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종종 이렇게 믿는다. “저 목표만 이루면 모든 게 나아질 거야.” 승진, 이직, 자격증, 논문 완성, 책 출간, 다이어트 성공, 연봉 상승…. 마치 ‘그곳에 도착하면’ 행복이 기다리고 있을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막상 그 목표에 도달하면? 잠깐의 기쁨 뒤에 찾아오는 건 허무함이다. 이 현상을 심리학에서는 Arrival Fallacy(도착의 오류)라고 부른다.
1. Arrival Fallacy란 무엇인가?
‘도착의 오류’는 긍정심리학자 Tal Ben-Shahar가 제시한 개념이다. 핵심은 단순하다.
“목표를 달성하면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
그러나 행복은 도착 지점이 아니라 과정에서 생긴다.
도착의 오류에 빠지면 성취의 순간은 생각보다 짧고, 기대했던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다.
2. 왜 목표 달성은 우리를 오래 행복하게 하지 못할까?
① 헤도닉 트레드밀(Hedonic Treadmill)
인간은 빠르게 적응하는 존재다. 목표 달성 → 행복 증가 → 빠르게 일상 적응 → 행복baseline으로 회귀
이 순환이 반복된다.
② 기대치의 상승
목표를 이루는 순간, 우리는 곧바로 이렇게 생각한다.
- “다음 목표는 뭘까?”
- “이 정도로 만족할 순 없지.”
- “남들은 더 잘하는데…”
행복은 사라지고, 새 스트레스가 바로 채워진다.
③ 잘못된 인식: 행복은 ‘결과’라는 믿음
결과를 행복의 조건으로 삼으면 과정은 ‘비용’이 되고 목표는 ‘결제 버튼’이 되어버린다. 하지만 행복 연구가 반복해서 말하는 건 이거다.
일상과 과정에서의 경험이 행복을 결정한다.(목표 달성이 아니라)
3. Arrival Fallacy의 대표적 사례
① 직장
“승진하면 여유가 생기겠지.” → 승진하니 오히려 책임이 늘어남 “연봉 1억 찍으면 만족하겠지.” → 곧 1억은 ‘기준’이 되고 1.2억을 꿈꿈
② 공부·자격증
“이 시험만 붙으면 행복할 거야.” 하지만 합격 후의 공허감은 수험생에게 흔한 경험이다.
③ 창작·출간
“책만 출간하면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다.” 막상 출간하면 평가·매출·평론·독자 반응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생김.
④ 연애·결혼·이직
“저 사람만 만날 수 있으면…”
“이 회사로 옮기면 모든 게 달라질 거야.”
그러나 새로운 목표와 문제는 항상 존재한다.
4. Arrival Fallacy에 빠지면 생기는 문제들
- 끊임없는 불만족
- 성취감의 소멸
- ‘목표 중독’
- 삶 전체가 ‘프로젝트화’됨
- 깊은 우울감과 번아웃
특히 완벽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일수록 도착의 오류에 자주 빠진다.
5.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을까?
① 행복을 ‘결과’가 아니라 ‘경험’으로 재정의하기
목표 자체보다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느끼는 성장·몰입을 중심에 둔다.
② 작은 성취를 ‘현재형’으로 인정하기
“아직 많이 남았어”가 아니라 “오늘은 한 걸음 더 갔다”라고 말하는 방식.
③ 일상의 감각 회복
커피 맛, 대화, 걷기, 휴식, 소소한 안정감. 일상의 질을 결정하는 건 이런 요소들이다.
④ ‘다음 목표’로 너무 빨리 넘어가지 않기
성취 후 최소 며칠은 “내가 해냈다”는 감정을 충분히 느껴야 한다.
⑤ 외부 기준 대신 내부 기준으로 삶을 구성하기
남의 시선·평가가 아니라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기준으로 목표를 조정한다.
6. 결론 – 도착이 아니라 삶 속에서 행복을 만들기
도착의 오류는 “행복은 어딘가에 도착하면 자동으로 주어진다”는 잘못된 믿음에서 시작된다. 하지만 진짜 행복은
- 하루의 안정감
- 꾸준함의 기쁨
- 관계에서의 소소한 순간
- 내가 성장하는 느낌
-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균형
이런 것들로 만들어진다.
도착이 아니라 ‘과정’이 행복을 만든다.
이것이 Arrival Fallacy가 주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