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까지 무례함에 무뎌진 걸까?
길거리에서 난폭운전을 하는 사람, 식당에서 종업원을 하대하는 손님, 방송에서 막말을 일삼는 국회의원,
그리고 비리에 연루되어도 고개 한 번 숙이지 않는 공직자.
수치심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어 보이는 사람들 앞에서 우리는 종종 당황하고, 위축되며, 심지어 아무 말도 못 하고 지나치게 된다. 왜일까?
그 이유는 의외로 단순하다. 우리는 수치심이 작동하는 전제를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끄러운 일을 하면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믿음을 공유한다.
그런데 이 전제가 무너지는 순간, 우리는 현실 인식 자체에 혼란을 느낀다.
저 사람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는다면, 내가 지금 느끼는 분노나 불편함은 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게다가 수치심 없는 사람은 보통 한 가지 공통된 특징을 가진다.
공격적이거나, 자기 정당화에 능하며, 시선을 조종한다는 점이다.
무례함을 무기처럼 휘두르고, 타인의 시선을 자기편으로 돌리는 데 익숙하다.
이런 상황에서 보통 사람은 압도당할 수밖에 없다.
이건 단순한 ‘성격 차이’가 아니라, 수치심이라는 감정 시스템이 무너졌을 때 벌어지는 사회적 붕괴의 한 단면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몰염치한 인물’들이 대중매체에서 점점 더 자주 등장한다는 점이다.
수치심 없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주목받고, 소비되고, 심지어 ‘자기 표현에 솔직한 사람’이라는 이미지까지 얻는다.
그러다 보니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수치심을 느끼지 않거나, 느껴도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살아가려 한다.
하지만 수치심은 단지 ‘부끄러움’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사회적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는 마음의 움직임이다.
수치심이 사라진 사회는 곧, 타인을 의식하지 않는 사회, 책임을 느끼지 않는 사회,
누구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회다.
그리고 그런 사회에서 무기력해지는 것은, 몰염치한 사람이 아니라, 수치심을 가진 사람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