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Psychology Today에 실린 글 「The Totalitarian Mindset: Where Democracies Go to Die」를 읽었습니다. 처음엔 ‘전체주의’라는 단어 때문에 우리와는 거리가 먼 얘기라고 생각했는데, 찬찬히 읽어 보니 지금 한국 사회에도 겹치는 부분이 적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미 전체주의 사고방식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위기를 강조하는 정치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의 특징 가운데 하나는 ‘긴급성 프레임’입니다. 늘 사회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하고,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정치에서도 선거철이면 “나라가 망한다”, “존망의 기로에 섰다”는 식의 표현이 난무합니다. 차분하게 숙고할 여유를 빼앗고, 극단적 대응만 남기는 분위기입니다.
흑백논리와 진영의 덫
또 하나의 특징은 ‘이분법적 사고’입니다. 세상을 ‘우리 vs 그들’로 단순하게 나누고, 중간 지대를 지워버립니다. 한국 사회의 진영 논리 역시 비슷합니다. 정책 논쟁도 ‘내 편이냐 네 편이냐’로만 가려지고, 상대의 주장은 논박할 가치조차 없는 것으로 취급됩니다. 민주주의가 살아 있으려면 서로 다른 관점을 인정하는 공간이 필요하지만, 그 공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반대 의견을 허용하지 않는 문화
전체주의적 사고에서는 반대 의견을 ‘이단’으로 간주하고 탄압합니다. 온라인에서 조금이라도 다른 목소리를 내면 ‘적폐’, ‘종북’, ‘수구꼴통’, ‘빠’ 같은 낙인이 곧장 따라붙습니다. 내부에서도 소수 의견은 “내부 총질”이라며 배제됩니다. 토론보다는 침묵이 강요되는 구조입니다.
지도자에 대한 과잉 기대
또 다른 징후는 지도자 중심주의입니다. 강력한 지도자가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는 기대가 강화됩니다. 특정 정치인에게 과도한 희망을 투영하고, 그의 발언과 행동이 곧 진리처럼 받아들여지는 현상은 민주적 비판 정신을 약화시킵니다.
사실보다 내러티브가 앞설 때
전체주의적 사고는 객관적 사실보다 집단이 만들어낸 ‘이야기’를 더 중시합니다. 한국 정치권도 불리한 사실은 ‘가짜뉴스’라 치부하거나, 근거가 빈약해도 유리한 이야기는 대대적으로 확산시킵니다. 언론 역시 팩트 확인보다 진영 논리에 따라 보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생각의 공간이 좁아지는 사회
마지막으로, 복잡한 논의가 사라지고 단순하고 강렬한 메시지만 살아남는 경향이 있습니다. 정책 토론은 “찬성/반대” 수준으로 단순화되고, 방송이나 유튜브에서는 “한 방에 이해되는 말”만 강조됩니다. 깊이 있는 숙고의 공간이 줄어들면 민주주의는 형식만 남게 됩니다.
자유가 줄어든다는 체감
민주주의는 제도만으로 유지되지 않습니다. 토론 문화, 반대 의견 존중, 사실 확인, 권력 비판의 거리두기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이런 요소들이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체주의’라는 단어가 아직 과장처럼 들릴지라도, “우리 사회가 점점 자유롭지 않다”는 체감은 결코 기우가 아닐 수 있습니다.
👉 이 글은 원문: Psychology Today, 「The Totalitarian Mindset: Where Democracies Go to Die」(2025.9.)를 참고해 정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