 개방”
이견은 농수산물 분야에서도 나타납니다. 한국 정부는 “쌀, 쇠고기 등 민감 품목은 지켜냈다”고 밝혔지만, 미국 측 발표에는 ‘한국이 시장을 100% 개방했다’(fully open)는 문구가 등장했습니다. 표현만 놓고 보면, 한국은 방어를 강조하고 미국은 개방을 부각한 것입니다. 국내 정치적 사정을 고려하면 한국의 입장은 여론을 의식한 ‘내부용 메시지’, 미국의 표현은 ‘대내외 홍보용 수사’로 볼 수 있습니다.
3500억$ vs 6000억$
한미 관세협상에서 한국 측이
투자 및 구매 약속 규모가 약 3500억 달러(미화 기준) 플러스로 보도됩니다. 여기에 비해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3500억 달러를 ‘지불(pay)’하고, 추가로 석유와 가스를 대량 구매하기로 합의했다”며 “부유한 한국 기업과 사업가들이 미국에 6000억 달러(약 857조 원) 이상을 투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폭스뉴스는 정부와 민간의 투자를 별개로 계산해 “한국이 총 9500억달러(약 1358조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나
이런 해석의 차이는 몇 가지 이유에서 비롯됩니다.
- 문서화가 완전히 끝나지 않음 – 협정이 발표된 시점에도 세부 문안은 여전히 ‘조율 중’이었습니다.
- 정치적 레드라인의 차이 – 한국은 농업계, 미국은 자국 제조업계와 농업계의 입장을 고려해야 합니다.
- 전략산업의 예외성 – 반도체처럼 안보와 기술이 얽힌 산업은 단순한 관세 품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 수사적 표현의 차이 – 협상 결과를 각자 유리하게 포장하려는 정치적 언어가 섞여 있습니다.
“타결”은 맞지만, “끝난 건 아니다”
이번 한미 관세협정은 형식상 타결된 것이지, 내용상 완결된 합의는 아닙니다. 자동차 관세 인하와 투자 규모 등 일부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나머지 핵심 분야—특히 반도체와 농업—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양국 모두 ‘성공’을 선언했지만, 그 성공의 의미가 서로 다르다는 점에서 앞으로 또 다른 협상의 불씨가 남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한미 관세협정은 단순한 무역문제가 아니라, 경제·기술·정치가 얽힌 복합 협상입니다. 이번 타결이 일단의 “휴전”일 수는 있지만, 진짜 평화는 문서가 완전히 공개되고, 세부 이행 조건이 합의될 때 찾아올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