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sychology Today에 통념에 반하는 기사가 올라왔군요. 제목은 “No, Women Aren’t Biologically Wired to Be More Empathic”(2025-11-20, Alison Jane Martingano Ph.D.). 이하는 이 기사를 바탕으로 한 글입니다.
서론
사람들은 흔히 “여성은 본래 더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사회적 담론에서도, 대중매체에서도 여자-남자 차이를 이야기할 때 ‘여성 = 감정이입이 잘 되는 존재’라는 이미지가 꽤 강하죠. 그런데 위 기사는 이 통념에 대해 “생물학적 배선(biological wiring)의 차이로 설명되기는 어렵다”고 단언합니다.
핵심 요약
설문조사에서의 여성 우위
- 설문(자기보고식) 방식으로 공감능력(empathy)을 물었을 때는 여성 쪽 점수가 더 높게 나옵니다.
- 하지만 설문 결과만 가지고 “여성이 더 공감능력이 뛰어나다고 생물학적으로 타고났다”라고 해석하는 건 위험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입니다.
행동·생리 지표로 보면 차이가 거의 없다
- 얼굴 표정, 몸짓(비언어적 공감 반응)이나 실험실 과제 등 보다 객관적 지표에서는 남녀 간 공감능력 차이가 매우 작거나 없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 예컨대 감정 인식(emotion recognition) 과제에서는 여성이 평균적으로 약 ¼ 표준편차 정도 더 나은 결과를 보이긴 하지만, 이 수준이 곧바로 생물학적 우위라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겁니다.
차이의 원인은 ‘사회화’와 ‘성역할 기대’
- 여아는 어릴 때부터 감정을 말로 표현하거나 타인의 감정 상태에 대해 부모나 주변으로부터 질문을 더 많이 받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감정을 인식하고 라벨 붙이기(labeling)” 경험이 더 많아질 수 있죠.
- 또한 과제가 “여성이 보통 잘한다”고 알려졌을 때 여성의 성과가 올라가고, 반대로 “이건 정보처리 과제다”라고 프레임을 바꾸면 남녀 차이가 사라지는 연구도 있습니다.
- 결국 성별 고정관념(gender stereotypes)과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s)가 공감능력에 대한 인식과 행동에 영향을 준다는 겁니다.
이런 고정관념이 미치는 부작용
- “여성은 당연히 공감해야 한다”는 기대가 여성에게 과도한 정서적 노동(emotional labour)을 부과할 수 있습니다. 기사에서는 이런 기대가 여성에게 부담이 되고, 반대로 남성에게는 공감행동을 하는 것을 어울리지 않다고 보게 만드는 제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 또한 “남성은 공감이 적다”는 통념이 남성 스스로가 돌봄 역할(from e.g., 어린이 돌보기, 가족 정서 돌보기)에서 물러나게 만드는 하나의 이유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돼요.
블로그 필자 시각 추가
이 기사는 제게 두 가지 생각거리를 줬습니다.
- 공감능력은 타고난 형질(trait)이라기보다는 배양 가능한 역량(capability/skill)이라는 관점.
- 성별에 따라 ‘당연히’ 기대되는 역할이 있다는 것이, 개인의 다양성이나 상황을 간과하게 만든다는 점.
따라서 우리 블로그 독자에게 던지고 싶은 메시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 내가 “나는 공감능력이 낮아”라고 느낀다면, 그것이 ‘남성이기 때문’이라는 생물학적 단정보다는 내가 자라온 환경·사회화 경험·내 역할 기대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크다.
- 반대로 “나는 여성이라서 본래 공감이 잘 돼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다면, 그것이 나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 그리고 조직이나 가족에서 “여자가 정서적으로 돌봐야 한다”는 기대가 자동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우리 스스로 점검해 볼 수 있습니다.
마무리 및 블로그용 결론
성별에 따라 “여성이 더 감정적이고 더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는 통념은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쉽지만, 실제 연구는 생물학적 차이보다는 사회적 기대·배경·학습경험이 더 큰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이 사실을 알면,
- 남성에게도 공감훈련(empathy practice)을 향한 문이 열리고,
- 여성에게는 과도한 정서노동 역할이 자동으로 부과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 우리가 관계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고 지원하는 방식도 좀 더 평등하고 의식적인 방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