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등장은 우리 삶에 큰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글쓰기, 번역, 데이터 정리, 심지어 창의적 작업까지 척척 도와주니, “효율성의 마법”이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AI에게 일을 시켜서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바로 AI 탓을 합니다. AI가 잘못해서 그랬다는 것이지요. 자기가 잘못 시켜서 그렇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하나 있습니다. 사람들이 AI에게 일을 맡길 때, 직접 할 때보다 더 쉽게 부정행위나 속임수를 저지른다는 것입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요?
- 책임을 전가할 수 있기 때문에
AI를 쓰면 사람들은 “내가 한 게 아니라 AI가 그렇게 했다”라고 쉽게 말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답이나 속임수가 드러나도, 책임의 화살을 자신이 아닌 AI에게 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심리적 면죄부가 주어지면, 죄책감이 줄어들고 부정행위에 대한 저항도 약해집니다.
- 도덕적 거리감이 생기기 때문에
직접 거짓말을 하거나 커닝을 하는 것은 누구라도 긴장되고 불안합니다. 하지만 AI라는 매개체를 거치면, 마치 내가 아닌 “중간자”가 행위를 대신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이 도덕적 거리감 때문에 속임수가 훨씬 가볍게 느껴지죠.
- 규칙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AI 시대에는 아직 사회적 규범이 완전히 자리잡지 않았습니다. “AI를 어디까지 써도 되는가?”라는 기준이 모호합니다. 이 회색지대 덕분에,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규칙을 해석하며 부정행위를 합리화하게 됩니다.
- “남들도 다 한다”는 정당화
특히 과제, 보고서, 성과물처럼 AI 활용이 일상화된 영역에서는 “남들도 다 AI 쓰는데, 뭐 어때?”라는 생각이 들기 쉽습니다. 이렇게 집단적 정당화가 형성되면, 속임수조차 도구 활용으로 포장됩니다.
마무리
AI 자체가 사람을 부정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 심리와 만나면, 책임 회피·도덕적 거리·규범의 모호성·집단 정당화라는 요인이 맞물려 부정행위의 문턱을 낮춥니다. 결국 문제는 AI가 아니라 AI를 이용하는 인간의 태도입니다.
AI 시대의 정직함은 “기술”이 아니라 “수치심”이 지켜줄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의 행동을 부끄러워할 줄 알 때, 비로소 AI는 진정한 도우미가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