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삼창, 꼭 해야 하나?

잡담 2007/03/04 07:34 posted by Rokea

 

이번 3.1절에 SBS가 한 건 저질렀군요.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기사들을 대충 보니 SBS가 광고를 내보내기 위해서 만세삼창 부분을 잘라 먹은 모양입니다. 이런 나쁜 넘들 하고 핏대를 올릴 필요도 없습니다. 돈독 오른 우리나라 TV방송국으로서야 능히 저지를 수 있는 일입니다. 광고가 불방이라도 되면 도대체 손해가 얼맙니까? 차라리 욕 한번 먹고 끝내는 것이 현명하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만세란 천황을 위한 만세를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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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그렇고, 문제는 만세삼창입니다. 3.1절날 꼭 만세삼창을 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세삼창. 과연 이것의 유래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만세삼창이란 것을 그렇게 부담 없이 쓸 수 있는 것일까요? 사실 만세삼창이란 그 유래를 알게 된다면 지금같이 가볍고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한마디로 말해 만세 삼창은 일제의 잔재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식으로 두 손을 높이 쳐들며, 만세, 만세, 만세하고 세 번 외치는 만세삼창은 일본의 메이지시대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만세라는 말이 중국말이니까, 일본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그건 전혀 오해입니다.

만세삼창에서 중요한 포인트는 왜 두 손을 쳐들면서 만세라는 말을 세 번을 외치느냐일 것입니다. 만세라는 말보다는 세레모니로서 만세삼창이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선 만세라는 말부터 살펴봅시다. 만세라는 말 자체는 일본 사람들이 만든 말이 아닙니다. 만세는 중국에서 기원해 일본으로 유입된 말입니다. 만세라는 말이 일본 역사서에 처음 등장한 것은 794년이지만  그 당시는 발음도 지금과 같은 “반자이”가 아니라 중국풍으로 “반제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양손을 쳐들며 외치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만 크게 소리냈을 뿐입니다. 물론 세 번을 외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양손을 높이 쳐들며 만세를 부르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메이지 22년, 즉 서기 1889년 2월 11일은 일본의 개천절이라고 볼 수 있는 기원절이었습니다. 동시에 일본 최초로 헌법이 반포된 날이기도 했습니다.

당시 기원절 기념식은 천황이 사는 황거 앞의 광장에서 벌어지고 있었습니다. 천황의 퍼레이드도 계획되어 있었습니다. 기념식에 참가하고 있던 동경제국대학의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서 식이 끝나고  천황을 잠자코 배웅하는 것은 너무 재미가 없지 않느냐는 말들이 나왔습니다. 일본의 애국가인 기미가요를 제창하는 것만으로는 너무 심심하니 무슨 이벤트라도 하자는 이야기였겠죠.

결국 낙착된 것은 무슨 구호를 외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제안을 한 사람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 경제학자인 와다(和田)박사라는 설, 도야마(外山)동경대총장이라는 설, 모리(森)문부대신이라는 설이 있어 제안자는 확실하지가 않습니다만 모리 문부대신설이 유력합니다.


어쨌든 구호를 외치는 데에는 다들 동의했지만, 무슨 구호를 외칠 건가가 문제였습니다, 맨먼저 나온 제안은 “奉賀”(호오가). 하지만 이 호오가라는 말은 잘못 들으면 일본 말로 바보를 뜻하는 “아호”로 들릴 수 있다는 지적에 퇴짜를 맞았습니다, 그 다음에 나온 것이 “만세.” 어떻게 발음하느냐를 두고 설왕설래가 있었지만 이 구호에는 다들 찬동했습니다.


삼창에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문제는 몇 번 구호를 외칠 것인가였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사람들은 원래 우리 민족이 3이라는 숫자를 좋아했기 때문에 만세를 세 번 외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그것은 천만에 말씀입니다. 만세를 세 번 부르게 된 것, 다시 말하면 만세삼창이 생기게 된 것은 아주 심플한 이유에서였습니다.


만세를 한 번 부르자니 섭섭하고, 두 번 부르자니 왠지 어정쩡하고, 그렇다고 네 번하자니 너무 지루하고, 다섯 번이나 부르는 것은 바보같다는 데에 의견들이 모아졌던 모양입니다. 남는 것은 세 번 뿐입니다. 이런 간단한 이유로 결국 세 번으로 정해졌던 것입니다.
영어의 구호인 “Hip ,Hip ,Hurah!"가 세 번 연속되는 것을 참고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그리고 고양감을 높이기 위해서 가만히 서서 외칠 것이 아니라 양손을 쳐들며 외치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식전에서의 구호는“천황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로 결정이 되었고, 동경대학 학생들이 이 구호를 외치자, 식전에 있던 수천명의 일반인들까지도 따라 외쳤다고 합니다. 이것이 만세삼창의 유래입니다. 결국 우리가 지금 하는 식의 만세삼창이란 천황폐하 만세란 의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보아도 무리가 없습니다.


만세삼창에 얽힌 에피소드는 많습니다. 만세삼창설이란 것을 두고 위작이니 아니니 설왕설래했던 것도 기억납니다만 만세삼창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에피소드는 일본 공산당과 관련된 것입니다.

일본에서는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들은 당선기념의 마무리로 반드시 만세삼창을 외칩니다. 일본의 공산당도 예외는 아니어서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만세삼창을 외치곤 했습니다. 문제는 일본 공산당은 천황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천황제를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무슨 만세삼창이냐는 우익들의 비아냥거림에 일본공산당이 머쓱해진 적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만세삼창이란 일제의 잔재입니다. 생긴지 100년도 넘었고 이미 우리한테도 익숙한 것을 새삼스럽게 금지시킬 필요야 없겠지만 3.1절 기념식장에서까지 만세삼창을 꼭 해야할 필요가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만한 구석이 있습니다.



한일관계에서는 모르고 있다가는 망신당하기 쉽습니다. 몇년전 한일 축구응원전에서 우리 응원단이 마징가제트를 부르자 곧바로 일본 응원단들이 일본말로 마징가제트를 불러 우리 쪽이 당황해 했다는 보도를 보고 얼굴이 뜨뜻해진 적이 있었습니다. 마징가제트가 일본원작이라는 것을 몰랐기 때문에 벌어진 해프닝였겠죠.


입으로만 반일구호를 외칠 것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 주위에 널려있는 일제의 잔재, 특히 별로 좋지않은 것들은 청산해갈 필요가 있겠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이 일제의 잔재인지 정도는 알아두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마음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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