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는 AI 기업들이 소규모 회계 사무소를 대량 인수하는 구조가 곧 온다는 것은 앞의 글에서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더 흥미로운 사실은, 이 변화가 이미 한국에서 조용히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식 AI 롤업(소규모 전문 사무소 수백·수천 개를 대량 통합)이 본격화되기 전 단계에서, 한국은 이미 여러 산업에서 ‘AI 중심의 운영 통합 → 소규모 업체 흡수’라는 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대표적인 분야를 하나씩 짚어 보자.
1) 회계·세무 — 더존·자비스·영림원이 주도하는 ‘백오피스 AI 통합’
한국의 회계·세무 업계는 이미 AI 롤업의 전조가 가장 뚜렷하다.
● 더존비즈온
전표 입력 → 문서 인식 → 매출·비용 분류 → 재무제표까지 사무소 직원 수십 명이 하던 일을 AI가 대체. 더존은 사실상
수천 개 세무사무소의 백오피스를 AI로 통합 운영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 자비스(초기 스타트업 → 대규모 확장)
1인 세무사무소·영세 사업자 수만 곳의 회계를 AI 기반으로 통합 처리한다. “세무사무소를 하나씩 인수하지 않아도 AI 플랫폼이 자연스럽게 흡수해 버리는 구조”다.
● 영림원소프트랩
중소기업 회계·급여·인사 시스템을 AI 기반 ERP로 통합하면서 소규모 경리·인사 아웃소싱 업체를 대체 중. ➡ 한국에서는 ‘기능적 롤업’ 형태로 이미 회계사가 통합되고 있다. 드러나지 않았을 뿐, 구조 자체는 미국보다 앞서 있다고 볼 수 있다.
2) 의료 — 루닛·뷰노·제이엘케이 → 의원 수천 곳의 ‘AI 진단·운영 표준화’
한국은 의료 AI 상용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이 업계는 “AI 롤업의 1차 폭발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 루닛(Lunit)
이미 전 세계 3,000개 이상의 병원에서 X-ray·CT·암 진단을 AI로 수행하며 한국에서도 수천 곳 의원 판독을 맡고 있다.사실상
“AI가 지역 병원들의 판독 업무를 통째로 흡수한 롤업 구조”
● 뷰노(VUNO)
AI 청진기, 뇌질환 분석 등 다양한 의료 데이터를 중앙 통제형 AI로 통합.
● 제이엘케이(JLK)
MRI·CT 등 다중 질환 분석을 하나의 AI 플랫폼으로 운영.
다음 단계는?
- 은퇴 개원의 증가
- 의원 운영비 상승
- AI 진료·경영 자동화
- 표준화된 진료 프로토콜 등장
➡ 미국처럼 “One Medical” 또는 일본의 “의료 체인 롤업” 모델이 한국에서도 곧 등장할 수 있다.
의원 200~500개를 통째로 인수해 AI 중심으로 운영하는 메디컬 그룹
이 한국에서 가장 먼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 3) 법률·등기 — 로톡·헬프미가 이미 ‘소형 사무소의 업무’를 흡수 중
대형 로펌이 아니라, 이혼·상속·등기·부동산 같은 소형 전문 사무소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 로톡(LawTalk)
일반 상담·문제 해결의 상당 부분을 이미 AI+전문가 매칭으로 대체하고 있다.
● 헬프미(Help Me)
여기가 대표적인 한국식 AI 롤업 구조다.
- 등기 대행
- 상속·법인 설립
- 부동산 법무
- 문서 자동화
이런 업무를 AI 기반 중앙 시스템에서 처리하고 지역의 소규모 등기·법률 사무소 수천 곳의 영역을 대체 중이다. 실제로 헬프미는
“전국의 등기 사무소 수백 곳을 한 플랫폼이 흡수하는 모델”
을 만들었다.
4) 교육·학원 — 메가·대성·AI튜터가 ‘동네학원 1만여 곳’ 시장을 통합 중
한국 학원 산업은 세계적으로도 독특하다. 그래서 AI 롤업이 가장 빠르게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 메가스터디 AI tutor
학생별 맞춤 학습 → 문제풀이 → 분석까지 전 자동화. 개인 과외·동네학원의 상당수 기능이 대체되는 구조다.
● 에듀윌·대성·마인드로직
AI 학습 분석·채점 서비스를 통해 동네 학원 500~1000개의 기능을 중앙 플랫폼이 흡수하는 중.
즉,
“중소형 학원 → AI 기반 대형 플랫폼의 콘텐츠·커리큘럼 롤업”
이 구조가 이미 시작되었다.
5) 부동산 — 직방이 만든 한국식 ‘프롭테크 롤업’
부동산 서비스는 전형적인 AI 자동화 분야다.
● 직방(Zigbang)
한국에서 가장 빠른 롤업 구조를 만든 기업이다.
- 호갱노노
- 우주(Woowa Space)
- 스페이스도넛
- 빌라정보통
등을 인수하며 매물·임대·계약·관리 기능을 한 플랫폼으로 통합했다. 이는 사실상
‘수천 개 동네 중개사무소의 역할’을 AI 기반 시스템이 흡수한 롤업
이라고 볼 수 있다.
6) 보험·콜센터 — 카카오·KT·네이버 클라우드의 ‘AI 상담센터 롤업’
한국의 콜센터 시장은 이미 AI 상담 → 사람 보조 구조로 전환됐다.
- 카카오엔터프라이즈 CS봇
- KT AICC
- LG CNS AI 콜센터
- 네이버 클라우드 Contact Center AI
이 시스템들은 수백 개의 외주 콜센터·인력 대행회사를 기능적으로 흡수하는 중이다.
7) 제조업 — LG CNS·포스코DX의 ‘중소공장 스마트팩토리 롤업’
한국 제조업에서도 AI 중심 통합이 조용히 진행 중이다.
- LG CNS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 포스코DX AI 제철·AI 공장
- 두산 디지털이노베이션의 제조 AI
중소 공장을 인수하지 않아도,
AI 중앙 관제가 수백 곳의 공장을 하나의 시스템처럼 운영
하는 구조가 이미 작동하고 있다.
한국에서 AI 롤업이 더 빠르게 일어날 5가지 이유
- 소형 사무소·자영업 의존도가 세계적 수준
→ AI로 대체되기 쉬움 - 고령화 + 은퇴 증가 → ‘사무소 매각’ 수요 폭발
- 규제가 강해 오히려 ‘표준화·AI 프로토콜’이 잘 먹히는 구조
- IT 플랫폼 기반이 세계에서 가장 잘 구축된 국가
- 전문직 과잉 공급 → ‘롤업 시장’이 성숙함
한국은 미국보다 더 빠르게 AI 롤업이 확산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
결론: 한국의 AI 롤업은 이미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 회계: 더존·자비스
- 의료: 루닛·뷰노
- 법률: 헬프미·로톡
- 교육: 메가·AI 튜터
- 부동산: 직방
- 보험·콜센터: 카카오·KT
- 제조: LG CNS·포스코DX
우리가 익숙한 기업명만 봐도 AI 롤업이 이미 한국 현실이라는 것이 한눈에 보인다. 앞으로 5~10년 동안 “전문직 시장의 절반 이상이 롤업 구조로 재편될 것”은 매우 높은 확률의 시나리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