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래전, 연애심리에 대해 꾸준히 글을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 글은 많은 공감과 댓글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 다시 꺼내 읽어보니,
사랑이란 감정이 왜 늘 가까운 사람에게만 향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왜 자주 상처로 끝나는지를
조금 더 분명하게 이해하게 됩니다.
사람들은 종종 멀리 있는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지만,
현실의 사랑은 대부분 아주 가까운 곳에서 시작됩니다.
회사, 학교, 동아리, SNS…
우리는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정서적 근접성’이 사랑의 시작점이라는 걸 자신도 모르게 체득하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사랑이 너무 가까이에서 시작되면, 그만큼 끝도 아프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왜냐하면 사랑은 ‘자아’를 건드리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연인과의 갈등, 실망, 무관심은 단순한 불일치를 넘어
‘나라는 존재’ 자체를 흔들리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때는 이것이 단지 연애의 기술이나 심리의 문제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조금 더 넓은 시선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얼마나 많은 감정적 충돌을 겪고 있는가.
그리고 그 충돌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가족, 공동체,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저는 ‘갈등’과 ‘감정’이라는 주제를 더 깊이 탐구하고 있습니다.
8월12일에는 그런 흐름 위에서 완성한 책,《수치심 잃은 사회》가 출간될 예정입니다.
사랑과 수치심, 감정과 공동체는 서로 먼 이야기 같지만 사실은 같은 뿌리를 가진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그때 그 시절의 글을 오늘 다시 꺼내놓습니다.
지금 읽어도 여전히 유효한 이야기이기를 바라며.
📌 이 글은 2008년에 처음 올렸던 글입니다.
그때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던 내용을, 지금 다시 꺼내어 봅니다.
요즘 연애의 현실과 얼마나 닮아 있을까요?
큐피드의 화살은 멀리 날지 못한다 – 옛글 다시 보기
연애나 결혼에서 종종 간과되는 요인 중 하나는 ‘근접성’이다.
근접성이란 두 사람이 사는 곳이나 일하는 곳이 지리적으로 가까워야 사랑이 싹틀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말한다.
미국 사회학자 보사드는 이를 체계적으로 실증했다. 그는 5천 명을 조사해, 무려 34%가 ‘5블록 이내’의 사람과 결혼했다고 밝혔다.
또한 거리가 멀수록 결혼 확률이 떨어진다는 사실도 입증했다.
보사드는 이 연구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큐피드는 화살을 갖고 있을지 모르지만, 그것은 멀리 날아가는 데에는 부적합한 모양이다.”
가까이 사는 커플은 심리적·경제적 비용이 적다.가깝기에 부담 없이 자주 만날 수 있다.
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커플은 시간과 비용 부담으로 인해 만남의 횟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연애 감정의 지속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친다.
그래서 ‘미래의 결혼상대는 반경 70m 안에 있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온다.집뿐 아니라 직장, 학원, 동호회 등도 ‘근접성’의 기점이 될 수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관계적 근접성‘이다.친구의 동생, 동생의 친구, 직장 동료, 동호회 사람 등
인간관계 면에서 가까운 이들과 연애로 발전하는 일이 많다.
일본 내각조사부의 출생기본동향조사에 따르면,
1987년 이후 가장 많은 커플이 ‘직장이나 일 관계’로 만나고 있었고, 그 뒤를 ‘친구나 형제·자매의 소개’가 따랐다.
지리적, 관계적 근접성을 합치면,
60% 이상이 ‘가까운 데서’ 인연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반면 영화나 드라마처럼 ‘여행지나 거리에서의 만남’은 현실에서는 거의 없다. 1982년엔 8.2%였던 이런 만남이,
2005년엔 4.5%로 줄었다.
중매결혼이 줄고 연애결혼이 늘어난 것도 근접성 강화의 배경이다. 중매는 멀리 떨어진 사람을 연결해줄 수 있었지만,
이제는 주변 네트워크 안에서 만나는 경향이 더 뚜렷하다.
결국 이 모든 것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준다.인연을 너무 멀리서 찾으려고 하지 말라는 것.
사랑은 의외로, 지금 눈앞에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