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이 아쉽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면, “상식이 아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 표현은 해서는 안 될 일을 서슴지 않거나,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모르는 척하는 개인이나 집단의 행태를 한탄할 때 종종 쓰인다.

이 말이 대중적으로 알려진 계기는 1960년대의 사카린 밀수 사건이다. 당시 경제부총리였던 장기영이 사카린 밀수 사건에 대한 코멘트를 구하는 기자들에게 건넨 메모에 “상식이 아쉽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고, 이 한마디가 시대를 풍자하는 표현으로 남았다.
참고로 장기영은 백상예술대상을 만든 ‘백상’이자, 한국일보를 창간한 인물이기도 하다.

사카린 밀수 사건

1966년,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비료공업은 일본에서 건설자재로 위장한 사카린(인공 감미료) 55~60톤을 대량 밀수입하다가 적발됐다.
삼성은 일본 미쓰이물산과 공모해 사카린 원료뿐 아니라 당시 수입 금지 품목(양변기, 냉장고, 밥솥, 에어컨, 전화기 등)도 함께 들여와 암시장에서 판매해 막대한 이익을 챙겼다.

사건 초기에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나, 경향신문의 특종 보도로 세상에 드러나면서 큰 파문을 일으켰다.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대검찰청에 수사를 지시했을 만큼 정치 문제로 비화됐다.

결과적으로 삼성은 한국비료 주식 51%를 국가에 헌납했고, 이병철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다. 차남 이창희 상무는 구속되었으며, 사건은 재벌과 정권의 결탁, 대기업의 조직적 범죄라는 비판을 남겼다.

김두한의 분노 – 국회 오물 투척

이 사건에서 정부가 보인 미온적인 태도에 분노한 인물이 있었다. 바로 당시 국회의원 김두한이다.
1966년 국회 본회의장에서 그는 국무위원들에게 오물(똥물)을 던졌다. 파고다공원(현 탑골공원)에서 직접 퍼온 그것이었다.

“이보쇼, 내가 똥물을 던진 건 장관들 개인이 아니라 헌정을 무시하며 밀수 사건을 비호하는 제3공화국 정권에 던진 거란 말이요!”

그는 투척 직후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고, 국회는 이를 본회의에서 가결했다.
김두한의 행동은 재벌 비호와 책임 회피, 무능한 국회를 향한 분노의 표출이었다.

반세기 후,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는가

반세기 전 김두한은 똥물을 들고 국회로 들어갔다. 오늘날 같으면 “퍼포먼스”라 부르며 SNS에 해시태그를 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의 표적은 유행도, 조회수도 아닌 권력과 재벌의 결탁이었다.

상식이 땅에 떨어진 세상에, 그는 그 땅을 똥물로 적셨다.반세기가 지난 지금, 정치권에 여전히 똥물이 필요한 건 아닌지,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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