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젊은층이 해외투자를 ‘쿨하다’며 유행처럼 몰리고 있어 걱정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이 발언은 두 가지 측면에서 큰 의문을 남깁니다.
첫째, 그것이 정말 한국은행 총재가 해야 할 말인가?
둘째, 젊은층의 해외투자가 ‘쿨해서’ 벌어진 일일까?
1. 해외투자는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탈한국화’의 결과다
한국의 젊은층이 해외 주식·ETF·달러 자산으로 몰리는 흐름은 한두 해 유행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지난 10년간 누적된 구조적 현상입니다.
- 국내 시장은 저성장·저혁신으로 매력이 떨어지고
- 국가지수(KOSPI)의 장기 박스권이 지속됐으며
- 국민연금·기관조차 국내 주식 비중을 낮추며 해외로 눈을 돌렸고
- 인구 감소, 노동시장 정체, 정치적 불확실성이 투자심리를 갉아먹었습니다.
젊은층이 해외투자를 ‘쿨하니까’ 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시장을 믿지 못하니까 해외로 도망가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투자 패션이 아니라 불신의 표시이자 자기 생존 전략이죠.
2.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치곤 지나치게 ‘도덕적 훈계’에 가깝다
한은 총재의 핵심 역할은 다음입니다.
- 거시경제 안정
- 금융 시스템 신뢰 유지
- 물가와 환율 관리
- 정책 신호를 통한 시장 안정화
그런데 이번 발언은 경제 구조나 정책 책임에 대한 설명은 빠지고 국민의 투자 선택을 훈계하는 모양새에 가깝습니다. “젊은층이 해외투자에 유행처럼 몰린다”는 식의 표현은 원인을 국민에게 돌리는 뉘앙스를 형성합니다. 정작 물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왜 젊은층이 한국 자산을 신뢰하지 않는가?
왜 국내 시장이 글로벌 경쟁력을 잃었는가?
왜 환율과 물가, 경제 전망을 당국자들보다 개인 투자자가 더 예민하게 반응하게 되었는가?
이 질문의 답은 ‘유행’이 아니라 정책 실패와 체감 불안입니다.
3. 청년층은 ‘쿨해서’가 아니라 ‘살기 위해’ 해외에 투자한다
2030세대는 최근 몇 년 동안 다음과 같은 경험을 했습니다.
- 급등·급락하는 환율
- 고금리 장기화
- 부동산 접근성 붕괴
- 한국 주식시장의 반복되는 정책 리스크
- 기업가치보다 정치와 규제가 시장을 움직이는 상황
- 공매도, 수급 왜곡, 세제 혼란 등 정책 불확실성
이런 환경에서 해외투자는 유행이 아니라 생존의 본능적인 헤지 전략입니다. 마치 집안이 흔들릴 때 잠시 밖으로 대피하는 것처럼요.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행 총재가 “젊은층이 유행처럼 해외투자한다”고 말하면 청년층은 오히려 이렇게 느낍니다.
“왜 원인을 우리 탓으로 돌리지?”
4. 정책 책임자라면 ‘우리가 무엇을 잘못했는가’를 먼저 말해야 한다
정책 당국자의 말 한마디는 시장에 직접 영향을 줍니다. 그래서 총재의 발언은 훈계가 아니라 신뢰 회복 메시지여야 합니다. 예컨대 이런 방향이 맞습니다.
- “젊은층이 국내 투자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
-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 해외 자산 쏠림을 완화하겠다.”
- “국내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겠다.”
- “환율·물가 안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겠다.”
이런 말이 아니라 “유행처럼 해외투자한다”는 평가는 문제를 정확히 보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들릴 수밖에 없습니다.결국 이 질문은 다시 돌아옵니다.
한국은행 총재가 정말 해야 할 말은 무엇이었을까?
청년층 탓이 아니라 시장 신뢰를 잃게 만든 구조적 원인을 설명하는 것. 그리고 그 원인을 어떻게 해결할지 책임 있는 메시지를 주는 것. 그게 바로 한국은행 총재의 언어입니다.